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사과·관광·복지 삼박자로 지방 소멸 위기 정면돌파”
  • 윤효성 영남본부 기자 (sisa543@sisajournal.com)
  • 승인 2023.07.30 15:05
  • 호수 1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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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경희 경북 청송군수 “창업에서 보육까지, 다양한 혜택 넘치는 청송으로 오세요”

경북 청송군이 올해 전국 최초로 버스 무료화를 도입했다. 과잉 복지라는 시각과 함께 인구 소멸 위기에 직면한 군소 지자체의 아픔이 그대로 녹아있는 슬픈 복지이자 현실이라는 해석도 있다. 누구나 무료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하려는 윤경희 군수의 결심이 군민을 편안하게 만들었고 청송은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무엇보다 이 정책을 도입한 배경에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대한 현실과 고민이 담겨 있다. 윤 군수는 “청송이 인구 소멸 위험지역, 특히 고위험지역”이라며 “다양한 혜택을 통한 인구 유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인구 감소는 곧 경제 문제와 직결된다. 지역경제의 화두는 단연 청송사과다. 전국 명품으로 도약 중인 특산물 사과와 주스는 성공적인 해외시장 진출로 이어져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3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청송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8282 민원처리반’도 윤 군수의 야심작이다. 출장 민원 해결사인 이들은 전화 한 통이면 가정의 전등과 수도꼭지, 샤워기, 방충망 등을 수리해 준다. 무료버스 못지않게 주목받으며 생활정치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전구 교체를 못 해 촛불로 몇 달을 버티다 다시 광명을 찾았다”는 할머니의 감사 인사는 윤 군수에게 보람으로 돌아왔다. 시사저널은 7월21일 재선 1주년을 맞아 천혜의 관광자원에 복지를 더해 지방 소멸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윤경희 청송군수를 만났다.

윤경희 청송군수 ⓒ
윤경희 청송군수 ⓒ청송군 제공

전국 최초로 도입한 요금통 없는 버스가 많은 관심을 끌었다.

“시내버스 무료화는 사실 청송군이 처한 아픔을 대변하는 단상이기도 하다. 고령화와 줄어드는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의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 틀에서 군민을 생각하는 보편적 복지 실현의 한 부분이고, 특히 어르신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려는 시도였다. 무료운행 7개월째인데 25% 이상 승객이 증가했다. 예상치 않게 전국적으로 청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요금통 없는 버스를 보려고 청송을 찾는 분들까지 있다고 하니 본격적인 관광철이 오면 더 많은 손님이 청송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명성에 누가 되지 않게 승객 안전에도 집중하고 있다.”

 

“버스 무료화·민원기동반 적극 육성, 지원”

‘8282 민원처리반’ 생활정치의 긍정적 사례로 꼽히는데.

“가정에서 발생하는 소소한 불편사항을 전화 한 통이면 8282 민원처리 기동반이 출동해 해결해 준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할아버지가 고장 난 전등을 바꾸려 사놓았는데 갑자기 돌아가셨다. 혼자 남은 할머니가 3~4개월 동안 어둡게 지내시다 기동반을 통해 고쳤다. 할머니는 컴컴한 집에서 전등만 바라보며 많이 울었다고 했다. 사회적 취약가구에는 단순한 불편사항도 일상생활에 아주 큰 제약이 된다. 이에 청송군은 올해 1월부터 8282 민원처리 기동반 콜센터를 운영하며 지금까지 1505가구 4010건의 민원을 처리했다. 청송을 대표하는 서비스로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

청송사과가 전국을 넘어 해외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는 평가다.

“한마디로 맛이 좋다. 청송은 해발 고도가 높고 연평균 일교차가 13.4도로 커 사과 재배에 최적지다. 여기에 새로운 수요 창출과 신규 시장 공략을 위해 황금사과로 불리는 시나노골드 품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황금진’이라는 브랜드를 특허청에 상표 등록함으로써 황금사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도 펼치고 있다. 청송사과는 국내를 넘어 인도네시아 300톤 수출 쿼터를 승인받았다. 주스도 현재 필리핀과 베트남, 홍콩, 싱가포르 등으로 수출하는 등 대단한 성과를 내고 있다. 사과 수출은 2019년 233톤에서 코로나 등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지난해 244톤으로 회복했다. 올해의 경우 6월말 기준 99.6톤이지만 성수기를 감안하면 증가세를 기대한다.”

