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또 수해 책임 엄중 경고…“환경부, 물 관리 제대로 하라”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7.1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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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못할 거면 국토부로 넘겨라” “공무원들, 앉아만 있지 말라” 연이어 질타
책임 지는 ‘지도자’보다 책임 묻는 ‘검사’ 모습에 가깝다는 지적도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집중호우로 인해 수십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게 “물 관리 업무를 제대로 하라”고 엄중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환경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더 중요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에 한 장관은 “명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또 “환경부가 물 관리 업무를 가져갔으면 종합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봐야지, 환경 규제라는 시각으로만 접근하면 안 된다”라면서 “제대로 하지 못할 것 같으면 국토부로 다시 넘겨라”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국토부는 치수(治水) 사업을, 환경부는 수질 관리를 해왔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물관리 일원화’를 추진하며 수자원 관리 기능이 환경부로 이관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수해 당시에도 수계에 대한 디지털 시뮬레이션을 포함해 집중호우 때마다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시스템 강화를 주문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어 다시 한 번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호우 발생 후 관계기관과 소속 공무원들을 향한 윤 대통령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 윤 대통령은 중앙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공무원들을 향해 “인식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윤 대통령은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와 산사태 등과 관련해 “이번 인명 피해가 발생한 지역을 보면 산사태 취약지역 등 위험 지역으로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사태를 키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재난 대응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인재(人災)’로 보고 규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공무원들의 안일한 상황 인식을 지적하며 현장 위주의 대응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기후변화 상황을 늘 있는 것으로 알고 대처해야지 이상 현상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인식은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며 “국민의 안전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사무실에 앉아만 있지 말고 현장에 나가서 상황을 둘러보고 미리미리 대처해 달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의 연이은 공무원 질타를 두고 정치권에선 “재난에 대한 공감능력이 부족하고 남 탓만 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수해나 이태원 참사 때와 유사하게 ‘책임자’가 아닌 ‘관찰자’, 책임을 ‘지는’ 지도자가 아닌 책임을 ‘묻는’ 검사에 가까운 모습이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폭우로 사망 사고가 일어난 서울 신림동 반지하 현장에서 “여기 있는 분들은 어떻게 대피가 안됐나 보네”라고 말하는가 하면, 그해 10월 이태원 참사 이튿날에도 사고 현장에서도 “뇌진탕 이런 게 있었겠지” “여기서 다 죽었다는 건가” 등의 발언으로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이번 호우 참사에 대한 윤 대통령의 태도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이라는 자리의 무한책임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역시 “언제부터 재난 상황에 정부가 책임에 답하지 않고 책임을 묻는 주체가 됐나”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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