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높아지면 혈압은 낮아진다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6.26 12:05
  • 호수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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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기립성 저혈압에 얼큰한 이열치열 음식은 ‘독’

최근 진료실에 현기증과 피로감을 호소하면서 내원하는 고령 환자가 증가한다. 오늘도 70대 노인 두 분이 이달 들어 갑자기 아침에 일어나거나 식사하고 일어날 때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눕거나 앉아있는 상태에서 일어날 때 어지럼을 느끼는 증상을 기립 불내증, 기립성 조절장애, 기립 못견딤증이라고 부른다. 기립 못견딤증의 원인에는 몇 가지가 있지만 무더운 여름철이라는 계절적 요인과 고령자라는 요인을 고려하면 기립 못견딤증의 원인은 기립성 저혈압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기립성 저혈압은 누운 상태에서 혈압을 측정하고 일어선 후에 다시 측정했을 때 3분 이내에 수축기 혈압이 20mm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이 10mmHg 이상 떨어지는 경우에 진단된다. 

특히 노인은 기립성 저혈압에 취약하다.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설 때 중력의 영향으로 혈액의 10~15%가 다리에 고인다. 정상적인 조절 능력을 갖춘 경우에는 혈압이 심박수와 말초 저항의 보상적 증가 때문에 잘 유지되지만, 노인의 경우 이 균형이 무너지기 쉽다. 특히 더운 여름철에는 땀이 많이 나고 혈관이 확장해 혈관 저항이 낮아지는 등 신속한 보상 작용이 발생하지 못해 저혈압이 생긴다. 

노인은 수분 섭취를 잘하지 않아 경도 탈수 상태인 경우가 많다. 또 당뇨병이나 파킨슨병 같은 기저질환 상태나 고혈압이나 심혈관질환 치료제, 이뇨제, 베타 차단제, 우울증 약물, 항파킨슨 약물, 전립선비대증 약물, 발기부전 치료제 같은 특정 약물들을 복용하는 것과 연관된 경우도 있다. 

따라서 갑작스러운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나 새롭게 해당 약물 복용을 시작하는 경우라면 주치의와 충분히 상의할 필요가 있다. 식사 후 소화를 위해 위장관으로 혈액이 몰려 발생한다. 이 역시 나이가 많을수록 많이 발생한다.

기립성 저혈압은 단순히 어지럼증이나 실신·메스꺼움·피로감 같은 불편감의 영역이 아니라 낙상 발생과 이로 인한 골절과 입원,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전반적인 사망률 상승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시사저널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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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아리 근육 운동과 하루 1리터 물 섭취를

이와 같은 기립성 저혈압에 대해 취할 수 있는 몇 가지 대책이 있다. 규칙적인 운동은 심장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어 도움이 된다. 특히 종아리와 하지 근육을 키우는 운동이 좋다. 충분한 수분 섭취와 적절한 양의 염분 섭취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양의 염분 섭취를 권고하는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 침대에 누워있었거나 자리에 앉아있었다면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일어나는 것이 좋다. 침대에서 머리를 좀 높이고 있다가 일어서는 것도 좋다. 허리까지 오는 압박 스타킹이나 컴프레션 타이즈를 착용하고 생활하는 것도 기립성 저혈압이 빈번한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특히 식사 후에 빈번하게 이런 증상이 많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너무 뜨거운 음료나 음식 또는 탄수화물이 너무 많이 함유된 음식을 먹었을 때 증상이 생기는지를 한번 살펴보고, 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런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여름철 얼큰한 이열치열 음식이 기립성 저혈압에는 독이 된다. 술은 어떤 경우에도 해가 된다. 찬물을 500ml 정도 빠르게 마시는 것이 증상을 예방하고 몇 분 안에 증상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 특히 기립 시 수축기 혈압을 20mmHg 이상 상승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분 섭취량은 최소 하루에 1리터는 돼야 한다. 이런 생활에서의 주의와 예방법으로도 적절히 조절되지 않는 경우라면 의사의 진료를 받고 약물을 처방받아 복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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