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클릭’ 효과도 끝? 심상찮은 尹대통령 지지층 이탈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7.1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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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지지율, 취임 후 하락폭 최대…전통·신규 지지층 모두 출렁
‘선명성’으로 보수 결집 노렸지만 오염수‧고속道‧순방 ‘줄 논란’에 발목
폴란드를 공식 방문 중이던 지난 13일(현지 시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바르샤바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 만찬에서 연주회 안내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폴란드를 공식 방문 중이던 지난 13일(현지 시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바르샤바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 만찬에서 연주회 안내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안 상승 곡선을 그리던 윤석열 대통령 국정지지도의 최근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특히 전통 지지층의 이탈이 도드라지면서 서서히 총선 모드에 돌입하고 있는 여권 내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일각에선 ‘우클릭’을 통해 지지층 결집을 도모했던 윤 대통령의 총선 전략에 대대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가장 최근 공개된 한국갤럽(14일 발표)과 리얼미터(17일 발표)의 윤 대통령 지지율 여론조사에 몇 가지 공통점이 나타났다. 가장 먼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해,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간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특히 갤럽 조사에선 전주 대비 지지율이 6%포인트 떨어지면서 1년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38%→32%). 리얼미터의 경우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조사가 이뤄졌음에도 ‘순방 효과’가 전혀 발휘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39.1%→38.1%).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도 ⓒ한국갤럽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도 ⓒ한국갤럽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도 ⓒ리얼미터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도 ⓒ리얼미터

이처럼 지지율이 하락한 데는 여권 전통 지지층의 이탈이 컸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두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60대’ 그리고 ‘부산‧울산‧경남(PK)’에서의 하락세가 돋보인 가운데, 갤럽에선 ‘대구‧경북(TK)’ 지지율 역시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윤 대통령 PK 지지율은 불과 한 주 사이 리얼미터에서 5.6%포인트(44.6%→39.0%), 갤럽에서 11%포인트(47%→36%)나 급락했다. 이를 두고 두 조사기관에선 모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직전 주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 보고서가 공개돼 방류 가능성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해양수산 관련업 비중이 큰 남부권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 당시 여권의 신규 지지층이었던 20대 민심도 한층 싸늘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리얼미터에서 20대(18~29세) 지지율이 2.6%포인트 하락한 한편(34.0%→31.4%), 갤럽에선 한 주 새 8%포인트가 떨어져 10%대로 주저앉았다(25%→17%). 전문가들은 김건희 여사 일가의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이 MZ세대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즉, 연이어 터진 ‘오염수’와 ‘고속도로 논란’으로 인해, 앞선 선거에서 여권에 승리를 가져다 준 전통 지지층과 신규 지지층이 함께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두 여론조사 발표 이후에 터진 ‘수해’와 ‘김건희 여사의 순방 중 명품 쇼핑 의혹’ 등 악재가 더 남아있다는 것이다. 여권에선 추가적인 하락세를 막지 못할 경우 장차 총선 여론전에서 상당히 난항을 겪을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尹 지지율 50% 안팎이어야 승산” “與 이길까봐 국민들 우려해” 

시사저널 취재 결과, 윤 대통령은 총선 승리 전략으로 ‘선명한 보수색(色)’을 내세우는 방안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이념 대 이념’ 프레임으로 영남‧60대 이상을 더욱 공고히 다잡고, 보수 성향이 우세한 2030 남성들까지 끌어오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화물연대 총파업 저지’와 최근 ‘반(反)국가세력 발언’ 직후 일시적인 지지율 상승 효과를 맛본 만큼, 이러한 전략이 현실성 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최근 각종 논란들이 줄을 이으면서 여론은 오히려 윤 대통령의 전략에 역행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논란을 제대로 매듭짓지 못한 채 강경 우클릭 행보만 지속할 경우 결국 총선에서 지지층과 중도층 모두의 외면을 받는 역효과가 날 거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각종 논란과 그에 대한 해명으로 국민들의 염장을 지른 상황에서 안보를 외치고 노동자를 때리는 게 더는 국민들한테 통할 리 없다”'며 “이 점을 지적해 줄 레드팀도 주변에 전혀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대로라면 지지층 이탈은 물론 전 국민이 ‘정치 실종의 비극’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권의 총선 승리를 위해선 윤 대통령의 조속한 전략 수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외의 한 여권 인사는 취재진에 “총선에서 수도권을 주도하고 최종 승리를 거두려면 윤 대통령 지지율이 최소 40%대 후반~50%가 돼야 한다. 여기에 후보 개개인의 능력으로 5~10%정도 더 끌어올리면 비로소 당선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30%대에 머물고 있는데, 억지로 중도 확장 전략으로 돌려도 모자랄 판에 오른쪽으로 계속 내달리기만 한다면 총선은 아무 승산이 없다”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청년대변인 출신 신인규 정치바로세우기 대표도 현 정부의 여론 전략이 출발점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일 윤 대통령이 여소야대 정국에서 약자임을 내세우고 도와달라는 모습을 보였다면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을 것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이와 반대로 과도하게 힘을 사용했다. 지금 정부는 전혀 약해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국민들은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이기면 지금보다 더 막 나가겠네’라고 우려한다. 민주당도 싫지만 어찌됐든 이 정부를 때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14.3%다. 또한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0~14일 닷새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07명 대상을 조사한 것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3.1%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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