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고속도로 백지화’ 선언에…野 “도둑질 들켰다고 발 빼기?”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7.0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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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원 “명백한 월권…노선 바뀐 이유와 누가 영향 미쳤는지 해명부터”
김두관 “백지화 대신 원안대로 가야”…일각서 ‘원희룡 탄핵’ 가능성도
더불어민주당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진상규명 TF 강득구 단장과 의원들이 6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고속도로 종점 인근 현장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진상규명 TF 강득구 단장과 의원들이 6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고속도로 종점 인근 현장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일가의 ‘고속도로 특혜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는 가운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추진을 전면 중단하고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두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도둑질하다 들켰다고 발 빼는 모양새”라며 “어떻게 노선이 바뀌게 됐는지, 누가 영향을 미친 건지, 장관은 왜 이런 식으로 백지화를 발표하게 됐는지 철저히 해명부터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토위 소속인 홍기원 민주당 의원은 6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원 장관의 ‘사업 백지화 선언’에 대해 “장관이 그런 문제를 이런 식으로 발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 상당히 의문이고 황당한 월권으로 보인다”며 “(사업을) 백지화한다고 해서 의혹이 그냥 덮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노선이 바뀌게 됐는지, 누가 영향을 미친 건지, 또 장관은 왜 이런 식으로 백지화를 발표하게 됐는지 철저히 밝혀야 하는데, 그런 해명이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원 장관이 본인부터 고발하라고 한 부분에 대해선 “상임위 긴급현안질의 등을 통해서 당 차원에서 차차 밝혀나가야 한다”며 “어떤 절차 과정을 거쳐서 진행이 돼왔는지를 먼저 규명하고, 필요하면 그때 (원 장관을) 고발조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사안 관련 태스크포스(TF)와 국토위가 협업해서 문제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홍 의원은 정부여당에서 ‘민주당이 선동 프레임으로 정부의 추진계획을 무산시켰다’고 비난하는 것에 대해선 “선동으로 국민을 현혹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의혹을 해소하려면) 노선이 바뀐 과정이나 절차, 그리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밝히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혹여 야당이 이렇게 주장한다 해서 국민이 터무니없이 선동에 넘어갈 정도는 아니다”라며 “이번 문제가 앞으로 후폭풍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원 장관의 선언을 두고 “도둑질을 하려다 들켰다고 발 빼는 모습”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논란이 되는 고속도로는 폐지하되 기존 고속도로 사업은 양평군민의 오랜 숙원 사업인 만큼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쟁점이 되니까 그냥 노선을 폐지해버리면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원 장관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 같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번처럼 예비타당성 조사가 끝난 사업의 내용이 갑자기 바뀌는 경우는 ‘전무후무’한 점에도 방점을 찍고 있다. 이날 양평 현장을 직접 찾은 한준호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국토위 차원에서도 사례를 보려고 하는데, 예타가 끝난 사업에 대해 이렇게 환경영향평가에서 바꾼 사례를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 의원은 이날 현장 조사에서 확인한 정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원래 서울 양평간 고속도로는 혼잡도를 개선하기 위해서 뚫는 도로였다”며 “그런데 그 도로의 목적이 완전히 바뀐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새로 바뀐 구간은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에서 약 500m~1km 떨어진 곳이라 그런 땅들의 가치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현장에 답사한 다른 민주당 의원은 “문제가 되는 7000평 정도 되는 부지 자체가 전부 산이다. 그런데 이걸 지목 변경 등을 해서 대지로 바뀌어있다”며 “거기다 종점 변경까지 한 점 등을 전반적으로 미뤄보면 지난 5월에 원희룡 장관이 바뀌면서 진행됐던 사안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부지 자체가 대통령 부부의 재산 신고에 올라가 있는 만큼, 처가 땅으로 치부해서 떼어낼 사안이 아니다”라며 “그만큼 (대통령이) 관리를 잘 했어야 하는데 다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는 일들이 지금 발생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번 사안이 원 장관에 대한 탄핵론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최근 원희룡 장관 같은 경우에는 대곡-소사선과 관련해서도 국회 내에서 위증을 하셨고, 이번 건도 대해서도 ‘실무자의 착각’이라는 식으로 이제 자꾸 떠넘기고 있다”며 “꼬리자르기와 위증 사항에 대해선 국토부 차원에서도 원 장관에게 조치를 하긴 해야 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철저하게 진상규명을 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원 장관은 이날 실무 당정회의에서 고속도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추진을 전면 중단하고 백지화하겠다”며 “다음 정부 때 추진하라”고 초강수를 뒀다. 또 “민주당은 소설 쓰지 말고 날 고발하라”며 “수사에 응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가짜뉴스로 있지도 않은 악마를 만들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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