사과축제를 비롯해 청송을 찾는 방문객이 증가하고 있다. 관광도시를 위한 청사진은.

“2023년 청송사과축제는 ‘청송사과, 찬란한 금빛 향연’이라는 주제로 11월 열린다. 코로나 엔데믹 시대를 맞아 올해 축제에 대한 갈망이 높다. 군에서도 이에 발맞춰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5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파천면 일대에 조성한 ‘청송정원’은 봄에는 청보리밭, 가을에는 백일홍 화원으로 변신해 일상생활에서의 힐링과 휴식을 표방하며 ‘산소카페’인 청송군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다. 덕천마을 한옥스테이와 주산지의 왕버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백석탄 관광자원화 사업을 추진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관광정책을 추진하겠다.”

ⓒ청송군 제공
2022년 열린 청송사과축제 장면 ⓒ청송군 제공

“맞춤 복지에 창업지원까지, 청년에 문 활짝”

지방 소멸 고위험군으로 알고 있다. 마주한 현실과 대처 방향은.

“청송군의 총인구는 6월말 기준 2만4453명이다. 최근 5년간 인구 감소율은 1.31%다. 고령 인구 비율은 전국 평균 18.5%, 경북 24.3%에 비해 청송은 41.2%다. 반면 청년 인구 비율은 전국 19.8%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9.4%로 나타났다. 이에 2020년 기준 인구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됐고 특히 고위험지역에 속해 있다. 인구 문제 극복은 어렵다. 먼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의 안정적인 정주 환경을 조성해 직장 및 지역 정착을 돕는 청년빌리지 건립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강점인 자연자원을 활용한 관광 콘텐츠와 청송사과 기반 청년창업도 지원해 신규 일자리 창출 등 지역순환경제를 구축하겠다. 지금도 찾아가는 무료산부인과, 출산육아용품 무료대여, 방과 후 돌봄 서비스, 일자리지원센터 운영 등 대도시보다 수준 높은 혜택을 제공한다. 청송군은 젊은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노인 인구가 많아 의료 인프라가 중요하다.

“청송은 전형적인 농촌 지역으로 지역 내 병·의원이 부족해 주민들의 원정 진료와 이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많은 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보건의료원의 진료 부분을 전국에서 유일하게 인근 도시의 종합병원에 민간위탁으로 운영하고 있다. 토요진료와 안과 특별진료를 시행하고 있으며, 위탁병원 직원을 지역주민 중에서 채용해 일자리 창출 효과도 얻고 있다. 또한 입원실 및 응급실 운영을 통해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있으며 긴급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닥터헬기로 15분 이내 상급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는 체계도 갖췄다.”

민선 7기에 이어 현재 5년 차 군수다. 청송군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되돌아본다면.

“청송사랑화폐 700억원 확대 발행으로 군민의 팍팍한 살림살이에 도움을 줬다. 또 아이스클라이밍국제대회와 드라이툴링대회, 청소년 축구대회, 야구대회, 검도대회 개최 등 전국 규모 체육대회를 청송군에서 열어 체육도시 역량을 강화했다. 대회 관람객과 선수들의 전지훈련 등으로 부가소득까지 향상됐다. 사회 인프라도 확충했다. 청송소방서 개청, 삼자현 터널 준공, 청송읍과 진보면의 전선지중화 사업으로 안전한 도시 공간을 조성했다. 2023년 농촌정비공간 사업공모에 청송읍 덕리지구가 선정돼 사업비 180억원을 확보한 것도 성과다. 살기 좋은 청송을 기대하며 군정을 운영할 것이다.”

군민에게 한 말씀 한다면.

“한 번 더 군수로 일할 기회를 주신 군민들께 감사드린다. 작년 이맘때 선거 열기를 가슴에 새기며 민선 8기 청송군수로 첫발을 내디뎠는데, 벌써 취임 1주년이 됐다. 취임 후 민선 7기부터 이어진 연속사업과 민선 8기에 새롭게 시작되는 일들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도록 늘 바쁘게 지냈다. 벌써 1년이 지났다는 세월의 흐름이 아쉽기도 하지만 청송의 다양한 변화로 군민과 관광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함이 느껴진다. 앞으로도 청송군의 현안 해결과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해 눈에 띄는 도약을 이뤄내고자 한다. 특히 군민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초심을 잃지 않고, 청송의 미래를 위해 온 힘을 쏟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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