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도박 사이트에서 돈 벌려 조직 만들고...과거와 달라진 조폭 현황은?
  • 김현지 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3.07.07 10:05
  • 호수 1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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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 따라 조직 운영, 검찰 특별 관리 계파 156개...일본선 ‘야쿠자’ 세력 약화

‘하얏트호텔 난동 사건’을 일으킨 수노아파는 전남 목포를 거점으로 활동한 폭력조직이다. 1997년 법원의 판단에 따라 범죄단체로 인정됐다. 2000년대 들어 전국으로 활동 무대를 넓혔다. 120여 명으로 구성됐는데, 검찰이 이번에 39명을 일괄 기소했다. 이에 따라 20년 이상 활동한 폭력조직이 사실상 와해 수준에 이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들은 배상윤 KH그룹 회장이 운영하는 사모펀드에 투자했다가 수십억원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제공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가 채증해 지난 6월 공개한 사진. 2022년 7월 전국 조폭 모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조직원들 ⓒ서울중앙지검 제공

‘정치깡패’ 때와는 달라진 조폭

폭력조직의 모습이 변하고 있다. 과거엔 폭력이나 갈취를 일삼으며 범죄를 저질렀던 형태였다면, 최근에는 이권에 따라 조직을 꾸리거나 운영하는 모습이다. 마약을 유통하거나 불법 도박 사이트를 만들기 위해 폭력조직을 결성, 수사망에 걸린 경우도 있다. 지난해 대검찰청 자료를 보면, 우즈베키스탄·러시아 출신 외국인 20여 명은 경기도 안산, 화성, 평택과 충남 아산 등에서 조직을 만들어 마약을 제조·유통했다. 수원지검은 이들을 범죄단체 구성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고, 법원은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과 중국 칭다오 등에 콜센터 사무실을 두고 3조원대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15명 역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기 위해 범죄단체를 구성했다.

기업가로 성장한 경우도 있다. 2010년 쌍방울 주가조작 혐의로 재판을 함께 받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배상윤 회장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과거 전라도를 거점으로 한 조직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얏트호텔 난동 사건’의 주요 인물인 배 회장은 ‘신영광파’ 부두목 신분으로 구속 기소된 인물이기도 하다. 배 회장은 쌍방울 인수에 나서 1대 주주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했다가 김 전 회장에게 소유권을 넘겼다. 그는 이후 그랜드하얏트호텔과 강원 알펜시아리조트 등 유명 회사를 사들이며 성공한 기업가로 변신했다.

우리나라 조직폭력(조폭) 집단은 처음 ‘정치깡패’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1948~60년 정치권과 결탁한 세력이 조직화됐다. 1970년대 이후에는 국내 3대 폭력조직 ‘서방파’ ‘양은이파’ ‘OB파’ 등 전국적으로 여러 계파가 등장했다. 도심에서 칼부림을 하거나 영세상인을 상대로 돈을 뺏는 등 조폭의 폭력성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조직 간에 연합한 범서방파 같은 거대 조폭도 등장했다. 급기야 정부는 1990년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단속과 처벌이 강화됐다. 이에 조폭은 음성적으로 각종 이권과 분쟁에 개입해 명맥을 이어왔다. 사채업, 성매매업소, 사행성 오락실 등을 운영하며 수익 구조를 만들었다. 폭력조직이 주식이나 펀드, 가상자산 등 고수익 종목을 알려준다며 투자금을 가로채는 ‘리딩 사기’에 관여하는 경우도 알려졌다.

검찰 조직은 이에 맞춰 확대·개편을 거듭했다. 1990년 5월 전국 6대 지검에 강력부가 신설됐다. 강력부는 폭력조직과 마약범죄 등을 관할한다. 1994년 1월에는 대검찰청에 ‘민생침해범죄소탕추진본부’가 설치됐다. 전국의 지검·지청에는 ‘지역추진본부’가 마련됐다. 이는 ‘민생침해사범합동수사본부(1997년 4월)’로 확대·개편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대검과 전국 9개 검찰청에 ‘외국인조직범죄 합동수사부(2009년 10월)’를 설치, 외국인 조직범죄 단속에도 나섰다. 국제화되고 불법 체류 외국인도 늘어나면서 외국 폭력조직의 국내 침투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검찰의 특별관리대상 조폭사범 574명 

강력부 신설 이후인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 3대 폭력조직 등 조폭 2만3000명이 검찰 단속망에 걸렸다. 그러다 2018년 7월 뇌물수수나 공직자 비리 등을 다루는 반부패부와 강력부가 통합됐다. 현재 서울중앙지검과 인천·대구·부산지검 등에서만 반부패수사부와 강력범죄수사부가 분리된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는 신준호 부장검사(48·33기)와 부부장검사를 포함한 6명의 검사(조직 3명, 마약 2명, 조직-마약 1명)로 구성됐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의 국제적 폭력조직인 ‘야쿠자’ 세력은 약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폭력조직을 대상으로 한 법률 강화, 인구 감소와 고령화 같은 사회구조 변화 등이 그 배경이다. 3월23일 일본 아사히신문 보도를 보면, 일본 경찰은 2022년 말 기준 전국의 폭력단 세력이 전년 대비 1700명 감소한 2만2400명이라고 밝혔다. 18년 연속 폭력단 세력이 감소한 결과다. 폭력조직에 직접 속한 조직원은 1만1400여 명, 조직에 속하진 않지만 활동에 관여하는 준조직원은 1만1000여 명이다.

지난해 일본 경찰에 검거된 조직원과 준조직원은 전년 대비 15.6%포인트 감소한 9903명이다. 1992년 폭력단 대책법 시행 이후 처음 1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폭력단 대책법은 집단적 혹은 학습적으로 폭력 불법행위를 조장하는 위험이 있는 단체의 구성원을 폭력단으로 규정해 이들을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근거해 단속과 처벌이 강화됐다. 이후 폭력단의 세력이 약해졌고, 수익 구조에도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폭력단 구성도 고령화하고 있다. 폭력단에서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다. 연령별로 보면 50대가 30.8%로 가장 많다. 40대(26.3%), 30대(12.9%), 60대(12.5%), 70대 이상(11.6%), 20대(5.4%) 등 순으로 20대 비율은 10%도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조폭 규모는 어떠할까.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의 특별관리대상 조폭사범은 2022년 12월말 기준 156개 계파, 574명이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범죄정보를 수시로 파악하고, 이를 경찰 등 유관기관과 공유하고 있다. 2017년 기준 형사처벌을 받은 조직폭력사범은 2293명, 구속 인원은 261명이었다. 2021년에는 형사처벌 676명, 구속 8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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