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의 또 다른 상흔…“국내 고엽 피해자를 아십니까”
  • 박성의·구민주·변문우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6.25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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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73주년]국내 고엽 후유증‧휴유의증자만 3000명 육박
보상안 확대 목소리…與정희용 “참전용사 의료지원 확충해야”

시대와 나라를 막론하고 전쟁의 상흔은 늘 깊고, 길다. ‘6.25 전쟁’도 마찬가지다. 6.25가 발발한지 어느덧 73년이 흘렀지만, 그 피해는 현재진행형이다. 이 중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고 있는 피해자가 있다. 바로 ‘고엽제(제초제) 후유증자’다.

6.25 한국전쟁일을 사흘 앞둔 22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1953년 금화지구에서 전사한 육군 일등중사 서원융의 유족들이 묘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하다. ⓒ연합뉴스
6.25 한국전쟁일을 사흘 앞둔 22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1953년 금화지구에서 전사한 육군 일등중사 서원융의 유족들이 묘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하다. ⓒ연합뉴스

DMZ에 뿌려진 美고엽제…3000명 피해

고엽제 부작용이 알려진 건 월남전 때다. 1965년부터 1970년 사이, 미군은 베트남에 ‘오린지제’라는 이름의 고엽제를 살포했다. 그리고 이 기간 파병을 갔던 한국군 상당수가 후유증을 얻었다. 암에 걸리거나, 신경질환을 앓거나, 부인이 유산 또는 기형아를 낳거나, 심한 피부병에 걸리는 경우가 광범위하게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고엽제 피해는 비단 베트남에서만 발발하지 않았다. 한반도에서도 ‘고엽제의 비극’이 발생했다. 1967년부터 1971년까지 남방한계선 DMZ(비무장지대)에 미국이 고엽제를 살포, 군인 및 민간인 상당수가 후유증을 얻으면서다.

국가보훈부가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고엽제후유증 피해자(6만3185명) 중 월남전 참전자는 6만1661명(97.59%), 국내 고엽 피해자는 1524명(2.41%)이다. 고엽제 후유의증자(4만9763명) 중 월남전 참전자는 4만8436명(97.33%), 국내 고엽 피해자는 1327명(2.67%)이다.

고엽제후유증이란 ‘객관적으로 고엽제에 들어있는 성분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고 증명된 증상’을, 고엽제후유의증이란 ‘고엽제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의심되는 증상’을 말한다. 현재 고엽제후유증은 연조직육종암 등 20가지의 질환을, 고엽제후유의증은 다발성신경마비 등 19가지 질환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 보훈부 역시 DMZ 인근에 미군이 고엽제를 살포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정부도 현행 고엽제법에 따라, 1967년 10월9일부터 1972년 1월31일 사이에 남방한계선 인접지역에서 근무한 군인이나 군무원 중 질병을 얻은 자에 대해 지원하고 있다. 다만 후유증자, 후유의증자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현재 고엽제후유증 환자는 관련법에 따라 보훈병원 또는 다른 전문 의료기관에서 위탁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다만 배우자는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다. 고엽제후유증 환자와 그 2세 환자에게 일정 기준 이상 장애등급 판정이 날 경우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대상자가 사망한 후에는 유족에게 승계되지 않는다. 국가보훈부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엽제후유증자 중 사망한 인원은 8848명이다. 이 중 월남전 참전자는 8638명, 국내 고엽제 피해자는 210명이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30일 오후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6.25참전유공자 이강현 씨 자택에서 열린 '2023년 나라사랑 행복한 집 주거환경개선사업' 행사에 참석해 이강현 6.25참전유공자와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30일 오후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6.25참전유공자 이강현 씨 자택에서 열린 '2023년 나라사랑 행복한 집 주거환경개선사업' 행사에 참석해 이강현 6.25참전유공자와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토털 의료시설’ 건립…尹정부, 지원 확충 나선다

윤석열 정부도 고엽제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대략적인 로드맵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위탁 의료시설을 대폭 확충(2021년 518개소→2027년 1140개소)하고 △보훈병원이 없는 지역의 경우 공공병원을 활용하여 보훈병원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지원할 방침이며 △대전‧대구 보훈병원 재활센터 등을 건립해 ‘진료+재활+요양’을 연계한 보훈병원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월남전 참전용사분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대한민국은 원조받던 국가에서 원조를 주는 유일한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참전용사분들이 10만 명이나 계신다”고 밝혔다.

이어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참전용사분들이 건강하게 지내실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합심하여 이들에 대한 의료지원을 확충해야 한다”며 “확대된 보훈의료 서비스 제공으로 참전용사분들의 헌신에 보답하고 이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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