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쿠데타 ‘불씨’ 될라…김성태 ‘입’에 긴장하는 민주당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7.1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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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모른다’던 김성태…재판 과정에서 “李, 대납 사실 알았을 것”
李 부인에도 野일각 “총선 앞 악재…사실이라면 당 전체 위기”

한동안 잠잠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르는 모습이다. 대북송금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11일 첫 법정 진술에서 “이 대표가 쌍방울의 대납 사실을 보고받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증언하면서다. 김 전 회장은 이 대표와의 회동을 주선하기 위해 ‘억대’의 후원금도 기탁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재판 내용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당 내부에서는 미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김 전 회장이 총선을 앞두고 ‘폭탄 발언’을 하거나 이 대표에게 불리한 추가 증거 등을 제시할 경우, 비이재명계가 반격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면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연합뉴스

침묵 깬 김성태…“방북비 등 800만 달러 대납”

김 전 회장은 11일 오후 수원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신진우) 심리로 열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재명 대표의 방북 비용 등 총 800만 달러(약 104억원)을 대납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회장이 법정에 나와 쌍방울의 대북송금 의혹 관련 진술을 한 건 처음이다.

앞서 검찰은 김 전 회장을 여러 차례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려 했지만 김 전 부회장이 증언을 거부하며 무산됐다. 그러나 이날 증인석에 앉은 김 전 회장은 그간 이 전 부지사 측이 부인해온 쌍방울의 각종 대납 의혹을 인정했다. 김 전 회장은 “억울해서 나왔다”며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가 쌍방울의 대납 사실을 보고받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약 65억원)를 대납한 걸 두고 검찰이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경우 정부 지원을 기대할 수 있어 대납한 게 아니냐”고 묻자 김 전 회장은 “당연히 그분 때문에, 그분 영향력이 컸다”고 시인했다.

검찰이 “이 대표도 대납 사실을 알고 있었냐”고 묻자 김 전 회장은 “맞다”고 했다. 이어 “대납 사실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얘기를 이 전 부지사로부터 들었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물어봤다. (이 전 부지사가) ‘당연히 (이 대표에게) 말했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또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를 세 차례 만나려 했으나 모두 불발됐다”고 증언했다. 김 전 회장이 만남을 추진했다고 주장하는 시기는 △2019년 9월 2회 아시아태평양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이후△2020년 11월 △2021년 7∼8월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시점이다. 당시 만남을 위해 김 전 회장은 이 대표의 선거 캠프에 1억8000만∼2억원의 후원금을 기탁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부인에도 비명계 “진실이면 심각”

이재명 대표와 이화영 전 부지사,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모두 쌍방울 대북송금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특히 이 대표는 자신의 억울함을 강변하기 위해 ‘불체포특권 포기’라는 배수진을 친 상태다.

이 대표는 지난달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300번도 넘게 압수수색을 해온 검찰이 성남시와 경기도의 전·현직 공직자들을 투망식으로 전수조사하고 강도 높은 추가 압수수색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이재명을 다시 포토라인에 세우고 체포동의안으로 민주당의 갈등과 균열을 노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 그 빌미마저 주지 않겠다. 저를 향한 저들의 시도를 용인하지 않겠다”면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언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미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정치권 일각에서 김성태 전 회장의 ‘입’이 이재명 대표를 위협하는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다. 당초 ‘이재명 대표를 모른다’고 했던 김 전 회장이 돌연 입장을 바꾼 가운데 추가적인 ‘폭로’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김 전 회장은 정진상이나 김용 등 이 대표의 최측근들과는 분명 다른 인물”이라며 “김 전 회장은 정치인이 아닌 기업가이자 조폭이다. 이 대표와 의리를 지킬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으로선 김 전 회장을 믿기 어려울 것이고, 그래서 재판 내내 불안할 것”이라고 했다.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를 둘러싼 의혹이 점차 구체화될 경우, 비명계의 반발이 극심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취재에 따르면, 비명계 구심점인 이낙연 전 대표가 귀국한 후 친이낙연계를 중심으로 ‘포스트 이재명 체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지역구의 비명계 의원은 “판결은 사법부의 몫”이라면서도 “재판 과정에서 불필요한 논쟁이 벌어지거나 새로운 의혹이 제기된다면 그 파장은 당 전체에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만약 김성태 전 회장의 주장이 일부라도 사실이라면 그것은 심각한 비위”라며 “선장이 중심을 못 잡으면 배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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