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올라타긴 늦었나요?”…2차전지 질주 어디까지 갈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7.1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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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테마주’ 묶였다하면 ‘상승’
“과열 주의” VS “더 오른다” 의견 분분

2차전지를 중심으로 국내 주식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2차전지 대장주인 에코프로가 전날 종가 기준 110만원을 넘어 코스닥 ‘황제주’에 등극한 데 이어, 2차전지 테마주들도 줄줄이 주가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시장의 반응은 둘로 나뉜다. 2차전지 릴레이에 거품이 끼었다는 비관론과 더 치고 나갈 수 있다는 기대다. 2차전지주의 질주는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에코프로가 전 거래일 대비 11.91% 오른 111만8천원으로 거래를 마감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전광판에 에코프로 종가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 연합뉴스
에코프로가 전 거래일 대비 11.91% 오른 111만8천원으로 거래를 마감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전광판에 에코프로 종가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 연합뉴스

2차전지 상승세 무섭네…에코프로, 1년 동안 1500% 폭증

19일 코스닥은 장중 한 때 920.95까지 올랐다. 전날부터 이어진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급등에 따른 결과다. 에코프로비엠은 이날 10.74%(3만5000원) 오른 36만1000원에, 에코프로는 전날보다 소폭 내린 111만7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에코프로는 전날 하루 동안에만 11.91% 급등했다. 두 종목의 합산 시총은 65조원으로, 나란히 1‧2위를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에코프로는 기존 7만5000원 대에서 15배, 에코프로비엠은 8만6000원 대에서 4배 올랐다. 에코프로비엠은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하는 회사이고, 에코프로는 에코프로비엠을 자회사로 둔 지주사다. 이들 형제주는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2차전지 ‘붐’이 불면서 급성장했다.

에코프로 뿐만 아니다. ‘2차전지 관련주’ 꼬리표가 달린 종목엔 수급이 쏠리고 있다. 코스피에선 LG에너지솔루션(2.00%), 포스코홀딩스(2.36%), 포스코퓨처엠(4.80%) 등이 상승 마감했고, 코스닥에선 엘앤에프(17.47%), 천보(0.25%) 등이 줄줄이 오른 채 장을 마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차전지 관련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 2차전지 K-뉴딜지수’는 이날 2.87% 올랐다.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는 모습 ⓒ 연합뉴스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는 모습 ⓒ 연합뉴스

개미 입소문 타고 ‘신격화’…시장선 ‘경고음’

다만 실적과 무관하게 주가가 폭등한다면 주의해야 한다. 2차전지 테마주로 묶였다 하면 과열 양상을 보이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서다. ‘배터리 아저씨’로 화제가 됐던 금양은 1년 만에 주가가 20배나 올랐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2차전지 관련 실적이 보고되지 않는 상태다. 전날 한국거래소는 금양을 하루 동안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했다.

에코프로의 질주와 관련해서도 증권가에선 일찌감치 경고음이 울렸다. 기업의 기초체력에 비해 주가가 과열됐다는 평가다. 에코프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이날 기준 무려 75.63배에 달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의 에코프로 목표주가 평균치는 40만원대에 불과하다. 금융 당국도 지난 4월 2차전지주 열풍과 관련해 ‘이상 과열’ 경고를 내놓은 바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에코프로를 두고 “설명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코프로는 개인투자자들의 소문을 타고 주가가 오르는 ‘밈 주식’ 성격으로 변질된 측면이 있어 , 기존의 주식시장 문법으로는 분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미 증권사 대부분은 에코프로 관련 분석 보고서를 내놓지 않고 있다. 사실상 ‘손을 뗐다’는 해석이다.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차전지 등 배터리 전문 전시 ‘인터배터리 2022’ SK온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된 NCM9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차전지 등 배터리 전문 전시 ‘인터배터리 2022’ SK온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된 NCM9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K배터리, 하반기 실적 호조 예상”

관건은 에코프로를 포함한 2차전지 릴레이가 어디까지 갈 지다. 증권가에서 발행하는 분석 리포트 다수는 개별 종목에 대한 과열 양상을 차치하더라도, 국내 배터리 산업의 성장 가능성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는 2차전지 수주 모멘텀이 양극재 위주였다면, 하반기에는 양극재 뿐 아니라 분리막 등 많은 소재들이 본격 계약이 체결되는 시기”라며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2차전지 섹터 주가 상승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2차전지 업종의 북미 중심 고성장세가 여전히 견고하며 셀에서 소재로 이어지는 수주가 가속화할 수 있다. 특히 동박과 분리막의 경우 북미 현지 공급 부족으로 인해 수주에 기반한 신규 증설이 확대될 것”이라며 2030년 K배터리 기업의 시가총액이 400조원에 다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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