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녹조 가득한 4대강으로 되돌아가자는 건가”
  • 김종일·이원석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3.07.31 07:35
  • 호수 1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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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감사원, 기존의 감사 결과 스스로 뒤집어”
“거버넌스 망가뜨리면서 환경 논하는 건 언어도단…누가 앞으로 참여하겠나”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의외로 담담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금강·영산강의 보 해체 결정이 이뤄진 과정에 ‘4대강 사업 반대 시민단체’가 개입했고, 이를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이 지시했다는 감사원 결과가 나온 시점인데도 그랬다. 

김 전 장관은 인터뷰 내내 차분하게 전후 맥락을 설명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감사원 감사가 왜 정치적인지,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이 왜 나오게 됐는지, 감사원의 감사 결과와 맞물려 윤석열 정부의 행태가 우려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거버넌스 체계를 무너뜨리는 일이 왜 심각한 일인지 등을 논리적으로 밝히려고 했다. 7월24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사무실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시사저널 이종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7월24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감사원의 이번 감사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세부적인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거꾸로 이렇게 묻고 싶다. 그럼 4대강 보가 좋았다는 건가. 다시 ‘녹조 라떼’로 되돌아가자는 것인가. 수(水)생태계와 생물 다양성 등의 문제는 어떻게 하자는 건가. 세계적 추세에 역행해 수량만 신경 쓰고 수질은 포기하는 시절로 돌아가자는 건가. 이 모든 걸 포기하고 감사원과 윤석열 정부는 2023년에 다시 토건의 시대로 가자는 건가. 특히 감사원에는 이걸 묻고 싶다. 감사원이 기존에 발표했던 감사 결과들은 다 무시하는 건가.”

하나씩 살펴보자. 그동안의 감사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

“4대강 사업 관련 감사는 이명박 정부 때 1번, 박근혜 정부 때 2번, 문재인 정부 때 1번 이렇게 총 4차 감사가 있었다. 윤석열 정부의 이번 감사는 5차에 해당한다. 이명박 대통령 때 실시된 1차 감사는 4대강 사업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면죄부를 줬지만, 박근혜 대통령 때 실시된 2차와 3차 감사에서는 4대강 보가 본래의 목적인 홍수 조절과 가뭄 대응 기능이 없으며, 수질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의 4차 감사에선 실제로 운하를 위해 수심을 과도하게 유지했으며, 사업의 경제성이 없다는 점이 밝혀졌다. 이번 5차 감사는 4대강 재자연화 과정에 대한 감사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윤석열 정부에 의해 기존 감사 결과와 배치되는 방향으로 활용되고 있다. 즉 형식적으로는 4대강 재자연화에 대한 감사이지만, 결과적으로는 4대강 사업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감사가 돼버렸다.” 

이번 감사 결과와 이전 결과들이 어떻게 다른가.

“5차 감사는 기본적으로 4대강 보에 대한 종합 감사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였던 4대강 재자연화와 관련해 적법하게 수행된 금강・영산강 5개 보 처리방안에 국한해 분석상의 하자와 위원회의 구성에 문제점이 있다고 호도하는 편협한 내용에 불과하다. 그 감사 결과를 받아들이더라도 감사원이 2~4차 감사를 통해 4대강 사업이 잘못 추진됐으며,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으로 추진되어 홍수 예방 등 사업 목적 자체에 부합하지 않고 경제성도 없다고 평가한 내용은 그대로 인정된다. 문제는 감사 결과 발표 후 바로 정부여당이 나서 4대강 보의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감사원 감사 결과가 4대강 사업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공격하는 구실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감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은 문제가 없다는 뜻인가.

“감사원은 2차 감사에서 국토부에 4대강 사업의 향후 활용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수질관리의 어려움 증대, 치수 및 이수계획의 비효율성 문제 등을 종합 검토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유지관리 방안을 마련하도록 조치 통보했다. 환경부에는 오염원 저감 대책만으로 조류 농도 증가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도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투명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개선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수질(환경부 소관)과 수량(국토부 소관)으로 이원화되었던 물 관리 정책을 환경부로 통합 이관했다. 그리고 4대강 재자연화 추진 정책을 국정과제로 삼아 4대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한 정책을 수립해 시행했다. 이렇듯 4대강 재자연화 추진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실행하기 위한 대책이었을 뿐 아니라 대통령 공약 사항으로 국민이 채택한 정책이다. 감사원은 국가 정책에 대한 감사를 실시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4대강 재자연화 과정의 부분적인 지적을 빌미로 재자연화 정책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국민들을 호도하는 지극히 정치적인 감사를 했다.”

이번 감사원 감사의 핵심 지적은 4대강 보 해체 여부 방안을 논의하는 관련 위원회에 ‘4대강 사업 반대 시민단체’가 개입했다는 것이다.

