“다 죽으라는 건가” 日 오염수 방류에 분통 터뜨린 통영 어민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5.1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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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부터 수출길 막히고 전 수산업계로 일파만파 할 것”
“대출·지원금 종속돼 있어 어민들 위축…천영기 시장 발언 망발”
5월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대응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5월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대응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정부 시찰단 파견이 임박한 가운데 방류 후폭풍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될 어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어민들은 시찰단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며 이대로 방류가 실행되면 국내 수산업 전체가 생존 기로에 놓일 것이라고 우려한다. 

경남 통영에서 30년 간 굴 양식업을 해 온 어민 이기명씨는 1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오염수 방류가 현실화 할 경우 "제일 먼저 닿는 통영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씨는 "통영시는 우리나라 굴 양식의 80% 이상을 생산하는 곳"이라며 "제일 먼저 통영 굴 수출길이 막히고 그 여파가 남해안에서부터 일파만파로 전 수산업계로 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런 짓을 정부가 해서는 안된다. 어민 죽으라고 하는 이야기"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과 시찰단 등을 통한 오염수 직접 검증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파견하는 시찰단이 오염수에 대한 자체 검증을 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이씨는 "일본 페이스에 말려드는 것"이라며 "검증단이 오염수 떠가지고 봐야지, 안 하려면 뭐하러 가나. 차라리 친일파처럼 (바로) 동의를 해주지"라고 쏘아붙였다. 

천영기 통영시장이 지난 11일 오염수 방류에 대해 "대책은 갖고 있지만 자꾸 언급하고 떠들면 통영 수산물 소비심리가 더 위축될 수 있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는 "통영은 전국 해양수산 1번지라고 자부하는 곳"이라며 "시장이라는 사람이 최일선에서 오염수 방류 반대에 앞장은 못 설 망정 이런 망발이 어디 있나"고 성토했다.

이씨는 천 시장의 문제적 발언이 윤석열 정부 압력에 따른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정부가 반대 입장 내지 말라고 압력을 넣는 것"이라며 "4월11일에도 원전 오염수 반대 궐기대회 계획이 잡혀있었는데 정부와 수협조합에서 압력을 넣어 결국 못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차원에서 지자체에 오염수 방류 관련 공개 언급에 대한 압박이 들어오고, 다시 지자체나 수협에서 어민들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형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의미다.

이씨는 "경상남도 관계자도 원전 오염수는 과학적 실험이 미국 등 선진국에서조차 중단됐고 오염수가 침전된다면 생태계는 별 영향 없을 거라는 취지로 말했다"며 "어민들은 대출금이나 정부지원금에 종속돼 있어 이런 식으로 하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2022년 3월17일(현지 시각) 도쿄 북쪽의 후쿠시마현 오쿠마 마을에 있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AP=연합
2022년 3월17일(현지 시각) 도쿄 북쪽의 후쿠시마현 오쿠마 마을에 있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AP=연합

최근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학 명예교수가 한국을 찾아 '희석되지 않은 후쿠시마 물 1리터가 있다면 바로 마시겠다'며 안전성을 강조한 데 대해서도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씨는 "일본이 2차 대전때 원폭으로 수십 년이 지나서도 피해를 겪고 있지 않느냐"며 "지구상에 없는 물질이 방류돼 해양 생태계 붕괴되고 어떤 기괴한 생물이 나올 지 아무도 예측을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걸(검증도 제대로 안된 오염수를) 바다에 갖다 버린단 말인가"라며 "(그렇게 안전하다면) 일본 사람들이 마시면 된다"고 응수했다. 

이씨는 한국 정부가 오염수 직접 검증 없이 방류에 동의하거나 묵인, 여름께 방류가 현실화 할 경우 "어민들 다 죽으라는 건데 가만 안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정부가 이런 상태로 가면 도리가 없다"며 "어민들은 남쪽부터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정권 퇴진 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씨는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손자, 손녀들한테 할 말이 없다"며 "정부는 뭐하는 건가"라고 재차 답답함을 드러냈다.  

한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 활동 계획을 세부 조율하기 위해 일본 측과 2차 실무회의를 가졌다.

앞선 회의에서 정부는 오염수 방류 과정 전반을 모두 살펴보기 위해 시찰단이 접근을 원하는 시설과 정보 목록을 구체적으로 작성해 일본 측에 전달했다. 이에 일본 측은 "허용할 수 있는 부분은 노력해 보겠다"면서도 일부 시설에 대해서는 내부 협의를 거쳐야 한다며 확답하지 않았다.

정부는 2차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국무조정실 산하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 범정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시찰단 구성과 활동 계획을 수립·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시찰단은 오는 23∼24일 3박4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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