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북 송금 보고’ 받았나 안 받았나...8월8일 이화영 법정 증언에 관심 쏠려
  • 김현지·조해수 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3.07.28 10:05
  • 호수 1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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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5일 수원지법에서 이화영 부부싸움한 이유
변호인 해임 문제는 대북 송금 판단의 전초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부인 A씨가 해임하겠다는 변호인(B법무법인)과 계속 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A씨는 한사코 반대하고 있다. 두 사람의 입장 차가 분명하다 보니, A씨가 오늘(7월27일) 오후 이 전 부지사(수원구치소 수감)를 접견하려다가 취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A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조만간 B법무법인과 관련한 폭로를 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전 부지사 측이 7월27일 기자에게 밝힌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이화영 전 부지사 재판 도중 B법무법인의 요청으로 국정원을 압수수색한 적이 있다. 모든 대북 사업은 국정원의 관리·감독하에 이뤄지며, 관계인들은 국정원 참석 아래 회의를 한다. 이에 대한 회의록을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다. 이 문서를 재판에 가져온 것”이라면서 “그런데 이 문서에서 이 전 부지사에게 불리한 내용뿐만 아니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보고를 입증할 수 있는 내용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A씨는 이런 상황에 대해 B법무법인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보여주듯 7월25일 오전, 경기도 수원지방법원 204호 법정에서 이례적 장면이 연출됐다. 형사 사건을 다룬 재판인데 가정법원을 방불케 하는 목소리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쌍방울그룹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부지사와 그의 부인 A씨가 변호사 선임을 두고 다른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이 전 부지사와 A씨는 대표적인 성균관대 출신 운동권 부부로 알려졌다. A씨는 재판 하루 전인 24일 변호사 해임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는 재판에서 “저와 상의되지 않았다”며 변호사 해임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자 A씨가 이 전 부지사를 향해 “정신 똑바로 차리라”며 법정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재판 후에도 A씨가 이 전 부지사와의 대화까지 거부하는 등 부부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왼쪽부터) ⓒ뉴시스·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왼쪽부터) ⓒ뉴시스·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

이화영 부인, 남편 면회 돌연 취소 “국정원 대북 문건 관련 폭로 준비 중”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제가 수감 중이라 자세한 내용을 몰랐다. 우리 집사람이 조금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저와는 상의되지 않고 (변호사 해임이라는) 그런 의사를 밝힌 것 같다. 그래서 변호인도 출석조차 안 하신 것 같다.”

이화영 전 부지사 부인 A씨: “본인이 옥중편지를 통해 그렇게 말해 놓고 그러더니… 변호인은 지난 비공개 재판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의 입장이 바뀌었다는) 그런 일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저는 이게 본인(이 전 부지사)의 의사와 반대되는 입장이라서 (변호사를 해임)한 거다. 정신 똑바로 차리시라.”

재판부: “공식적으로 해임은 선임권자가 할 수 있다. 이 사건은 피고인(이화영 전 부지사)이 선임신고서를 작성했다. 피고인이 해임 의사를 밝히지 않은 이상 변호사들은 변호인의 지위를 갖고 있다고 이해한다. 변호인이 원활하게 변론하기 어려운 만큼, 재판 진행이 어렵다.”

이는 피고인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피고인의 부인이 변호사를 해임하려던 상황인데, 법조계에서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는 “그동안 부인 A씨가 변호인 측에 여러 가지 요구를 했다. A씨와 변호인 측 간에 불협화음이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 피고인 당사자의 동의 없이 변호사를 해임할 수 없는데도, 변호인 측에서 법정에 출석하지도 않았다. A씨와 변호인 간 감정의 골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보여준다”면서 “A씨는 운동권 출신으로 이재명 대표의 열성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A씨는 지금까지 재판 과정에서 남편인 이 전 부지사보다 훨씬 더 정치적인 모습을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화영 전 부지사는 쌍방울그룹에서 법인카드를 받아 사용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상 뇌물 등)로 2022년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뇌물을 제공한 의혹을 받는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도 함께 기소됐다. 이 전 부지사의 쌍방울 법인카드 사용 혐의 관련 재판에서는 대북 송금 의혹도 다뤄졌다. 쌍방울이 2019년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에 800만 달러를 대납했다는 것이 골자다. 이는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대표의 방북 비용(300만 달러)을 비롯해, 경기도 스마트팜 사업 등을 위한 비용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주요 증인인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이 대표의 방북 비용 대납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지사는 2022년 12월 시작된 정식 재판 이후 최근까지 관련 의혹을 부인해 왔다.

