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전 ‘치열’ⵈ정부, 이달 중순쯤 지정
  • 주재홍 인천본부 기자 (jujae84@gmail.com)
  • 승인 2023.07.0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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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14곳, ‘앵커기업·우수한 입지여건’으로 구애 중
인천시, 압도적인 ‘패키징’ 분야 글로벌 경쟁력 내세워 

‘반도체’는 산업을 넘어 경제·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 물자다. 챗GPT와 인공지능(AI), 4차 산업혁명의 필수재로도 활용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포천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세계 반도체 시장규모가 2021년 683조원에서 2029년 1786조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정부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2022년 8월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을 제정하고 반도체 전략산업 특화단지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반도체 전략산업·기술에 대한 혁신생태계 확산과 투자, 기술 개발을 촉진시키겠다는 포석이다. 

현재 전국 지방자치단체 14곳이 반도체 전략산업 특화단지 유치를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경기도에선 평택시와 용인시, 이천시, 화성시, 안성시, 남양주시, 고양시 등 7곳이 출사표를 던졌다. 인천시와 대전시, 부산시, 광주·전남도, 충북도, 경남도, 경북도 등 7곳도 정부에 특화단지 유치를 신청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왼쪽6번째)가 2022년 11월4일 제1차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를 열고 민간위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한덕수 국무총리(왼쪽6번째)가 2022년 11월4일 제1차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를 열고 민간위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정부는 7월 중순쯤 평가를 마치고, 복수의 시·도를 특화단지로 지정할 계획이다. 특화단지에 선정된 지자체는 필요한 기반시설 구축비용을 우선 지원 받는다. 인·허가 처리 기간은 절반으로 줄고, 특화단지 내 일부 부지는 용적률도 상향된다. 첨단전략기술 초 격차 확보를 위한 정부 연구개발(R&D) 예산도 특화단지에 먼저 반영된다.

 

◇반도체 ‘혁신생태계’ 조성ⵈ‘이구동성’

특화단지 유치전에 뛰어든 지자체들의 적극적인 ‘구애’가 뜨겁다. 대부분이 굵직한 앵커기업이 들어서 있는 데다 입지여건이 우수하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위치한 경기지역 지자체는 강력한 후보지로 손꼽힌다.

평택시는 D램과 낸드, 파운드리 시설을 갖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평택캠퍼스는 세계 최대 규모로 반도체 연구·제조가 즉시 가능하다. 평택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차세대 반도체 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용인시는 SK하이닉스가 입주할 예정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삼성전자 미래연구단지, 경기용인플랫폼시티 등 ‘L자형 반도체 벨트’를 중심으로 특화단지 유치에 나선다. 용인 남부 동서축을 잇는 반도체 벨트를 만들기 위해 관련 조례를 만들고 조직을 개편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천시는 SK하이닉스의 본사가 위치해 R&D시설과 우수한 연구 인력이 집중돼 있다는 게 강점으로 평가된다. SK하이닉스 연구소 5곳과 반도체 장비기업 27곳, 세계적 장비 제조사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등이 위치해 있다. 이천시는 최근 반도체기업협의체를 발족해 특화단지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화성시는 삼성전자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은 내년까지 반도체 클러스터 ‘화성 뉴 캠퍼스’를 조성할 계획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안성시는 동신 일반산업단지에 소부장 특화단지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남양주시는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에 반도체 설계 관련 특화단지 유치를 준비 중이다. 고양시는 경기경제자유구역 지정 후보지에 반도체 기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대전시는 KAIST와 충남대학교에서 반도체 인재를 양성해 고급 인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경남도는 항공·방산·원자력·조선 등 제조업 수요 기반의 시스템반도체 특화단지 조성을 고려하고 있다. 

경북도는 SK실트론, KEC 등 반도체 기업이 입주해 있는데다 구미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돼 있어, 기반이 갖춰져 있다는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 부산시는 반도체 소부장 산업 특화단지를 유치해 이동수단(모빌리티) 중심의 반도체 산업생태계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인천, ‘패키징’ 분야 최적 입지ⵈ광주·전남, 충북과 경쟁

인천시도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인천은 시스템 반도체 수출 부문에서 전국 1위를 달리고 있다. 반도체 패키징 분야의 세계 2, 3위 기업도 포진해 있다. 패키징 분야에선 압도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또 수도권의 반도체 명문대학에서 전문 인력을 확보할 수 있고, 남동·주안·부평·시화 반월 등 산업단지와 연계한 발전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왼쪽4번째)이 6월20일 시청 대접견실에서 열린 '국제PCB 및 반도체패키지산업전 업무협약식'에서 협약서에 서명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시
유정복 인천시장(왼쪽4번째)이 6월20일 시청 대접견실에서 열린 '국제PCB 및 반도체패키지산업전 업무협약식'에서 협약서에 서명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시

반도체 산업 분야는 메모리, 비메모리, 패키징으로 나뉜다. 인천시는 패키징 특화단지 유치에 나섰다. 패키징은 시스템반도체의 공정·조립·검사기술이다.

인천 영종도엔 패키징 분야에서 세계 2, 3위를 달리는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와 스태츠칩팩코리아가 들어 서 있다. 이들 앵커기업을 지원하는 소부장 기업도 남동·주안·부평국가산업단지에 1300여개나 포진해 있다. 

인천시는 패키징 분야 특화단지를 유치하게 되면, 전문인력 수급을 통해 반도체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성균관대와 인하대 등 14개 대학과 국책연구기관이 합심해 반도체 전문인력 5만4000명을 양성하기로 했다.

인천시는 영종도에 363만㎡ 규모의 부지를 확보해 놓고 있다. 특화단지를 즉시 착공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한 공장 가동도 가능하다. 이런 장점 때문에 인천시에 입주의향을 밝힌 기업은 136곳에 달한다. 인천시는 이들 기업이 입주하면 5조72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패키징 분야 특화단지 유치전의 경쟁 상대는 충북도와 광주·전남도이다. 충북은 파운드리, 패키징 등 분야를 망라해 특화단지 유치에 나섰다. 충북에 위치한 140여개의 반도체 기업 중 30여개가 패키징 관련 기업이다. SK하이닉스가 청주에 15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 25조원 규모의 추가 투자도 협의 중이다. 

광주·전남도는 패키징 기업을 중심으로 ‘시스템 반도체용 차세대 패키징’을 전략기술로 하는 반도체 육성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특화단지 후보지인 첨단지구 일대에는 엠코테크놀로지가 둥지를 틀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100여개 기업도 들어 서 있다. 광주·전남도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쉽게 공급받을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거점 국립대인 전남대학교를 중심으로 인재양성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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