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반도체 제조 등에 쓰이는 금속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업계는 해당 조치가 국내 업체에 끼칠 영향을 점검하고 나섰다. 업계는 그 파장이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미·중 간의 갈등 격화 속에서 중국이 수출 규제를 더 강화하지는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4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전날 성명을 통해 다음달 1일부터 갈륨, 게르마늄과 이들의 화합물을 수출 통제 대상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금속을 수출하려면 상무부가 허가해야 하고, 수출업자들은 해외 구매자에 대해 자세히 보고를 해야 한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에 대한 맞대응적 성격의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태양광 패널, 레이저, 야간 고글, 컴퓨터 칩 등 다양한 제품에 널리 사용되는 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재로 꼽힌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중국의 이번 조치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아직까지는 파장이 제한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갈륨이나 게르마늄의 경우, 국내 반도체 업계가 직접 사용하는 소재가 아니며, 태양광 셀에도 소량 사용되기는 하지만 모듈 공정에서 큰 영향력이 있는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중국의 새 수출 통제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긴급히 평가 중이다. 산업부는 중국의 이번 수출 통제가 아직 특정국을 상대로 한 수출 제한을 의미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국내 기업에 파급될 효과를 배제하지 않고, 국내 비축분 현황과 수입선 동향을 긴급 점검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기업들이 약 40일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규모의 갈륨이 광해광업공단에 비축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가스 형태로 주로 쓰는 게르마늄은 국내 비축 물량은 없지만,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도 수입되고 있어 중국을 대신할 공급선은 확보가 가능한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의 수출 통제 발표가 형식적으로는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위주로 평가하고 있다"며 "향후 중국 측과 다양한 경로로 접촉해 영향을 해소할 수 있게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