“이 대목은 굉장히 가슴이 아프면서도 어이가 없다. 도대체 이 정부는 거버넌스에 대한 기초도 없나 싶다. 정부와 시민사회가 상호협력하는 거버넌스 체계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사회 혁신 방법의 하나로 채택하는 오랜 역사의 산물이다. 우리도 이미 2000년 김대중 정부가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지속가능발전법’을 제정해 시행하는 성과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 정부가 비공개적으로 작성한 ‘4대강 마스터플랜’에 의해 사업을 추진한 것과 달리, 투명하고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훈령을 제정·시행해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했다. 감사원이 환경부에 요구했던 바와 같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4대강 재자연화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감사원은 김 전 장관이 편향된 심의를 위해 직권남용을 했다고 한다.

“감사원이 4대강 조사·평가 위원회(위원회)의 목적 자체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위원회는 4대강 재자연화를 목적으로 명확히 밝히고 있다. 4대강 재자연화를 할지 말지를 결정하기 위한 조사가 아니라, 4대강 재자연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한 조사를 하는 곳이다. 마치 4대강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참여했다면 4대강 재자연화가 안 됐을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위원회는 민간 전문가들과 공무원들을 병렬로 배치하는 형태였는데, 시민단체 몫으로 참여한 사람들만 전부 고발을 당했다. 거버넌스에 대한 폭거이고 전대미문의 일이다. 당시 위원회에 참여했던 공무원들은 다 허수아비였나. 이런 식으로 하면 대체 앞으로 누가 거버넌스에 참여하려고 하겠나. 정말 개탄스럽다. 거버넌스를 망가뜨리면서 환경을 말하는 건 언어도단이다. 환경 문제에 있어서 모든 사람은 피해자이자 가해자다. 그래서 스스로 되돌아보며 참여와 행동을 통해 해결하는 게 유일한 문제 해결법이다. 그런데 지금 이걸 무너뜨리고 있는 거다. 우리의 발밑을 허물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위원회에 왜 꼭 시민단체 출신이 필요했냐고 묻는다면.

“강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4대강 사업이 완료되고,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녹조로 뒤덮인 4대강 유역의 상황을 상세히 조사하고 기록해왔다. 이렇게 지역의 구체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지역 전문가의 활용은 ‘지식의 공유’라는 환경 거버넌스의 중요한 수단이다. 위원회는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해 유역별로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구체적인 정보와 경험이 꼭 필요했다. 지역 상황에 밝은 유능한 전문가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하고, 참여한 모든 민간 전문가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활동의 보장, 투명한 정보의 공개, 의사결정의 합리성은 감사원이 환경부에 요구한 ‘투명하고 충분한 논의’를 이행하는 방법이다.”

검찰에 고발을 당한 상황이다.

“이번 감사를 청구한 4대강 국민연합의 대표가 누군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이다. 이들은 올해 초 위원회의 민간위원 8명을 형사고발했다. 감사원은 저를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이것만 봐도 이번 5차 감사가 정치 공세인 동시에 민간 전문가들의 공익적 활동을 위협하는 반민주적 행태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렇게 되면 앞으로 거버넌스에 어떤 전문가들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참여를 통한 민주적 환경 정책 수립이 위축되면 심화되어 가는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시기에 오히려 위기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게 우려스럽다.”

4대강 사업 자체는 어떻게 평가하나.

“앞에서도 밝혔지만,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는 이미 끝난 일이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이 홍수와 가뭄 예방에 효과가 없고, 수질을 악화시키며, 경제성도 없다고 지난 감사에서 다 밝혔다. 이번 감사 결과에서도 그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감사 결과를 떠나 최근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기후 위기 시대에 강과 하천의 보 설치는 통수(물 흐름) 효과를 저하하고 지천의 수위를 상승시키는 결과를 초래함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제가 더 가슴 아픈 것은 지금이 굉장히 절박한 시점이라는 사실이다. 지금은 환경을 지키지 못하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물론, 경제적인 안정도 담보할 수 없는 시대다. 그런데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 환경 정책과 가치는 너무 퇴행하고 있다. 4대강 보로 가뭄과 홍수 예방을 하라는 대통령과 환경부 장관의 태도는 환경의 가치를 부정하는 시대착오적인 결정이다. 감사원은 대통령과 환경부가 지난 감사 결과를 무시하고 4대강 보를 활용하려는 방안에 대해 명확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4대강 관련 정책을 수립하려면 지금까지의 감사 결과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투명한 거버넌스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독단적인 윤석열 정부에서 가능할까? 우리가 정말 이런 식으로 해서 다음 세대에게 기후위기를 포함한 환경위기에 대한 답을 줄 수 있을까. 지금의 역행이 슬프고 가슴 아픈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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