하지만 최근 변화가 감지됐다. 이화영 전 부지사가 이재명 대표에게 방북 비용을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쌍방울과 경기도의 연결고리’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은 이재명 대표로도 이어지는 주요 내용이다. B법무법인 소속 변호인은 이 전 부지사가 이재명 대표에게 방북을 보고했다는 취지로 법정 증언하겠다는 사실을 A씨에게 알렸고, A씨가 항의하자 ‘변호인 진술서’로 대체하겠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자 A씨는 7월21일 이 전 부지사의 옥중편지를 공개했다. 자필로 쓰인 옥중편지, 이른바 이 전 부지사의 ‘입장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 전 부지사 부인 A씨가 이 전 부지사를 접견해 받아낸 옥중편지다. A씨는 이후 7월24일 변호인 해임신고서를 제출한 것이다.

“저 이화영은 쌍방울(김성태)에 스마트팜 비용뿐만 아니라 이재명 지사의 방북 비용의 대납을 요청한 적이 없다. 따라서 이재명 지사의 방북 비용 대납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다만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개최된 국제대회에서 우연히 만난 북측 관계자와 김성태가 있는 자리에서 이 지사의 방북 문제를 이야기했고, 동석했던 김성태에게 김성태가 북한과 비즈니스를 하면서 이 지사의 방북도 신경 써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얘기한 바가 있다. 이 내용은 이 지사와 사전 보고된 내용이 아니다.”

상황이 이러한 만큼 7월25일 재판 열기는 뜨거웠다. 이화영 전 부지사의 입장 변화와 관련한 법정 발언이 나온다면 수사 확대 가능성도 높다. 이날 주요 인물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 등이 예정되기도 했다. 이러한 재판 절차는 변호인 해임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면서 불발됐다. 이 전 부지사 부인 A씨는 이화영 전 부지사가 검찰에 회유당하고 있다며 “정말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이 전 부지사를 돕지 않을 수 있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지난해 이 전 부지사 구속 이후부터 민주당을 상대로 구명운동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법정에선 한동안 A씨의 발언이 이어졌다.

ⓒ뉴스1
북한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 겸 조국통일연구원 원장(가운데) 등 북한 대표단과 이재명 경기지사(왼쪽), 이화영 평화부지사가 2018년 11월15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를 방문해 손을 맞잡고 있다. ⓒ뉴스1

이화영의 “대북 송금 보고” 나오면 수사 확대 불가피

“저는 분명히 변호인 변론서를 내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본인은 법정에 세우겠다고 한다. 그래서 옥중편지를 받아왔고, 본인은 분명 이재명 대표의 방북 요청이 없다고 밝혔다. 저 사람은 지금 안에서 너무 모르는 것 같다. 얼마나 자기가 검찰에 회유당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고, 정말 답답하다. 정신 차려야 한다. 그래서 저는 만약 당신이 그런 판단을 하면 가족으로서 하는 모든 권리와 의무를 다 포기하고 싶다. 당신 혼자 알아서 재판 치르고 어떤 도움도 없을 것이라고 본다. 변호사들도 도와주기 힘들다. 하지 않은 이야기를 왜 했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당신이 무슨 이재명 방북을 그랬느냐. 이게 ‘이화영 재판’인가 ‘이재명 재판’인가. 언제부턴가 김성태 회장이 나오시고, 재판이 이상하게 가고 있다.”

