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혀, 놓고 싶다” 일기장에 적힌 고통…서이초 학부모 소환조사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7.25 09:0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사노조, 일기 일부 공개…“업무·생활지도 어려움 담겨”
경찰, ‘민원 의혹’ 학부모 일부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
7월2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A씨의 추모공간에 추모 메시지가 쓰인 메모지가 붙어 있다. ⓒ 연합뉴스
7월2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A씨의 추모공간에 추모 메시지가 쓰인 메모지가 붙어 있다. ⓒ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극단 선택을 한 교사가 학생 지도와 교원 업무처리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괴로운 심경을 토로한 일기장이 일부 공개됐다. 

25일 서울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노조는 전날 유족의 동의를 받아 서이초 교사 A(24)가 생전에 작성한 일기 내용을 공개했다.

노조가 공개한 일기는 고인 사망으로부터 약 2주일 전인 이달 3일에 쓴 것으로 추정된다. 

일기에는 "금-주말을 지나면서 무기력 처짐은 있었지만 그래도 힘들다고 느껴질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월요일 출근 후 업무 폭탄+○○ 난리가 겹치면서 그냥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고 적혔다.

이어 "숨이 막혔다. 밥을 먹는데 손이 떨리고 눈물이 흐를 뻔했다"며 곳곳에서 괴로운 심경을 토로했다.

'난리' 앞에 쓰인 글자는 학급 내에서 문제를 일으킨 한 학생의 이름으로 보인다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이 7월24일 유족의 동의를 받아 서울 서초구의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초등교사의 일기장 일부를 공개했다. ⓒ 서울교사노동조합 제공
서울교사노동조합이 7월24일 유족의 동의를 받아 서울 서초구의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초등교사의 일기장 일부를 공개했다. ⓒ 서울교사노동조합 제공

노조는 "고인이 생전 업무와 학생 문제 등 학교생활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노조가 제보를 통해 학생 중 (한 명이) 큰 소리를 지르는 등의 행동을 해 고인이 힘들어했다는 정황을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인적 사유로 고인이 되었을거라는 추정성 보도에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전국 교사들의 목소리에 교육당국이 응답하기를 바란다"며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고 무분별한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대책을 신속하게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이달 18일 서이초에서는 2년차 초등교사로 1학년 담임과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NEIS) 업무를 맡았던 교사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교육계에서는 고인이 학급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사안 등으로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진상규명 및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7월24일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 서이초등학교 교사 A씨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 연합뉴스
7월24일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 서이초등학교 교사 A씨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고인에게 이른바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학부모를 불러 조사했다.

서초경찰서는 A씨가 맡았던 학급 학부모 일부를 지난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교사 커뮤니티 등에는 A씨 학급 한 학생이 연필로 다른 학생의 이마를 긋는 일이 있었고, 이 일과 관련해 고인이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번에 경찰 조사를 받은 학부모는 이 '연필 사건'의 양측 당사자다.

노조 측은 이 일과 관련한 학부모가 고인의 개인 휴대전화로 수십 통의 전화를 했으며 고인이 '방학 후 휴대전화 번호를 바꿔야겠다'고 말했다는 동료 교사의 증언도 있다고 주장했다.

파문이 커지자 경찰은 서이초 교사 60여 명 전원을 상대로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을 탐문하고 있다. 우선 A씨와 친한 동료 교사들을 불러 한 차례 조사를 마쳤다.

경찰은 또 유족에게 고인의 휴대전화와 아이패드 등을 제출받아 포렌식 할 예정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