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만에 새 시중은행 나오나…‘메기’ 풀어 은행권 과점 깬다
  •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hee_423@naver.com)
  • 승인 2023.07.0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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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검토…"경합시장으로 전환"
지방·인터넷은행 신규인가 추진…비은행권 업무 확대는 추가 검토
5일 금융당국은 은행권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해 은행 산업을 '경합시장'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5대 시중은행 중심으로 굳어진 은행권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해 은행 산업을 '경합시장'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5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과점 체제가 이자 장사에만 치중하는 관행으로 이어졌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2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경쟁 촉진 방안을 논의해왔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은행업계에 신규 플레이어, 즉 '메기'를 풀고자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추는 것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은행 산업을 언제든 경쟁자가 진입할 수 있는 경합시장으로 바꿔 나갈 것"이라며 "실제 경쟁자가 진입하지 않더라도 잠재적 경쟁자에 대해 인식하게 될 경우 경쟁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우선 기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하기로 했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의 전환 의사를 금융당국에 밝혔으며, 금융당국은 신청이 들어오는 대로 전환 요건에 대한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0여년 만에 새 시중은행이 등장한다.

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인가 정책도 문턱을 낮추는 방향으로 전환된다. 기존에는 사실상 금융당국에서 인가 방침을 먼저 발표한 뒤 신규 인가 신청·심사가 진행됐으나 자금력과 적절한 사업 계획만 갖췄다면 언제든 인가 신청을 할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은 또 저축은행이나 지방은행, 외국계 은행 지점 규제를 완화하고 경쟁력을 높여 시중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 범위가 확대되고 외국계 은행 원화 예대율 규제가 완화된다.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의 공동대출 활성화, 핀테크 등 정보기술(IT) 기업의 금융 업무 범위 확대 등 금융회사와 IT 간 협업도 강화한다. 

기존 금융회사 간 대출·예금 금리 경쟁도 촉진한다. 신용대출을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게 하는 온라인 대환대출 인프라는 연내 주택담보대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TF 논의 초반 핵심 논의 사항이었던 특화 전문은행이나 스몰 라이선스(소규모 인허가) 도입은 미뤄졌다. 증권사, 보험사 등 비은행권에 대한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해 은행 핵심 기능인 수신 및 지급 결제 부분에서의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도 추가로 검토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금리 체계를 개편하고 성과급 조정 및 환수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하반기 중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기준금리로 하는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하고 변동형 금리가 대부분인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고정금리 상품을 확대하기로 했다. 장기 성과에 기반한 성과 보수 지급을 강화하고 임직원 성과급·희망퇴직금 및 배당 현황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은행권의 '이자 장사' 비판과 관련해서는 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을 확대할 수 있도록 투자자문업과 신탁업 제도 개선을 통해 은행의 종합 자산관리서비스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이번 방안은 '가격'(금리)과 '서비스'에 대한 실질적인 경쟁을 불러일으켜 국민들에게 금리 인하, 선택권 확대 등 금융 편익을 제고하고, 은행권이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공공적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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