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시론] ‘제3지대 신당’의 성공 비결
  •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7.07 17:05
  • 호수 1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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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촘촘히 줄 세우지 말자던 이른바 ‘진보’는 킬러 문제가 필요한 듯 주장하고, 변별을 통한 교육의 수월성과 자유 경쟁의 원리를 그토록 강조하던 이른바 ‘보수’는 어느새 사교육 분쇄에 목숨이라도 건 듯 행동한다.”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류동민이 경향신문 7월3일자 칼럼에서 한 말이다. 좋은 지적이다. 아닌 게 아니라, 나 역시 관련 뉴스를 볼 때마다 “이 사람들이 모두 다 미쳤나?”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짜증을 내면서 한 생각은 아니다. 오히려 나의 평소 지론인 ‘보수·진보 구분 무용론’을 입증해 주는 사례인지라 즐거운 마음으로 한 생각이다. 이념? 그런 건 없다. 오직 나와 우리의 이익만이 있을 뿐이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월4일 오후 광주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문제해결 중심의 생산적 정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토론회에서 신당 창당 필요성 등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금 전 의원이 주도하는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은 오는 9월 발기인대회를 목표로 창당 준비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월4일 오후 광주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문제해결 중심의 생산적 정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토론회에서 신당 창당 필요성 등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금 전 의원이 주도하는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은 오는 9월 발기인대회를 목표로 창당 준비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최근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제3지대 신당’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관련 기사들을 열심히 읽다가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민주당=진보, 국민의힘=보수’라는 전제하에 신당의 이념적 정체성을 따져묻는 논의가 적잖이 나오는 게 아닌가. 기존 거대 양당을 돕기 위해 그러는 게 아니라면, 그런 어법은 지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기존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정치적 무당파들에게 물어보라. 이념적 정체성과 관련된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어느 정당이 너무 ‘극우’라거나 너무 ‘극좌’라서 화가 치민다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그게 아니다. 그들이 화를 내는 건 좌우를 막론하고 “인간들이 너무 돼먹지 않았다”는 원초적인 것이다. 그간 제기된 몇 가지 주요 불만을 살펴보자.

첫째, 양심이 없다.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해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한 정치를 한다. 거짓말을 너무 쉽게 하고 여러 차례 거짓말이 들통난 정치인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오히려 우대할 정도로 후안무치(厚顔無恥)하다.

둘째, 역지사지(易地思之) 능력이 없다. 그들이 밥 먹듯이 상습적으로 저지르는 내로남불을 보라. 남이 할 땐 비난하던 짓을 자신이 할 땐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 즉 정치권에서 정상적인 소통이 불가능한 결정적인 이유다. 

셋째, 책임이라는 단어나 개념을 모른다. 그들은 ‘오늘’만 알고 ‘내일’을 모르는 포퓰리스트다. 자신들의 돈은 구두쇠처럼 아끼면서도 국민 세금은 펑펑 써 젖히면서 유권자들의 표를 매수하는 정치로 국가의 미래를 좀먹고 있다. 

넷째, 공존이나 타협이라는 단어나 개념을 모른다. 승자독식 노름판에서 정치를 배운 탓인지 상대편을 배제하거나 죽이는 게 정치의 본령이라고 생각한다. 소통을 거부하면서 상대를 물어뜯으려고만 하는 ‘좀비 팬덤’을 키우는 데만 혈안이 돼있다.

다섯째, 증오와 혐오를 선동해 정치를 전쟁으로 만든다. 대중의 피를 끓어오르게 만드는 선동 능력과 적(敵)을 섬멸할 수 있는 기술이 가장 중요한 정치적 능력이다. 국가와 민족? 그건 ‘정치의 전쟁화’를 위한 수사적 양념일 뿐, 중요한 건 같은 패거리의 안녕과 풍요다. 

‘제3지대 신당’의 성공 비결은 간단하다. 위에서 지적한 다섯 가지 불만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답은 의지를 드러내는 수준의 것일 뿐이기에 ‘신뢰’의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신뢰는 시간을 먹고 산다. 장기간에 걸친 평소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엔 믿지 않아도 좋다. 다음번 선거 때까지 우리의 행태를 보고 믿을 수 있다면, 그때 지지를 해줘도 좋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제3지대 신당’이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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