재판은 오후에 재개됐다. 하지만 결국 변호인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재판은 10여 분 만에 종료됐다. 다음 재판인 8월8일에야 이화영 전 부지사의 법정 증언이 나올 예정이다. 이 전 부지사의 입에 의해 이재명 대표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다. 다음 재판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일단 이 전 부지사는 변호인 해임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시사저널에 “소송 기록만 5만 페이지가 넘는다”며 “그런데 갑자기 변호인이 바뀌면 그 변호인이 단시간에 내용 파악이 가능하겠느냐는 실무적인 부분에서 이 전 부지사의 걱정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변호인 변경은 힘들지 않겠느냐는 생각인 것 같다”고 했다.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한 이화영 전 부지사의 명확한 입장은 무엇일까. 이 전 부지사 측은 “옥중편지가 곧 그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또 “(입장문이 나온) 이후 이 전 부지사가 검찰에 가서 ‘지금까지 조사받으면서 했던 말과 입장문에 쓴 이야기가 무엇이 다르냐’고 말했고, 검찰에서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성태 전 회장에게 ‘이재명 대표의 방북도 신경 써달라고 말했다’는 등 미묘한 입장 변화도 감지됐다. 그러면서도 이 전 부지사는 자신이 ‘제2의 유동규’로 불리는 데 대해 거부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되레 검찰의 압박 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화영 전 부지사 구속 이후 주변인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이 이유다. 앞서 이 전 부지사의 보좌관 출신인 측근 문아무개씨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씨는 이 전 부지사의 재판에서 쌍방울 법인카드를 이 전 부지사가 아닌 자신이 사용했다고 증언한 인물이다. 여기에 이재명 대표에게 재판 기록을 유출한 의혹을 받는 현근택 변호사뿐만 아니라 B법무법인 소속 변호사와 직원들도 수사 대상이다. B법무법인 소속 변호인이 현 변호사에게 수사 기록을 전달했고, 이를 현 변호사가 유출한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도 수사 대상이다. 이화영 전 부지사 측은 “A씨도 검찰 소환장을 5번 이상 받고, 아들도 뇌물공범·특혜취업과 관련해 입건됐다. 전방위적인 수사로 너무 힘든 상황”이라며 “지금 전 가족이 수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 관련 수사가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이라는 취지다. 검찰 관계자는 이러한 가족에 대한 수사에 대해 “수사 상황에 대해 확인해 드리기 어렵다”면서도 “수사가 진행되면서 또 다른 증거가 나오면 수사하는 건 당연한 절차”라고 반박했다. 검찰의 별건·압박 수사는 사실무근이라는 주장이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7월24일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사건에 연루돼 구속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에 대한 검찰 수사에 항의하기 위해 수원지방검찰청을 찾았다가 지검장과의 면담이 불발되자 청사 앞에 앉아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검찰, 조작 수사” vs 한동훈 “최악의 사법 방해”

이재명 대표를 향한 수사망도 좁혀지고 있다. 당장 이 대표의 경기도 라인 측근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2019년 경기도 대변인이었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7월27일 오전 수원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그는 조사 전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김성태 회장과는 여러 사람과 함께 2019년 5월 단 한 차례 만난 게 전부”라며 “쌍방울과 관련해 아는 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 이야기하려고 검찰 소환조사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김 전 부원장은 대북 송금 의혹을 알지 못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용 전 부원장에 이어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진술도 관건이다. 정진상 전 실장은 경기도 정책실장을 지낸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경기도 라인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면 사실상 이재명 대표에 대한 조사만 남게 된다. 이르면 8월초 이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졌다. 수사 상황에 따라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까지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은 장외전에 나섰다. 김승원(민주당 법률위원장)·민형배(인권위 상임고문)·박범계(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장)·주철현(인권위원장) 의원은 7월24일 검찰의 반인권적 조작 수사를 주장하며 수원지검을 항의 방문했다. 아울러 이들은 수원지검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수사 중인 사안이라 어렵다는 이유로 면담은 불발됐다. 민주당은 이화영 전 부지사와의 접견도 신청했다. 이 역시 성사되지 못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당사자가 부담감을 느껴 접견을 거부했다는 이야기는 근거가 없다”며 “이 전 부지사의 의견 표명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 장관은 7월26일 “권력을 악용한 최악의 사법 방해이자 스토킹에 가까운 행태”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에 수십억 뒷돈을 준 범죄 혐의를 밝혀내서 기소했고 재판이 빨리 진행된 부분은 이미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했다”며 “현재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 등 추가 관련자가 있는지 수사 중”이라고 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7월2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한동훈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이화영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 혹은 입장 변화, 심경 변화가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며 “그렇다면 마지막 게이트키퍼가 이화영 전 부지사라고 봤을 때 이게 뚫리면 영장이 올 수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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