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대북송금’ 미스테리,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7.2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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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대북송금, ‘그분’ 영향” 작심발언…檢수사 새 국면
이재명 “檢, 또 신작소설” 이화영 “대납 보고는 안 했다”

“이재명, 쌍방울 비용 대납 사실 알았을 것이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이재명 방북 비용의 대납을 요청한 적이 없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검찰이 신작 소설을 쓰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른바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사건’을 둘러싼 공방전이 가열되고 있다. 검찰이 ‘이화영 전 지사에게 직접 부탁을 받았다’는 김성태 전 회장의 주장을 고리로 이재명 대표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맞서고 있다. 오는 25일 법정에 서는 이화영 전 부지사가 이 대표와 관련해 어떤 진술을 내놓을지 정치권과 법조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연합뉴스

‘이재명 알았다’는 김성태, 증거는 없다?

검찰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른바 ‘경기도의 물주’ 역할을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와 이재명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경기도 대신 북한에 불법 송금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당초 김 전 회장은 주요 혐의에 모두 선을 그었다. 방북 비용을 대납한 사실도, 이재명 대표와의 연관성도 부인했다. 그러나 최근 입장을 바꿨다. 그는 지난 11일 법정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쌍방울의 비용 대납 사실을 모두 알았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그는 이 대표와 3~4차례 직접 통화했고, 이화영 전 부지사와 함께 이 대표 관사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사실도 폭로했다. 나아가 쌍방울이 경기도가 낼 비용을 지원하게 된 것은 ‘그분(이재명 대표) 영향이 컸다’고 주장했다. 그는 증언 태도를 바꾼 이유에 대해 “회사와 본인 명예가 너무 나빠져 진실을 밝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김 전 회장과 이 대표 간의 직접적 연관성을 증명할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이 등장하는 녹취록이나 문자 메시지 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김 전 회장의 발언에 신빙성을 더하려면 이 전 부지사의 추가 진술이 확보돼야만 하는 셈이다.

그러나 현재 이 전 부지사는 김 전 회장과는 반대되는 증언을 하고 있다. 앞서 이 전 부지사가 검찰 조사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방북 비용 대납 요청 사실을 보고했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이 전 부지사는 21일 가족과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옥중 자필 편지에서 “저 이화영은 쌍방울과 김성태 전 회장에게 스마트팜 비용뿐만 아니라 이재명 지사의 방북 비용의 대납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이 전 부지사는 김 전 회장 측에게 이 대표의 방북과 관련해 ‘선의의 부탁’을 한 사실은 인정했다. 이 전 부지사는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개최된 국제대회에서 우연히 만난 북측 관계자와 김성태가 있는 자리에서 이재명 지사의 방북 문제를 얘기했다”며 “동석했던 김성태에게 김성태가 북한과 비지니스를 하면서 이재명 지사의 방북도 신경 써주면 좋겠다는 취지를 얘기한 바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내용은 이재명 지사와 사전보고 된 내용은 아니다. 즉흥적으로 그같이 말했고, 저로서는 큰 비중을 둔 것도 아니었다. 향후 법정에서 진실을 반드시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정 서는 이화영…檢‧野 예의주시

결국 ‘이재명의 운명’은 이 전 부지사의 ‘입’에 달렸다는 게 법조계 공통된 시각이다. 만약 이 전 부지사가 돌연 변심, 이 대표에게 관련 사안을 보고한 날짜, 시간,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한다면 상황은 이 대표에게 불리해진다. 이 대표가 자신의 방북 비용을 기업에서 대납하는 것을 보고받고 직접 승인까지 했다면 ‘제3자 뇌물 혐의’가 아닌 ‘직접 뇌물 혐의’ 적용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가 줄곧 혐의를 부인, 관련 공방전이 ‘진실게임’으로 흘러갈 시 이 대표가 주장하는 ‘검찰 편파 수사’ 프레임은 되레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지만 당이 ‘정당한 영장 청구일 경우’로 조건을 붙였기에, 민주당 차원에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시도를 무력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매주 화요일 열리는 이 전 부지사의 다음 재판은 25일로 예정돼 있다. 주요 현안 사건인 만큼 법원 휴정기인 다음 달 1일에도 재판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25일이나 다음 달 1일 피고인 신문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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