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불태우고 공격…‘후보 22명’ 난장판 된 과테말라 대선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6.2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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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불법 수송·금품살포 의혹에 소요 사태 이어져
과반 득표자 없이 결선투표 갈 가능성
25일(현지 시각) 과테말라 수도 과테말라시티 인근 산호세델골포에서 군인들이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도착하고 있는 모습 ⓒ AFP=연합뉴스
25일(현지 시각) 과테말라 수도 과테말라시티 인근 산호세델골포에서 군인들이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도착하고 있는 모습 ⓒ AFP=연합뉴스

중미 과테말라의 대통령 선거가 25일(현지 시각) 투표용지 소각과 선거사무원에 대한 폭력 등 혼란 속에 치러졌다.

일부 투표소가 아예 운영되지 못하는 등 참정권을 크게 훼손하는 상황도 발생하면서, 개표 결과를 놓고도 후폭풍이 예상된다.

과테말라 차기 대통령 선출을 위한 투표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수도 과테말라시티를 비롯해 전국 22개 주에서 진행됐다. 유권자들은 3482곳에 마련된 각 투표소를 찾아 자신의 권리를 행사했다. 중미에서 인구(1500만 명)가 가장 많은 과테말라의 유권자는 935만6796명(과테말라 최고 선거법원 기준)이다.

애초 순조롭게 이뤄지던 이번 선거는 그러나 각종 불법 행위로 얼룩졌다.

서부 레탈룰레우 주의 산마르틴사포티틀란에서는 특정 정당에서 외부에 있던 유권자를 대거 수송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반발하는 다른 정당 지지자들이 소요 사태를 일으키자 경찰이 이를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최루가스를 썼고, 부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이곳에서는 누군가 투표용지를 대거 불태우기도 했다. 과테말라 정부는 “한 무리의 성인들이 투표소에 들어가 빈 투표용지를 집어든 뒤 밖에서 불태운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투표용지 소각 의심자 6명을 상대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수도 인근 시골 마을인 산후안델골포에서는 선거사무원 130명이 전날 밤 주민들의 위협을 받았다는 정황 속에 아예 투표소 운영을 하지 못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지역에서는 일부 유권자에 대한 금품 살포 의혹이 제기됐는데, 이에 항의하던 주민들이 투표함을 4곳의 투표소에 들이지 못하게 집단행동을 했다고 과테말라 일간지 프렌사리브레는 전했다.

대체 투표소 마련과 주민 설득에 나섰다가 실패한 과테말라 선거관리위원회는 결국 오후 1시께 해당 지역 투표소 운영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투표용지를 모두 회수했다. 이 때문에 일부 유권자가 투표를 하지 못했다.

이번 대선에는 22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대부분 중도 또는 우파 계열 후보다. 과테말라 대통령 임기는 4년 단임제여서, 알레한드로 잠마테이 현 대통령은 다시 출마하지 않았다. 현지 유력 매체 프렌사리브레에 따르면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는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산드라 토레스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대선 결선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과테말라에서는 1차 투표에서 1위 후보가 과반을 득표하면 그대로 당선이 확정된다. 그렇지 않으면 1·2위 후보가 결선을 치른다.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후보가 없어 8월20일로 예정된 결선투표까지 갈 것이라는 게 현지 관측이다. 

부정부패와 빈곤, 불법 이주가 고질적인 사회 문제로 지적되는 과테말라에서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중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한 사업가이자 유명 인플루언서인 카를로스 피네다를 비롯해 총 4명의 후보가 후보 등록을 못 하거나 후보 자격을 박탈당하면서 큰 논란도 빚어졌다.

출마가 좌절된 이들은 지지자와 함께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과테말라에서 대선을 둘러싼 혼란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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