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초청’ 보수 유튜버들, 자유총연맹 집결…‘벌금 지원’ 요청도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7.1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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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위원 대거 위촉…대통령 취임식 초청자 다수 포함
“차비‧벌금 지원해주면 자유 무너뜨리는 세력과 ‘맞짱’ 가능”
최근 정관서 ‘정치적 중립’ 조항 삭제…총선 역할론 솔솔
윤석열 대통령이 6월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 입장하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br>
윤석열 대통령이 6월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 입장하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그 왼쪽으로 강석호 자유총연맹 총재가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자유총연맹이 지난달 미디어분과 새 자문위원으로 극우 성향의 유튜버들을 다수 위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가운데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당시 김건희 여사 추천으로 초청을 받은 인물이 여럿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맞물려 최근 자유총연맹이 정관 내용 중 ‘정치적 중립’ 조항을 삭제한 사실 또한 전해지면서, 내년 총선에서 조직적 역할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새어나오고 있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연맹은 지난달 16일 미디어분과 자문위원장으로 황경구 ‘시사파이터’ ‘시사창고’ 운영자 겸 ‘애국순찰팀’ 단장을 임명했다. 황 단장은 대선 당시부터 윤 대통령 부부를 공개 지지하며 지난해 문재인 전 대통령 자택이 위치한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한 인물이다.

공동위원장으로는 지난해 이태원 참사 분향소 인근에서 장기 집회를 하며 유족들을 비난한 김상진 신자유연대 대표가 임명됐다. 윤석열 검찰총장 당시 응원 화환을 주도했고 윤석열 팬클럽 ‘열지대’ 대표를 지낸 염순태씨도 위촉됐다.

그 외에도 윤 대통령을 공개 지지해오며 김 여사 팬클럽 ‘건사랑’ 성장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깨어있는시민연대’ 이민구 대표, 박근혜 정부에서 대기업 자금으로 보수단체를 지원해 유죄를 선고받은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 또 다른 평산마을 시위자인 ‘짝지tv’ 운영자 유승민씨 등이 자문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욕설 시위를 했던 유튜버 안정권씨의 측근 ‘홈런왕 김탁탁’ 운영자 김정환씨도 자문위원에 포함됐다. 안씨 누나는 대통령실에서 근무했다가 지난해 동생 관련 논란이 공개되면서 사임한 바 있다. 자문위원 김씨는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구속된 안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에 본부장으로 몸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를 포함해 자문위원 중 상당수가 지난해 8월 한겨레가 공개한 윤 대통령 취임식 김 여사 초청 명단과 겹친다.

시사저널이 확인한 지난달 자문위원 위촉식 영상에 따르면, 유튜버들은 강석호 자유총연맹 총재에게 연맹의 예산 확충을 이야기하며 경제적 지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상진 신자유연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여기 계신 분 상당수가 전업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경기도 어려운데 예산을 많이 확충해 차비라도 챙겨주시면 더 힘을 내 대한민국 자유와 안보를 무너뜨리는 세력과 ‘맞짱’을 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자리에 있던 또 다른 유튜버 역시 “총재님이 아스팔트에서 파이팅하는 분들을 위해 예산을 좀 더 편성해줬으면 좋겠다”며 “우리가 벌금 문제가 있는데 굉장히 데미지가 큰 만큼 총재님의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강 총재 역시 긍정적으로 답변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당 출신 총재 취임 후 ‘정치적 중립’ 정관 내용 삭제

이번 극우 유튜버들의 자문위원 위촉에 앞서 자유총연맹은 지난 3월 정관에서 ‘정치적 중립’ 조항을 삭제한 사실도 최근 보도됐다. 이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 연맹이 세를 이용해 모종의 영향력을 발휘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윤 대통령이 직접 자유총연맹 창립기념행사에 참석해 직접 힘을 실어준 것도 다시금 소환되고 있다.

공직선거법 87조에 따르면, 자유총연맹을 비롯해 새마을운동협의회,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은 기관, 단체 또는 대표의 명의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자유총연맹은 박근혜 정권에서 정치 개입 의혹이 불거진 후 2018년 10월 정관에 ‘정치적 중립’ 조항을 삽입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출신인 강 총재가 취임한 후 이를 삭제한 것이다. 이미 소관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역시 정관 개정을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4일 이에 대해 “사실상 여권의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하며 자유총연맹 대한 정치보조금 전액 삭감을 촉구했다. 국세청에 신고된 공익법인 결산서류에 따르면, 지난해 자유총연맹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 등으로부터 받은 보조금 수익은 42억7961만원에 달한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자유총연맹 측은 입장문을 통해 “우리는 정치적 중립 및 선거중립 의무가 명시된 공직선거법을 충실히 이행한다”면서 “자유민주주의를 항구적으로 발전시키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목적 외 어떠한 정치적 활동을 금하고 있음을 분명히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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