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력” 강조한 잼버리 조직위…‘고열·구토’ 온열환자 속출에 커지는 우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8.0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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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 21명…오는 12일 폐막 때까지 온열질환자 더 늘어날 듯
시민단체 “국민에 외출 자제하면서 국제행사 부적절…수정해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막일인 8월1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행사장에서 한 참가자가 선풍기 두 대를 들고 걸어가고 있다. 이날 부안군에는 폭염경보가 발효됐다. ⓒ 연합뉴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막일인 8월1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행사장에서 한 참가자가 선풍기 두 대를 들고 걸어가고 있다. 이날 부안군에는 폭염경보가 발효됐다. ⓒ 연합뉴스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대서 열리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온열환자가 속출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7월 말 집중호우로 인해 행사장 곳곳이 진흙투성이로 변하는 등 폭염과 폭우로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일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세계잼버리 개막일인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행사가 진행되는 야영장에서는 총 10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대부분 고열과 어지럼증, 구토 등 증상을 보였다. 

하루 전날인 지난달 31일 오전 6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행사장에 도착한 참가자들 중 유사한 증세를 보인 11명을 포함하면 이틀간 21명이 온열질환 증세를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 전날 11명의 경우 발열·고열 5명, 탈수 4명, 열사병 1명, 열탈진 1명으로 집계됐으며 모두 치료를 마치고 야영장으로 복귀했다.

이틀 간 발생한 온열질환자 대다수는 스웨덴, 영국, 방글라데시, 미국 등 국적의 외국인이다.

이날 부안 지역 낮 최고기온은 34.5도(체감기온 34.9도)를 기록했으며 온종일 폭염경보가 발효됐다.

소방당국은 행사가 오는 12일까지 열리는 데다 폭염이 장기화하고 있어 온열질환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막일인 8월1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야영장에 텐트가 설치돼 있다. ⓒ 전북 부안군 제공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막일인 8월1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야영장에 텐트가 설치돼 있다. ⓒ 전북 부안군 제공

온열질환자 속출로 참가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잼버리 조직위원회도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조직위는 불볕 더위가 예상됐던 만큼 곳곳에 무더위를 식힐 시설과 물품 등을 배치했고, 실시간으로 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조직위에 따르면, 야영장 내에는 대형 그늘텐트 1700여 개와 안개 분사 시설 등으로 온도를 낮출 수 있는 덩굴 터널 57개 동(7.4㎞ 길이)이 설치됐다. 또 폭염이 더 심해질 경우를 대비해 참가자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스포츠파크나 실내체육관, 부안댐 숲, 해창석산 숲 등 6곳을 대피 시설로 지정했다.

아울러 행사 기간 염분과 생수를 충분히 공급하고, 폭염 대비 행동 요령을 지속 홍보해 폭염 피해를 최소화 한다는 방침이다.

최창행 잼버리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매우 더운 날씨를 충분히 예상했다"며 "우려하는 것과 달리 참가자들은 굉장히 강한 정신력을 갖고 있으며 야영 생활에도 익숙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주까지는 덥고 습한 공기가 지속해서 유입될 것"이라면서 "만일의 상황까지 대비해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막일인 8월1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행사장 일부가 물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막일인 8월1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행사장 일부가 물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온열질환자 발생과 함께 최근의 집중호우에 이은 소나기로 행사장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기는 등 배수와 위생 문제에 대한 우려도 함께 터져나오고 있다.

전북민중행동과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북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시민단체들은 전날 공동성명을 내고 "잼버리 조직위는 '안전사고뿐 아니라 온열질환, 벌레 물림 등으로 하루에 환자가 430여 명 발생할 걸로 추산'하고 있다"며 "4만3000명이 참여하는 국제행사에서 매일 참여자의 1% 가량이 건강과 안전의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대회기간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폭염에 국민들에게는 자제가 권고되는 야외활동을 다수가 참여하는 국제행사에서 진행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야영지 내 행사 전면 취소와 비상대응 체제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한편, '청소년 문화올림픽'으로 불리며 4년마다 개최되는 세계잼버리는 오는 12일까지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열리며 세계 158개국에서 온 청소년 4만3281명이 참여한다. 국외 참가자는 3만9385명, 국내 참가자는 389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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