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위기에도 기업 사회공헌 지출은 늘어났다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3.06.25 10:05
  • 호수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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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대 기업 지출액 2조9252억원으로 11.98% 증가
주요 기업의 사회공헌 트렌드는 ‘RE: 10’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과거에는 기업의 최대 미덕이 이익 추구였다. 돈을 잘 벌어 주주들에게 배당하면 좋은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최근 들어 이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가치소비에 익숙한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이윤 추구’보다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현대 마케팅학의 창시자이자 세계 경영학의 구루(Guru·위대한 스승)로 평가받는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스쿨(경영대) 석좌교수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한 기업들의 수익이 이윤만 추구한 기업보다 컸던 경우가 많았다”면서 “사회공헌활동이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자극해 이직률을 낮추고 우수한 직원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게 한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CJ ENM의 신인 창작자 발굴·육성 프로젝트 ‘오펜(O’PEN)’은 최근 오펜 스토리텔러 7기(사진)와 오펜 뮤직 5기의 출범식을 진행해 주목받고 있다. ⓒCJ그룹 제공
CJ ENM의 신인 창작자 발굴·육성 프로젝트 ‘오펜(O’PEN)’은 최근 오펜 스토리텔러 7기(사진)와 오펜 뮤직 5기의 출범식을 진행해 주목받고 있다. ⓒCJ그룹 제공

CJ ENM 창작자 발굴·육성 프로젝트 주목

3고(고환율·고물가·고금리)와 무역수지 적자 등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도 재계가 사회공헌 지출을 줄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경련이 올해 초 발간한 ‘주요 기업 사회적 가치 보고서(’옛 사회공헌백서)에 따르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의 50.5%가 사회공헌 지출을 늘렸다. 전년 대비 사회공헌 지출이 25% 이상 증가한 기업도 26.5%에 이르렀다. 2021년 기준 전체 지출액은 2조9252억원으로 전년(2조6123억원) 대비 11.98%나 증가했다.

보고서는 최근의 사회공헌 트렌드로 ‘RE: 10’을 꼽았다. 기존의 소외·취약계층 지원(RElief)이나 후원·보상 프로그램(REward)뿐 아니라 지역사회 청년들의 직장 교육과 창업 지원(REgion), 독립유공자 후손이나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REspect),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산에 따른 자원 순환(REcycle) 등의 활동이 활발해졌다. CJ ENM이 현재 진행 중인 신인 장착자 발굴·육성 프로젝트 오펜(O’PEN)이 대표적인 사례다. CJ ENM은 지난 5월 신인 창작자 발굴·육성 프로젝트인 오펜 스토리텔러 7기와 오펜 뮤직 5기를 출범시켰다. 지금까지 오펜 스토리텔러를 통해 발굴한 작가만 199명이다. 1·2편의 판매부수가 100만 부를 돌파해 밀리언셀러에 오른 《불편한 편의점》의 김호연 작가(1기)와 tvN 《갯마을 차차차》의 신하은 작가(1기), 디즈니+ 《형사록》의 임창세 작가(2기), tvN 《슈룹》의 박바라 작가(3기) 등이 모두 오펜 스토리텔러 출신이다.

오펜 뮤직을 통해 배출한 작곡가도 현재 73명에 이른다.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 2》의 OST 《WHAT IF》와 아이돌 그룹 Kep1er의 《Downtown》 공동 작사·작곡·편곡을 한 이건 작곡가는 오펜 뮤직 1기다.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OST 《존재만으로》의 작곡·편곡을 맡은 Naiv 작곡가(1기), 각종 음원차트에서 오랜 기간 1위를 차지한 가수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의 공동 작곡·편곡을 맡은 JEWNO 작곡가(2기) 역시 오펜 뮤직 출신이다. 남궁종 CJ ENM 오펜사업팀장은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K콘텐츠의 경쟁력과 미래 콘텐츠 산업을 견인할 근본적인 원동력은 결국 실력 있는 창작자다”면서 “오펜은 신진 창작자들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gion).

한화그룹의 경우 REspect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1996년 9월24일, 미국 해군 정보국 군무원으로 근무하던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김(한국명 김채곤)이 FBI에 체포됐다. 주미 한국대사관 해군무관인 백동일 대령에게 로버트김이 국가기밀을 제공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이면에는 한미 외교관계나 남북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었다. 미국 정부와의 관계를 의식해 눈치를 봐야 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김승연 회장은 개인적으로 로버트김을 후원했다. 주위 사람은 물론이고 최측근도 이 같은 상황을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 회장은 천안함 사고 희생자 유가족에게 일자리도 제공하고 있다. 희생자 46명 중 채용을 희망한 38명의 가족 중 유가족의 연령, 경력 등을 종합해 24명을 현재 계열사에 채용한 상태다. 천안함 유가족 채용은 물질적 지원보다는 실제 유가족들에게 장기적으로 필요한 도움을 주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도 유한양행은 지난 4월 한 달간 중고 물품을 기부하는 ‘지구를 위한 옷장 정리’ 캠페인을 진행했다. 임직원들이 평소 입지 않는 의류와 사용하지 않는 중고 물품을 모아 기부하는 캠페인이다. 그 결과 의류 및 물품 1만3000여 점을 수집해 장애인단체 등에 전달했다. 유한양행 측은 향후 자원 재순환과 장애인 복지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지구를 위한 옷장 정리’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RElief).

 

금융권 사회공헌 규모도 확대돼

효성그룹의 경우 2010년부터 수도권 북쪽과 서부전선을 수호하는 육군 1군단 광개토부대를 매년 방문해 위문금을 전달하고 장병을 위한 시설을 후원해 왔다. 호국보훈의 달인 올해 6월에도 효성은 이 부대를 방문해 위문금과 육군 장병 복리후생 지원금 등 4400만원을 전달했다. 이 위문금과 지원금은 군부대 발전과 격오지 체력단련실 조성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REward).

금융권 역시 사회공헌활동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특히 은행권의 경우 2006년 은행연합회를 주축으로 ‘은행 사회공헌협의회’를 출범시켰다. 당시 사회공헌활동 규모는 3조514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2021년 현재는 10조6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세계적인 난임 치료 의료기관인 차병원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양사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지원 대상을 그룹 내 직원에서 전국에 있는 6000여 명의 여성 소방공무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보람상조도 최근 ESG 경영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4월 한국IT복지진흥원에 업무용 PC 150대를 무상 기증했다. 취약계층의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함이었다. 적십자의 날(5월8일)에는 프로탁구단 보람할렐루야를 통해 헌혈 나눔에도 동참했다. 헌혈에는 서현덕 감독대행을 비롯한 코치진과 백호균, 박경태 등 선수단, 구단 관계자 등이 모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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