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6만’ 코로나 재공습…“감당할 수 없을지도” 경고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7.3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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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마지막 주 일일 확진자 5만7000명 넘어선 날도…5주 연속 증가세
8월 방역 완화와 검사비 지원 중단 등 동시다발 전개에 우려 시선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치솟으면서 재유행 우려가 나오는 7월31일 서울의 한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이 검사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치솟으면서 재유행 우려가 나오는 7월31일 서울의 한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이 검사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규모가 6만 명대에 근접하며 경고등이 켜졌다. 심상찮은 확산세 속 정부가 8월 중 감염병 등급 하향과 방역 추가 완화를 추진하면서 유행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 추세 속 방역 완화 정책과 검사비 지원 폐지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경우 자칫 또 한번의 대유행과 의료 현장 마비가 현실화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하루 확진 5만7000명 급증…"당분간 증가"

3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일주일간 일평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4만5529명으로, 직전주(3만8802명) 대비 17% 뛰며 5주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7월 들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던 확진자 수는 마지막 주간 하루 6만 명대에 육박한 수준으로까지 치솟았다. 25∼31일 일별 신규 확진자는 5만814명→5만7220명→5만1243명→4만8075명→4만8203명→4만4765명→1만8386명으로, 5만7000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일일 확진자가 5만 명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1월11일(5만4315명) 이후 6개월여 만이다. 주당 평균 확진자 수는 6월까지 1만 명대 후반에 머물렀지만 7월 첫주 들어 2만 명대로 올라섰고, 3주 차에 3만6000명대로 뛰었다. 이후 7월4주차에 4만 명대로 치솟았다.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지난 일주일간 일평균 재원 위중증 환자는 174명, 사망자는 13명으로 늘었다. 이는 직전 일주일(150명·8명)보다 큰 폭 증가한 수치로, 특히 지난 27일에는 하루 사망자가 23명을 기록했다.

최근 코로나19 평균 일일 확진자 수가 5만 명에 육박하며 재유행 조짐이 보이고 있는 가운데 7월31일 광주 북구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 수량을 확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코로나19 평균 일일 확진자 수가 5만 명에 육박하며 재유행 조짐이 보이고 있는 가운데 7월31일 광주 북구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 수량을 확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자연감염과 백신을 통해 갖춰졌던 면역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데다 면역 회피력 높은 새 변이 출현, 확진자 격리 의무 해제와 마스크 착용 의무 추가 해제 등 방역완화에 따른 복합 영향으로 분석했다. 

최근 국내에서 유행하는 변이는 오미크론 XBB 계열이다. 7월 3주차 검출률은 XBB.1.9.2가 27.1%이며 XBB.1.9.1와 XBB.1.16은 각각 22.7%와 20.0%였다. XBB 계열은 기존 변이 대비 전파력이 강하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우세종인 XBB의 면역 회피 능력이 탁월한 데다 방역이 완화된 만큼 당분간 (감염) 증가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검사받는 사람이 적은 점을 감안하면 실제 확진자 수는 2∼3배 많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최근의 확진자 증가를 '예견된 유행'이라고 평가하며 "기존 면역을 회피하는 특성을 가진 변이가 계속 출현하고 복합면역이 형성됐더라도 시간이 지나 예방효과가 감소한 영향"으로 분석했다. 정 교수는 "지금 유행은 보이는 것보다 크다. 적어도 지난해 동절기 유행과 비슷하거나 조금 작은 규모"라며 "이번 유행에서는 인구의 10~15%가 감염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 하루 확진자가 치솟으면서 재유행 우려가 커진 7월31일 서울의 한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한 시민이 검사 장소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코로나 하루 확진자가 치솟으면서 재유행 우려가 커진 7월31일 서울의 한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한 시민이 검사 장소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독감과 달라, 고삐 풀린 망이지 풀어놓는 격"

방역 당국은 당분간 확산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치명률이 낮고 현재 의료대응 역량에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재영 질병청 대변인은 "당분간 유행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치명률이 오미크론 유행 시기의 2분의1에서 3분의1로 낮아진 점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의료대응 역량으로 충분히 대응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당국이 '대응에 큰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와 함께 추가 방역 완화를 동시 전개할 경우 국민들의 경각심을 낮추게 해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8월부터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2급에서 4급으로 낮추고, 코로나19 대응체계를 일반의료체계로 완전히 전환하는 시점과 맞물려 확진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점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감염병 4등급으로 조정되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과 입소형 감염취약시설 등 일부 남은 마스크 착용 의무도 모두 해제되고, 확진자 전수감시 역시 중단된다. 검사비와 치료비는 대부분 환자 본인 부담으로 전환된다. 

때문에 의료 현장 일선에서는 병의원 및 취약시설 마스크 해제에 따른 감염 우려와 함께 검사비 지원 및 현황 집계 중단으로 '깜깜이 감염'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8월 시행이 예상되는 방역 완화안에 대해 "의료기관과 취약시설의 현실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재정 절감만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혹평했다. 이 교수는 "누누이 얘기했지만 병원과 요양원 같은 취약시설에서 코로나19는 절대로 인플루엔자처럼 취급할 수 없다"며 "(코로나19) 진단과 치료 관련 수가지급을 비급여화 하게 되면 지역사회와는 다른 취약한 환자들이 있는 곳에 고삐 풀린 망아지를 풀어놓는 격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내에서 이런 형태의 전파와 유행을 하는 바이러스를 본 적이 없다"면서 "코로나19를 독감처럼 관리했다가는 의료기관과 취약시설이 감당할 수 없다. 코로나19에서 벗어나려면 코로나19에 취약한 시설에 대한 대책을 만들어놓고 시작해야 한다"며 당국의 안이한 대응을 질타했다. 

추가 방역완화 조치 초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데 대해 고 대변인은 "유행 상황을 면밀히 살펴 신중하게 결정할 예정"이라며 "개인 방역조치 준수와 함께 고위험군 피해 최소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국은 오는 10월 오미크론 XBB 계열 변이를 기반으로 한 새 백신 접종을 실시하고 적극적인 접종 독려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백신 호응도가 낮을 것이란 전망에 대해 질병청은 "의료진과 협력해 환자들에게 백신에 대해 적극 알리도록 교육하고, 독감과 동시에 코로나 접종도 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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