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나이 많다는 이유로 금욕을 강요해서야 [배정원의 핫한 시대]
  • 배정원 세종대 겸임교수 (보건학 박사)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7.16 11:05
  • 호수 1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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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육체적·정신적 건강 문제없는데도 사회적 분위기에 억압
‘낮은 성만족감은 치매와 인지력 저하에 영향’ 연구 결과도

올해 초반 한 지상파 방송국의 아침 방송에 나가서 ‘노년의 성생활’에 대해 짧게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 방송을 보고 한 분이 연락해 왔다. “노년의 성생활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야기해 줘서 많은 격려가 되었다, 노년의 성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해 달라”며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신 것이다. 

“나는 지금 75세이고 아내는 두 살 아래입니다. 나이가 들었고 은퇴도 오래전에 했지만 우리 부부 둘 다 건강하지요. 그래서 일주일에 날을 정해 주말이면 꼭 부부관계를 합니다. 혹시 애들이 와서 그날 못 하게 되면 그다음 날이라도 꼭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부부는 금실이 참 좋고 과거보다 지금이 더 행복합니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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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노년 성생활에 대한 관심 부쩍 높아져

필자의 유튜브 채널 영상에도  ‘80세인데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아내와 부부관계를 한다’는 댓글이 자주 달린다. 또 노년의 성생활에 대해 영상을 올리면 조회 수가 꽤 많아, 최근 노년의 성에 대한 관심이 꽤 높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현실에선 위의 행복한 사례보다는 노년의 사랑과 성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자신이 성욕에 대해 고민하고 문제를 토로하기보다는 주변의 시각과 사회적인 분위기 탓에 억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나이는 70세가 넘었지만 나는 여전히 건강해서 성욕이 있다. 아내에게 부부관계를 요구할 때마다 주책이라며 질색을 하고 질책을 하는데, 70대가 되면 정말 모두 섹스를 그만두나?’ ‘아내와 사별한 지 5년이 지나 한 여성을 만났고 데이트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를 알게 된 딸아이가 만남을 반대한다. 내 나이가 60대 중반이지만 아직도 나는 젊다’ 등의 고민 상담도 많이 받는다. 실제 자신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은 아직도 젊고 문제가 없는데, 사회의 시각으로 인해 금욕을 강요받고 있는 셈이다.

이미 2021년 평균수명이 83세를 넘었고, 은퇴 후에도 ‘제2의 삶’이라며 새로 직업을 갖기도 하고, 요트·다이빙·수영·댄스 등 각종 스포츠나 취미활동을 하고, 남녀가 만나 사교를 할 기회는 넘쳐난다. 배우 안소니 퀸은 80대에, 리처드 기어는 71세에 자식을 낳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몇몇 나이 든 남자 연예인의 자녀 출산 소식이 심심치 않게 미디어를 장식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노인을 무성(無性)적인 존재로 생각해 60세를 넘은 남녀가 성생활을 하고 있거나 관심 있어 하면 ‘주책이다’ ‘무섭다’며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은 젊으나 늙으나 성적인 존재이며, 성욕은 식욕보다 더 강한 생물의 본능이다. 아무리 사람이 ‘생각하는 존재’라고 해도 사랑하는 이를 만들고 그와 사랑을 나누는 것만큼 자신과 타인의 존재를 분명하게 인식하는 경험은 없을 것이다. 청년의 성, 중년의 성, 노년의 성이라는 발달 단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태어나 나이를 먹으며 소년이 청년으로, 청년이 장년으로, 장년이 중년으로 나이 들어 가듯이 성도 그런 것이다. 그래서 우리 몸도 노화와 함께 사회적·경제적, 그리고 관계의 상황 변화와 함께 조금씩 자연스럽게 변해 가는 것이다.

 

70 후반·80 초반에도 25~40%가 성생활

나이 든 후에도 여전히 사랑하고 활발한 성생활을 하는지 여부는 그 커플이 젊었을 때 관계가 좋았다면 당연히 그럴 것이고, 나빴다면 나이 들어 더 좋아지기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어떤 계기를 겪고 관계 회복에 힘써서 더 좋아지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몹시 드문 일이다. 

국내 여러 조사 결과에 따르면 60대 초반의 사람들은 70%가 성생활을 유지하고, 놀랍게도(?) 70대 후반과 80대 초반이 되어도 25~40% 이상이 성생활을 계속한다. 특히 노년의 성생활은 파트너의 유무, 파트너의 건강과 직결된다. 그래서 성관계를 거부하지 않는 배우자가 있거나, 건강이 나쁘지 않고 둘의 관계가 좋으면 계속 규칙적인 성생활을 즐겁게 한다는 것이다.

노년이 되면 몸의 노화와 더불어 성인병이 많아진다. 심장병, 뇌졸중, 당뇨병, 전립선 수술, 술과 담배 등은 성욕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발기를 어렵게 할 수 있다. 여성도 폐경을 겪으면서 질 건조와 질 위축 증상으로 성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의학적인 도움을 받으면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으므로 성생활을 쉽게 포기할 필요는 없다. 남성들이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발기부전 문제는 먹는 약인 비아그라·레비트라·시알리스·자이데나 등을 비롯해 저렴한 복제약이 많이 나와 있어 매일 비타민처럼 먹으면 심장운동을 도와 해결할 수 있다. 또 남성호르몬이 부족해 성욕이 떨어지는 경우는 호르몬 보충요법을 통해 좋아질 수 있다.

여성의 경우도 질 건조 문제는 약국이나 생활용품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윤활제를 충분하게 사용함으로써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여성호르몬 보충요법을 통해서도 폐경에서 비롯된 여러 문제 해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의사와 상의해 보는 것이 좋다. 

노년의 성은 사실 이런 육체적 문제보다 생활방식과 파트너 유무가 중요하다. 특히 70세가 넘은 여성은 관심이 있어도 파트너가 없어 성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또 노인 부부가 요양원 같은 곳에서 단체생활을 할 경우 노인의 성을 걱정하고 금기시하는 직원들의 시선과 환경 때문에 성생활을 정지당하고, 최근에는 손자를 돌보는 노년의 부모가 많아져 생이별을 하거나 자식의 집에서 강제 금욕을 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규칙적인 섹스는 무엇보다 사람의 건강에 이롭다. 규칙적으로 섹스를 하면 심장이 튼튼해지고, 두통이나 요통, 관절염을 줄여주고, 면역력을 높여 잔병치레를 하지 않게 된다. 또 주 1회 이상 규칙적인 섹스를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무려 10.8년이 젊어 보이며, 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며, 혈액순환을 도와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인식만으로 자존감이 높아지고, 당연히 행복감이 높아진다. 

나이 들어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려면 배우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규칙적인 성생활을 하고, 이를 위해서는 걷기·등산·체조·수영·춤 등 유산소운동을 하고 성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전문가와 상의하고 치료를 받는다. 또 다정한 애무와 함께 윤활제를 충분히 사용하며 의무가 아닌 놀이로서의 부부관계를 즐기는 것이 좋다.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한 연구팀은 베트남 남성 8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종단연구에서 ‘발기부전과 낮은 성만족이 기억력을 떨어뜨리며 치매·알츠하이머·심혈관질환 발병과 인지력 저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규칙적이고 질 높은 부부관계가 기억력이나 치매 억제에도 분명 효과가 있다는데, 쓰면 쓸수록 더 좋아진다는 ‘용불용설’을 실천해 보기를 제안한다. 

배정원 세종대 겸임교수 (보건학 박사)
배정원 세종대 겸임교수 (보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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