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한 타이밍, ‘이낙연 귀국 나비효과’는?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6.2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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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리더십‧혁신위 논쟁 속 친낙계 “역할 구상 중” 군불
“이재명이 친명계‧개딸 지켜만 봤듯 이낙연도 그럴 수 있다”
대선 다음날인 지난해 3월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진행된 선대위 해단식에서 이낙연 당시 총괄선대위원장과 이재명 후보가 악수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대선 다음날인 지난해 3월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진행된 선대위 해단식에서 이낙연 당시 총괄선대위원장과 이재명 후보가 악수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1년 전 조용히 떠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지자들과 측근들의 환대를 받으며 야심차게 돌아왔다. 여러모로 절묘한 정치적 타이밍에 귀국한 만큼, 이 전 대표가 민주당에 어떠한 바람을 불러올지 귀추가 쏠리고 있다. 당분간 직접적인 정치 행보는 자제할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총선 공천 룰 논의와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를 기점으로 당내 ‘이낙연 나비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년 17일 간의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치고 24일 귀국한 이 전 대표의 일성은 친(親)이낙연계 인사들조차 놀랄 만큼 단단히 힘이 실려 있었다. 그는 귀국길에서 “대한민국이 이 지경이 된 데에는 제 책임도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저의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며 “이제부턴 여러분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더는 피하지 않고 본인의 정치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사실상 정계복귀를 선언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세간을 의식해 당분간 중앙정치와는 거리두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만큼, 이재명 대표과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도 적다. 그는 주로 외교 분야와 관련해 전국 순회강연을 진행하며 민심을 두루 훑을 예정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나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는 등의 일정도 소화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표는 주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 현재 민주당의 위기와 이재명 대표 리더십 관련한 입장도 넌지시 던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한 친낙계 인사는 26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워낙 신중한 분이기 때문에, 특정 인물이나 계파를 겨냥한 메시지를 내 당을 흔들 여지를 만들진 않으실 것”이라면서도 “당의 어른으로서, 당의 미래를 위해 구성원 모두를 향한 쓴 소리를 할 가능성이 없진 않다”고 전했다.

 

“이낙연, 직접 대립각 안 세워도 친낙계 막진 않을 것”

이 전 대표가 곧장 당내 구체적인 역할을 맡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 시기를 앞당길 변수는 여럿 존재한다. 현재 민주당을 둘러싼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2021년 전당대회 당시 돈 봉투 사건과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 가상자산 논란이 지속하는 가운데, 이제 막 닻을 올린 ‘김은경 혁신위원회’를 둘러싸고도 당내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다. 비명계에선 김은경 혁신위가 친이재명계 중심으로 꾸려졌으며, 이재명 대표에 대한 평가는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민주당 앞에 놓여 있다. 이 대표는 여전히 대장동 ‧성남FC 등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백현동‧쌍방울 의혹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특히 최근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고 검찰을 향해 9월 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라고 압박한 만큼, 여름 전후로 당 안팎에서 이 대표 사법리스크와 관련한 논쟁이 또 한 번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명계 의원들은 꾸준히 “이재명 대표 체제로는 내년 총선을 치르기 힘들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이낙연 전 대표가 복귀하면서 이재명 대표를 견제‧비판하는 목소리에 자연히 화력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목소리가 본격화할 첫 분수령은 ‘김은경 혁신위’의 활동 경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명계에서 납득할 만한 혁신의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이 대표 체제를 향한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와 맞물려 조만간 내년 총선 공천 룰 작업이 본격화하면 이 또한 커다란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자칫 특정 계파에 유리한 공천룰이 도출될 경우 계파 갈등이 분출하고 그 화살은 이 대표에게 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계파의 수장인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는 당의 통합과 연대를 위한 행보에 주력할 것으로 예정된다. 이재명 대표는 25일 이낙연 전 대표 귀국과 관련해 “백지장도 맞들어야 할 어려운 시국이어서 모두가 힘을 함께 모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은 것으로도 전해진다. 수일 내 둘의 회동이 이뤄질 거란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이들의 통합 행보와 달리 각 계파에 속한 의원들 사이 긴장감은 날로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친명계의 주도 하에 머물던 친낙계 등 비명계 인사들이 이낙연 전 대표의 총선 역할론을 강하게 띄울 것이란 전망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에 적극 나서지 않더라도, 말리지 않고 관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한 비명계 인사는 이날 취재진에 “그동안 이재명 대표도 친명계나 개딸들의 강한 어조에 대해 침묵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나. 이낙연 전 대표도 아마 그 정도 스탠스를 당분간 보일 것 같다”며 “그러다 총선에 앞서 때가 됐다 싶으면 움직이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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