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B’ 없는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내년으로 넘어가나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6.2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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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시정조치안 구체화위해 심사 기한 연장”
파리·로마 등 4개 노선 슬롯 반납 카드 제시하나
인천국제공항에 계류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에 계류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는 8월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지을 예정이었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심사 기한을 연장한 것이다. 업계는 이번 조치로 인해 합병 시한이 2달가량 늦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미국과 일본, EU의 승인만 남은 두 기업의 합병이 상황에 따라선 해를 넘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지난 23일(현지시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승인 여부 결정 시점을 미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EU 집행위는 “(합병 심사) 기한은 근무일 기준 20일 연장된다”고 밝혔다.

이번 심사 기한 연장은 대한항공 측의 요청에 따른 결과다. 대한항공 측은 “시정조치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EU 집행위와 심사 기한 연장 협의를 진행했고, 이에 따라 심사 연장이 최종 결정됐다”며 “심사 연장 기간 내 EU 집행위와 원만하게 시정조치 협의를 완료하고, 최종 승인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EU 집행위는 오는 8월3일까지 양사의 합병 심사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심사 기한 연장으로 결론이 나오기까지 2달가량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대한항공 측은 추가 협의에 따라 연장 기한이 더 당겨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U 집행위는 지난 3월 심사 기한을 7월에서 8월로 한 차례 연장한데 이어 이날 대한항공의 요청에 따라 다시금 연기하게 됐다.

앞서 EU 집행위는 지난달 대한항공에 합병 시 유럽 노선에서 승객·화물 운송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담은 심사보고서(SO)를 통보했다. EU 집행위는 심사보고서에 두 항공사가 결합할 경우 인천~프랑스 파리·이탈리아 로마·독일 프랑크푸르트·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4개 노선에서 여객 운송 서비스를 독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EU 집행위가 사실상 해당 노선의 운수권과 슬롯을 반납하라는 압박으로 보고 있다. 슬롯은 항공기가 공항에서 이착륙하거나 이동하기 위해 배분받은 시간을 뜻한다. 슬롯은 항공사의 주요 경쟁력이자 자산으로 통한다.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킬 것”…슬롯 반납 수순

앞서 대한항공은 영국 경쟁당국(CMA)의 승인을 받기 위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갖고 있던 슬롯 17개 중 7개를 영국 항공사인 버진애틀랜틱에 넘겼다. 중국 당국(MOFCOM)의 승인을 받기 위해 9개 노선에 대한 슬롯 일부도 반납했다. EU 집행위의 승인을 끌어내기 위해선 영국과 중국 사례처럼 슬롯 출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대한항공도 양보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이달 초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에 100%를 걸었다”면서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EU 집행위와의 협상이 길어지면서 두 기업의 합병 시한도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지난 20일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이르면 올해 3분기 중 결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진칼 지분 처분 계획을 포함해 무산 시 '플랜B'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 법무부가 지난달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 터라 합병 절차가 해를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두 회사의 기업결합은 현재 EU와 함께 미국, 일본 등 3개국의 승인만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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