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정부투쟁 ‘올인’에…존재감 사라진 김은경 혁신위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7.0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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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쇄신안 ‘불체포특권 폐지’ 지지부진…지도부는 ‘오염수 투쟁’ 집중
‘내부 쇄신이 먼저’ 목소리도…이낙연 “野, 국민 눈높이 맞는 혁신해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김은경 혁신위위원장이 6월20일 국회에서 열린 혁신위 제1차 회의에서 혁신위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br>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김은경 혁신위위원장이 6월20일 국회에서 열린 혁신위 제1차 회의에서 혁신위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야심차게 닻을 올린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운항 보름 만에 암초에 부딪힌 모습이다. 이재명 지도부의 과녁이 윤석열 정부를 향하는 가운데 혁신위가 띄운 화두가 수면 아래로 묻히면서다. 혁신위가 1호 쇄신안으로 내세운 ‘불체포특권 폐지’와 2호 쇄신안으로 준비 중인 ‘꼼수 탈당 방지안’은 친이재명계의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 대신 이재명 지도부가 장외 투쟁에 몰두하자,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한 비이재명계에선 “내부 쇄신이 먼저”라는 우려섞인 의견이 나온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혁신위가 지난 6월23일 1호 쇄신안으로 띄운 ‘민주당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및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당초 6월30일 의원총회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본회의 안건 논의가 길어지며 결국 혁신안에 대해선 아무런 논의도 하지 못했다. 또 당내 의원들끼리도 ‘불체포특권 폐지’ 관련 이견을 조율하지 못한 모양새다.

민주당 혁신위는 지난 2일 두 번째 혁신안도 예고했다. 해당 혁신안은 의혹에 휩싸인 의원이 ‘자진 탈당’하는 관행을 개선하는 내용이 골자다. 앞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연루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탈당하며 ‘꼬리 자르기’ 비판을 받았던 상황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첫 번째 혁신안이 논의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두 번째 혁신안도 제대로 다뤄질지는 미지수다.

혁신위가 첫 과제부터 암초에 부딪힌 가운데 당 지도부의 ‘지원사격’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최고위원들은 대정부투쟁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7월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쟁의 중대한 분기점으로 판단해 총력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의 굴욕외교와 무능을 규탄하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실제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지난 1일 서울 시청역 앞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규탄 범국민대회’를 열고 총공세를 퍼부었다. 이 대표는 “대통령이라면 먼저 앞장서서 나라의 주권을 든든히 지키고 이웃 나라가 침탈하면 국민이 피곤하지 않도록 대신 싸우겠다고 해야 한다”며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쓸데없는 괴담 소리하지 말고 대한민국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 앞장서서 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민주당은 7월 한 달간 전국을 돌며 규탄 집회를 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오는 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안전성 최종 평가보고서 발표를 계기로 방류가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돼서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이낙연 전 대표의 귀국으로 당내 갈등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대정부공세를 통해 내부 결속과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규탄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무대 위에서 부착된 팻말을 떼는 상징의식을 펼치기 앞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규탄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무대 위에서 부착된 팻말을 떼는 상징의식을 펼치기 앞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非明 “지도부 우물쭈물하면 ‘혁신’ 한 발자국도 못 나아가”

당 지도부는 혁신위에 쇄신 전권을 맡긴 만큼, ‘최소한의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혁신위 무용론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당 지도부가 대여·대정부 공세에만 치중하고 혁신위 안건에 힘을 싣지 않는다면, 쇄신안이 당원과 의원들의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서다. 

이낙연 전 대표도 귀국 후 첫 지역 일정에서 당을 향해 일침을 날렸다. 그는 지난 2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역 참배 후 취재진과 만나 “대한민국이 안팎의 위기에 부닥치고 국민은 몹시 고통을 겪고 계신다. 이런 때 민주당이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할 텐데 국민의 기대에 많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당 혁신 문제도 직접 거론했다. 그는 “민주당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서 필요한 역할을 해주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혁신의 핵심은 도덕성 회복과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다. 혁신은 민주당의 눈높이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내 일부 의원들도 당 지도부를 향해 혁신안을 적극 수용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비명계 중진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6월27일 페이스북을 통해 “혁신위의 불체포특권에 관한 제안에 대해 별것도 아닌데 당 지도부는 왜 우물쭈물 엉거주춤하고, 혁신위는 당 지도부의 그런 입장에 왜 가만있는지 의아스럽다”며 “그렇게 해서야 혁신의 한 발자국 아니 반 발자국이라도 나갈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친명계 초선 의원실 관계자도 “후쿠시마 오염수 규탄도 중요하지만 사실 보좌진들도 모두 대정부공세에만 열을 올리는 것에 동조하진 않는 분위기”라며 “당 외부 현안만큼 내부 쇄신을 통해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는 것도 중요하다. 당 지도부도 혁신위 안건의 존재감이 사라지지 않도록 적극 논의할 의사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위도 당 지도부가 빠르게 혁신안을 수용해주길 기대하는 모습이다. 김남희 혁신위 대변인은 6월30일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가 불체포특권 관련해 혁신위 결단을 존중한다고 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의원들이 국민의 신뢰 먼저 회복하자는 혁신위 취지를 잘 이해해서 대승적 차원에서 좋은 결론을 낼 것이라 믿고 기다리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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