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공화당 대선후보는 트럼프? 아직 모른다
  • 김현 뉴스1 워싱턴 특파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7.08 10:05
  • 호수 1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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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0~50%대 지지율로 압도적 1위
20~30%대 2위인 디샌티스, 토론회에서 반전 모멘텀 만들 수도

미국 전·현직 대통령 중 최초로 형사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법 리스크에도 여전히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에서 선두를 독주하고 있다. 당초 ‘트럼프 대항마’로 평가받았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아직까진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 대선후보가 유력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더불어 또 한 번의 ‘바이든-트럼프’ 맞대결이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종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과 관련한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격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미 NBC방송이 6월16~20일(현지시간) 실시해 같은 달 26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오차범위 ±4.38%포인트)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유권자 51%의 지지를 얻어 1위를 달렸다. 디샌티스 주지사가 22%로 2위를 기록했고,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7%),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5%),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4%) 등이 뒤를 이었다. 에셜론 인사이트(Echelon Insights)가 6월26~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49%를 얻어 16%를 얻는 데 그친 디샌티스 주지사를 33%포인트 차로 제치고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전보다 지지율이 같거나 상승한 반면 디샌티스 주지사는 하락세를 보였다. NBC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4월 조사보다 5%포인트(46%→51%) 올랐다. 반면 디샌티스 주지사는 9%포인트(31%→22%)나 하락해 두 사람 간 지지율 격차가 거의 2배(15%포인트→29%포인트)나 커졌다. 에셜론 인사이트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조사와 지지율이 같았지만, 디샌티스 주지사는 3%포인트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7월1일 S.C.피켄스에서 열린 집회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7월1일 S.C.피켄스에서 열린 집회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

공화당, 트럼프 본선 경쟁력에 우려 표시

현 추세대로만 흘러간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선에서 무난하게 공화당 대선후보 자리를 거머쥘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이 거의 확실한 만큼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리턴 매치’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두 차례나 검찰로부터 기소를 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법 리스크 속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은 공화당 지지층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기소를 ‘정치적 기소’로 보면서 결집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3월말 ‘성관계 입막음 돈’과 관련한 혐의로 맨해튼지검으로부터 기소된 데 이어 지난 6월초엔 연방검찰로부터 국가 기밀문건을 무단으로 반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ABC방송과 여론조사 업체 입소스가 지난 6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7%는 “이번 기소가 정치적 동기로 이뤄졌다”고 답했다. 민주당 지지자 91%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문건 반출 혐의에 대해 “심각하다”고 응답한 것과 달리 공화당 지지층은 38%만이 이에 동의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선 초반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지만, 공화당 내에 불안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성 지지층의 결집으로 당내 경선을 무난히 통과하더라도 본선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확신을 주진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형사 기소된 2건은 물론 1·6 미 의사당 폭동 사태 등 2020년 대선과 관련한 또 다른 사법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는 것은 대선에서 승부를 결정지을 중도 및 무당층에 대한 지지 확장에 장애물로 작용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공화당 내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장 강력한 후보’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親)트럼프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6월27일 CNBC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그가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느냐”고 반문한 후 “그는 이길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이길 수 있다. 트럼프 정책이 바이든 정책보다 낫고 더 간결하다”면서도 “문제는 그가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후보냐 하는 것인데, 저는 답을 모르겠다”고 했다.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로도 불렸던 매카시 의장의 이 같은 언급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본선 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면서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다만 매카시 의장은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강력한 후보’가 누구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세론에 대한 공화당 내 우려는 디샌티스 주지사를 향한 기대감과 맞물려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77세의 고령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교해 45세로 젊은 데다 별다른 사법 리스크도 갖고 있지 않다. 성추문이 지속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암 투병을 한 부인의 곁을 지킨 ‘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예일대를 거쳐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디샌티스 주지사는 ‘똑똑한 트럼프’로 불리고 있고, 주지사 재임 시절 동성애와 불법 이민, 낙태 반대 등 보수적 가치가 강한 어젠다를 주도하며 ‘보수 전사’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디샌티스 주지사가 여론조사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공화당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호감/비호감 비율’이 좋게 나오고 있다. NBC에 따르면 디샌티스 주지사는 ‘60%(호감)/17%(비호감)’인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65%(호감)/23%(비호감)’다.   

ⓒAP 연합
미 공화당 수장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최근 방송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적의 대선후보인지 모르겠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사진은 5월27일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AP 연합

그러나 공식적인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지지율이 상승 곡선을 탈 것이라는 캠프 내부의 전망과 달리 디샌티스 주지사 지지율은 좀처럼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엔 디샌티스 주지사가 보수진영 지지층을 공략하기 위해 전면에 내세운 동성애 등 일부 정책 의제와 관련한 행보가 역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디샌티스 주지사 캠프는 최근 트위터 계정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7월 공화당 대선후보 시절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한 동성애자 전용 나이트클럽에서 총기 난사로 4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과 관련한 애도 연설에서 “성소수자 시민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말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유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때 성소수자들을 배려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며, 디샌티스 주지사가 동성애 문제에 대해 더 보수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디샌티스 주지사의 이 같은 행보는 성소수자에 대한 배제를 넘어 ‘혐오’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수진영에서조차 “선을 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 최대 성소수자 보수단체인 ‘로그 캐빈 공화당원’은 성명을 내고 “분열적이고 절망적인 메시지”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의 찰스 모란 의장은 최근 NPR과의 인터뷰에서 “디샌티스 주지사의 (성소수자에 대한) 공격은 역효과를 낼 것이고, 그의 캠페인이나 공화당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보수층에 구애하는 도발적인 표현은 (오히려) 선거에서 가장 필요한 온건파 유권자들을 소외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하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AP 연합
공화당 대선후보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6월27일 뉴햄프셔주 홀리스에서 열린 타운홀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

“디샌티스, 방송 앵커 출신 부인 내세워야”

일각에선 디샌티스 주지사가 선거 캠프 구성부터 선거 전략 및 캠페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일일이 결정하려고 하는 이른바 ‘만기친람’식 태도를 보이는 게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분석가 타라 뉴섬은 한 지역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디샌티스 주지사가 “전술을 바꾸고 선거 유세에서 (한 걸음) 벗어나야 한다”며 “대신 퍼스트레이디 후보인 케이시 디샌티스 같은 대리인들을 내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디샌티스 주지사의 부인 케이시는 방송 앵커 출신으로 남편의 정치 고문으로서 활발한 외부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만, 디샌티스가 오는 8월 열리는 공화당 대선주자들 간 첫 토론회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강점이 있는 정책 메시지를 정교하게 가다듬는다면 반전의 모멘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인 ‘루거센터’의 폴 공 선임연구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참여하지 않는 첫 토론회에서 디샌티스 주지사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면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정교한 정책적 메시지 등도 디샌티스 주지사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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