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3월 지시’ 진실공방에…‘명예’ 걸겠다는 이주호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6.28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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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관, 尹 ‘공정 수능’ 수차례 지시했지만 모두 ‘구두’여서 “문서 없다” 해명
“킬러 문항, 정답률로만 볼 수 없어…수능 준비 학생들에게 송구”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월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월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불과 5개월 앞두고 꺼내든 '킬러 문항'(초고난도) 배제 논란이 지시 시점을 둘러싼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윤 대통령의 즉흥 발언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이 모든 혼란이 발생했다는 야당의 총공세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구두지시'를 거듭 강조하며 "명예를 걸겠다"고 맞섰다. 

교육부가 '대통령 지시사항 이행 현황'을 문서화 한 기록에는 '수능'이나 '대입' 관련 기록이 전무해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주호 "尹, 3월 구두 지시했지만 실천 못해"…관련 문건은 '0'
 
27일 국회 교육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야당은 윤 대통령이 '공정 수능' 관련 지시를 내린 시점을 두고 집중 공세를 펼쳤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지시 시점을 명확히 밝히라는 의원들의 질의에 "3월8일과 22일"이라고 답했다. 이미 지난 3월 대통령 지시가 나왔지만, 6월 모의평가에서 '킬러 문항'이 출제되는 등 제대로 이행되지 않자 윤 대통령이 최근 이를 다시 꺼내들었고 경질성 인사로도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3월뿐 아니라 대통령께서 상당히 여러 차례 수능 공정성을 강조했다"며 "이 문제의 핵심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제대로 실천을 못 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과 국정과제, 2022~2023년 업무보고, '3대 교육개혁방안' 발표에 '킬러 문항' 관련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유 의원은 "이 소동이 시작된 것이 지난 3월 대통령 지시라고 한다. 그래서 교육부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며 "그런데 교육부에서 온 답변은 등록된 자료가 없다, 대통령이 3월에 뭔가 지시했다는 근거가 아무 데도 남아 있지 않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서동용 민주당 의원도 이 부분을 집중 추궁했다. 공정 수능이라는 중차대한 사안을 대통령이 직접 여러 차례 지시했다면, 부처 차원에서 '대통령 지시사항 이행 현황' 등 기록물로 남겨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구두지시였다"며 기록으로 남기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대통령의 반복적인 지시가 모두 '구두'로 이뤄졌고, 자신 역시 이를 교육부 공무원들에 '구두'로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서 의원은 "(문서로) 등록도 안 된 지시사항을 위반했다고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을 자르느냐"며 "윤 대통령의 갑툭튀 발언으로 대혼란을 초래한 뒤 사과는커녕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맹폭했다. 

그러자 이 장관은 "명예를 걸고 말씀드린다"며 "제가 분명히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고 국장에게 (구두로) 전달했다"고 되받아쳤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6월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은 지난 15일 공개된 윤 대통령의 수능 난이도 관련 언급을 '즉흥 발언'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 경질,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대한 감사, 이규민 평가원장 사임 등 여러 후폭풍과 '킬러 문항' 배제 방침으로 인한 교육 현장 대혼돈 역시 대통령의 말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초래됐다는 것이다. 

서 의원에 따르면, 윤 대통령 취임 후 최근까지 기록된 교육부의 '대통령 지시사항 이행 현황' 문서에는 '수능'과 관련한 내용이 전혀 담기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교육'이나 '대입' 관련 단어가 포함된 내용 역시 없었다.  

유 의원은 "(대통령의) 3월 지시가 분명하다면, (이행하지 못한) 이 장관을 잘라야지 왜 교육과정평가원장을 잘랐느냐"고 반문했고, 이 부총리는 "국장에게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강력히 얘기했으나 6월 모의평가 때 반영되지 않아 경질한 것"이라고 답했다.

김남국 무소속 의원은 "(이 장관이) 잘못된 대통령 발언을 두둔하면서 근본적인 원인과도 동떨어진 '킬러 문항 제외', '(사교육) 이권 카르텔' 이런 것들을 지시하고 또 거기에 맞춰서 후속대책을 내다보니 오히려 혼란이 가중됐다"고 질타했다.

'킬러 문항' 분류를 둘러싼 공방도 오갔다. 윤 대통령 발언 이후 교육부가 수능에서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을 밝히자 구체적인 기준을 둘러싼 현장 혼란이 이어졌다. 이에 교육부는 전날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하면서 지난 3년 간 출제된 수능과 6월 모의평가에서 총 26개의 킬러 문항을 추려내 공개했다. 

6월 모의평가에서는 국어 2개, 수학 3개, 영어 2개 등 7개 문항이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기 힘든 킬러 문항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이날 6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 국어 영역은 예상과 달리 평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킬러 문항은) 정답률로만 볼 수 없다"며 "(수능) 150일을 남겨두고 올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굉장히 송구스럽게 생각하지만 그래서 핀셋으로 (킬러 문항을) 제거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가 선정한 킬러 문항 가운데 EBS 교재 연계 문항도 포함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EBS 연계가 돼 있지만, 답안을 요구하는 과정이 배배 꼬아져 있다"며 공교육 밖 문항으로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월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 보고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월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 보고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통령에 배웠다' 발언, 나이스 먹통에 사과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윤 대통령을 입시 전문가로 치켜세운 이 장관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앞서 이 장관이 '윤 대통령이 입시 수사를 여러 번 해서 저도 많이 배웠다'고 한 것과 관련해 "정부 여당에 간신들이 판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마치 교육부 장관보다 더 대단한 교육부 전문가처럼 포장을 하고, 거기로부터 배운다 그러니 우리 수험생과 학부모님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이 장관을 몰아붙였다.

이에 이 장관은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있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있다는 취지였고 그런 부분에서 오해가 있었다면 사과드리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최근 개통한 '4세대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먹통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질타를 쏟아냈다. 서동용 의원은 "교사가 시험문제를 유출하면 최고 파면까지 징계를 하는데, 이 엄청난 사태에 장관은 어떻게 책임지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 장관은 "현장에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며 "빠르게 문제를 먼저 해결한 뒤 책임 문제를 말씀드리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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