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수출과 관련해 새로운 규제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에 중국 반도체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9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행사 '세미콘 차이나'에서 미국의 추가 규제 가능성과 날로 악화 중인 반도체 공급망 차질이 지배적인 주제였고, 일부 전문가는 '세계화가 죽었다'고 선언했다"고 30일 보도했다.
앞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 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미 상무부가 이르면 다음달 초 엔비디아 등의 반도체 제품을 중국을 포함한 외국으로의 선적 시 사전 허가가 없을 경우, 중단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10월 발표된 수출 제한을 강화하는 것으로, 미국이 중국의 AI 개발을 견제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추가 제재가 현실화된다면 지난해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이후,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생산한 저사양 AI용 반도체 'A800'의 대중 수출도 사전 승인이 있어야 가능해질 전망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전날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회사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의 천난샹 회장은 '세미콘 차이나' 개막 연설에서 일부 국가의 지정학·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가 현재 격동의 시기에 있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세계화와 미래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YMTC을 비롯한 중국 업체 총 36곳을 수출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린 상태다.
천 회장은 "YMTC는 합법적으로 구매해온 부품과 장비들을 더 이상 조달할 수 없게 됐다"며 "부디 그 장비들을 다시 구매할 수 있는 공정한 규정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의 웨이사오쥔은 중국이 반도체 산업 탈세계화 시대의 최대 피해자라며 "세계화가 파괴되면 중국은 글로벌 자원을 이용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A800 수출'을 금지한다면 이는 미국 자신의 길을 가로막는 것"이라며 "새 수출 금지 규제가 중국에는 대체재의 조달·개발을 가속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중국이 첨단 반도체의 기술과 생산에서 모두 미국에 뒤처져 있어 당국이 반도체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려 함에도 이는 단기간에 시행될 문제는 아니라고 짚었다. 그는 "서방이 금지하거나 제한한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첨단 반도체의 양산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 SMIC(중신궈지)의 한디 선임 부회장은 중국이 국제적 공급망에 들어갈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통적인 산업 협력 방식은 새로운 기회와 도전에 직면해있다"라며 중국은 반도체 소재와 부품에 집중해야 하고, 첨단 반도체 제조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