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판 조지 플로이드? ‘흑인 사망’ 백인 경찰들 무죄에 ‘시끌’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6.2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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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단속 과정에 심장마비…법원 “비만 등 여러 요인”
유족 지지자들, 법원 청사 진입해 규탄 시위
지난 12일 스위스 법원에서 흑인 마이크 벤 피터의 죽음과 관련해 살인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들의 재판을 앞두고 유족을 지지하는 활동가들이 현수막을 들고 있는 모습 ⓒ AFP=연합뉴스
지난 12일 스위스 법원에서 흑인 마이크 벤 피터의 죽음과 관련해 살인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들의 재판을 앞두고 유족을 지지하는 활동가들이 현수막을 들고 있는 모습 ⓒ AFP=연합뉴스

스위스에서 흑인 남성이 마약 단속을 당하던 중 심장마비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백인 경찰들이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위스 법원은 22일(현지 시각) 2018년 당시 39세로 숨진 나이지리아 출신 마이크 벤 피터 사건과 관련해 백인 경찰 6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판사는 고인이 숨진 것은 “비극적”이라면서도 의학 전문가의 소견을 근거로 이같이 판결했다. 판사는 그러면서 비만을 포함해 그의 죽음에 여러 요인이 있다고 덧붙였다.

벤 피터는 2018년 로잔에서 마약 단속 경찰들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발로 차이고 바닥에 엎어진 뒤 심장마비를 일으켜 숨을 거뒀다. 재판에서 경찰들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판사가 50쪽에 이르는 판결문을 약 90분에 걸쳐 읽는 동안 유족 지지자들은 “부끄러운 줄 알라”, “추잡하다”고 소리치며 자리를 떠났다. 곧이어 약 100명의 시위대가 법원 청사 안으로 들어와 경찰들과 변호인들을 향해 야유하면서 “살인자들”이라고 규탄했다.

유족 지지자 중 한 명은 재판이 끝난 뒤 “국가가 경찰을 비호하고 있다”며 “국가가 국민의 편에 서지 않고 심각한 범죄를 외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스위스 검찰은 이 사건을 2020년 5월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에게 눌려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비교하며 경찰들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이 사건은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는 다른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세계 곳곳에서 인종 차별 반대 시위가 벌어지던 2020년 당시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인종 차별 반대 시위에서는 벤 피터의 이름을 넣은 구호가 등장하기도 했다.

소장에 따르면 마약 단속에 나섰던 경찰들은 벤 피터가 검문에 순순히 응하지 않자 그에게 후추 스프레이를 뿌린 뒤 무릎으로 옆구리 등을 가격해 쓰러뜨려 수갑을 채웠다. 고인은 약 3분간 바닥에 엎드린 상태에서 계속 저항하다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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