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결별’보다 괜찮은 ‘김의겸 궁평차도’?” 비명계, 민주당 고무줄 경고에 ‘부글’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7.2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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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도부‧혁신위 ‘선택적 경고’에 비명계 반발 기류
“‘내부 총질’ 추미애‧‘막말’ 김의겸에 침묵, ‘낙지’ 비하도 방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김은경 혁신위위원장이 6월20일 국회에서 열린 혁신위 제1차 회의에서 혁신위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br>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김은경 혁신위위원장이 6월20일 국회에서 열린 혁신위 제1차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김의겸 의원의 이른바 ‘궁평지하차도’ 발언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두고 비(非)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불만이 새어 나오고 있다. 앞서 이상민 의원의 ‘유쾌한 결별’ 언급에 대해 ‘공개 경고’를 한 것과 비교했을 때, 지도부가 공정성을 잃었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발언 논란에 휩싸였다. 김 의원은 “중국과 러시아가 마치 범람하는 강과 같은데,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가서 한 행동과 말은 우리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궁평지하차도로 밀어 넣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궁평지하차도는 최근 침수 피해로 10여 명이 목숨을 잃은 곳으로, 당장 김 의원의 비유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김 의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유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사과를 밝혔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도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의원 한 명 한 명의 언행이 평소보다 크게 민심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적 재난 상황”이라며 각별한 유의를 당부했다.

김 의원의 즉각적인 사과로 지도부는 어느 정도 논란이 일단락됐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김 의원에 대해 당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경고를 하거나 징계 절차를 밟을 계획 역시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자 당내에선 특정 사안에 대해 심각성을 판단하고 경고 여부를 결정짓는 지도부의 기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이 이재명 대표와 친(親)이재명계에만 지나치게 미온적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앞서 지도부가 이상민 의원의 ‘유쾌한 결별’ 표현을 ‘해당행위’로 규정하고 엄중 경고한 것, 반대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낙연 전 대표를 연이어 저격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침묵하는 행위 등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19일 시사저널과 통화한 한 비명계 의원은 “지도부의 대응을 봤을 때 ‘유쾌한 결별’ 이 한 마디가 김의겸 의원의 참사 관련 실언보다 더욱 당에 위협이 된다는 건데, 이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의 화합을 강조하면서 자꾸만 이렇게 당이 이재명 대표와 친명계에 기울어져 있는 듯한 의심을 줘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새 당원 커뮤니티 '블루웨이브' 홈페이지 메인 화면 ⓒ시사저널
더불어민주당 새 당원 커뮤니티 '블루웨이브' 홈페이지 메인 화면 ⓒ시사저널

혁신위마저 ‘이재명 지키기’? 비명계 의구심 증폭

비명계에선 당 지도부가 당원들 사이에서 이낙연 전 대표와 비명계를 비하하는 표현이 사용되는 데 대해 적극 대응하지 않는 데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블루웨이브’ 등 당원들의 소통 공간에선 연일 이낙연 전 대표 관련한 ‘낙지탕탕이’, 비명계 의원들을 뜻하는 ‘수박’ 등의 멸칭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이를 자제시키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까지 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취한 조치는 지난 11일 “건강한 소통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협조 부탁드린다. 부적절한 게시글엔 조치를 취하겠다”는 블루웨이브 공지가 사실상 전부다. 공지가 올라온 후에도 논란의 표현들은 계속 사용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19일 양소영 민주당 대학생위원장이 블루웨이브에 ‘낙지탕탕이’ ‘수박‘ 등 혐오적 표현을 쓰지 말자는 글을 올리자, 강성 당원들은 “이재명 대표 비하 표현은 왜 문제제기 하지 않느냐”며 양 위원장의 사퇴‧제명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비명계 의원들은 이러한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김은경 혁신위원회마저 사실상 이재명 대표 편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김 혁신위원장은 강성 팬덤 문제에 대해 “민주당 팬덤도 BTS 아미처럼 될 수 있다”고 말하는가 하면,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당의 원로라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본인이 잘 아실 것”이라고 날을 세운 바 있다. 서복경 혁신위원 역시 ‘이재명 지키기 혁신위’라는 지적에 대해 부정하지 않으면서 혁신위의 중립성에 대한 비명계의 의구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당 일각에선 혁신위가 이재명 대표를 향해 더욱 날선 견제와 평가의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친이낙연계 윤영찬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에 출연해 “혁신위가 ‘이재명 대표 체제’는 평가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며 “길을 잃은 혁신위가 문을 닫아놓고 길을 찾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비명계 이원욱 의원도 SBS 라디오에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왜 패배했고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왜 민주당 지지율이 고착돼 있는지에 대한 평가를 미루니 ‘혁신이 제대로 될까’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라며 “혁신에 성역을 두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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