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김치 프리미엄’ 투기 세력 기소…외화 13조원 해외 유출 혐의
  • 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ejk1407@naver.com)
  • 승인 2023.07.2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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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49명 기소…해외 도주한 5명 지명 수배 중
금융사 직원 7명도 기소…묵인 대가로 금품 받은 혐의
가상자산의 시세가 해외 거래소보다 국내 거래소에서 더 높게 형성되는 '김치프리미엄'을 악용한 투기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2021∼2022년 사이 13조원에 이르는 외화를 해외로 유출시키고, 4000억원에 가까운 부당 이익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 연합뉴스
가상자산의 시세가 해외 거래소보다 국내 거래소에서 더 높게 형성되는 '김치프리미엄'을 악용한 투기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2021∼2022년 사이 13조원에 이르는 외화를 해외로 유출시키고, 4000억원에 가까운 부당 이익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 연합뉴스

가상자산의 시세가 해외 거래소보다 국내 거래소에서 더 높게 형성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악용한 투기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2021∼2022년 사이 13조원에 이르는 외화를 해외로 유출시키고, 4000억원에 가까운 부당 이익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대검찰청(대검)은 25일 지난해 8월부터 관세청·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불법 외화 송금 내역을 집중 단속한 결과, 위 내용과 관련해 49명을 기소하고 해외로 도주한 5명을 기소 중지(지명수배)했다고 밝혔다.

대검에 따르면, 이들 투기 세력은 '김치 프리미엄'을 남용한 매매차익을 얻고자 해외 거래소에서 사들인 가상자산을 국내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송금한 뒤 국내 거래소에서 더 높은 가격에 팔았다. 이들은 이후 매각 자금을 허위 무역 대금으로 가장해 금융 회사를 통해 해외로 송금했다. 이런 방식으로 2년간 13조원에 달하는 외화를 유출시킨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기간 중 비트코인을 기준으로 '김치 프리미엄'은 약 3∼5%(최고점 기준 20% 상회) 수준을 기록했다. 이들 투기 세력은 불법 외화 송금을 통해 최소 3900억원 상당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검찰은 추산했다. 이 금액 중 투기 세력이 국내에서 가상자산을 매각하게끔 도운 대가로 관련 일당에게 건넨 범죄수익 281억원에 대해서는 몰수·추징보전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은 또 이들 투기 세력의 불법 외화 유출을 묵인하거나 적극적으로 도운 대가로 현금이나 명품 시계·가방 등을 챙긴 금융사 직원 7명도 재판에 넘겼다. 양벌 규정에 따라 은행과 증권사 등 2개 법인도 함께 기소했다.

대검은 그간 국내 은행들이 외환 영업실적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면서 고객 유치에 혈안이 된 나머지 송금 사유나 증빙 서류를 제대로 심사하지 않는 등 불법 해외 송금 관리·감독 역할을 등한시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범행에 가담한 한 지점장이 소속됐던 은행은 범행이 시작된 이후 1년간 해외 송금 규모가 300배 넘게 폭증했는데도, 어떤 점검도 나서지 않았다. 오히려 실적 우수 지점으로 선정돼 은행장 포상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검은 "수사를 통해 사전 송금방식의 통관 수입대금 지급과 관련한 외환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났으므로 개선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며 "유관 기관과 협력해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고 선량한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불법 외화 유출 범행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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