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6일 만에 복귀한 류현진의 무한도전…남은 두 달이 관건
  • 김형준 SPOTV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8.05 11:05
  • 호수 1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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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끌어올리고 체인지업 실투 줄여야 호투 가능성 높아져
치열한 선발 경쟁 치러야…포스트시즌 합류 여부가 분기점

현대 야구는 강속구 투수의 전성시대다. 그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메이저리그는 평균 구속이 시속 97.0마일(156km/h)을 넘는 투수가 2015년 15명에서 지난해 53명으로 7년 사이 4배 가까이 늘어났다. 
  
14년 만에 WBC 우승을 차지한 일본 대표팀은 8강에서 시속 164km를 던진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와 최고 구속이 165km/h인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를 비롯해 넘쳐나는 강속구 투수들로 화제가 됐다. 구리야마 일본 대표팀 감독은 “강속구에 강한 메이저리그 타자들과 맞서려면 투수들의 구위가 뛰어나야 했다. 그래서 구속을 보고 뽑았다”고 했다. 일본은 미국 못지않게 구속을 강조하고 있다. 오랫동안 1마일(1.6km)을 유지했던 일본 프로리그와 한국 KBO리그의 평균 구속 차이는 이제 2마일로 벌어졌다.

두 번째 토미존(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8월2일 426일 만에 복귀전을 치른 류현진 ⓒAP 연합

복귀전서 여전한 구속 보여

류현진은 시대에 역행하는 투수다. 2019년 류현진은 평균 구속이 시속 90.9마일(146km/h)로 규정 이닝을 채운 61명 중 50위였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ERA) 1위를 차지했고 사이영상 2위를 했다. 2020년에는 평균 89.9마일로 1.0마일 줄었지만 사이영상 3위에 올랐다. 
  
그런 류현진에게도 구속이 중요하다. 과거 류현진은 “나는 체인지업으로 타이밍을 빼앗는 투수이기 때문에 구속 차가 핵심”이라며 구속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실제로 류현진은 평균 구속이 90.0마일(145km/h)을 넘는 경기와 그렇지 않은 경기의 차이가 크다. 그렇다면 돌아온 류현진은 어땠을까. 
  
류현진은 8월2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경기에서 426일 만에 복귀전을 치렀다. 18년 만에 두 번째 토미존(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만 36세 투수가 한 번의 일정 연기도 없이 재활 등판을 4번만 하고 돌아온 부분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토미존 수술은 회복 기간이 최소 14개월인데, 류현진은 정확히 14개월 만에 돌아왔다. 
  
류현진은 아메리칸리그 최강팀인 볼티모어를 상대로 2회까지 5개의 안타를 맞고 3점을 내줬다. 평균 구속은 88.3마일이었다. 류현진은 이후 3이닝을 3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 도전했다. 6회에도 올라온 류현진은 체인지업이 한복판에 몰리며 홈런을 맞았고 5이닝 4실점으로 교체됐다. 하지만 선전한 3회부터 5회까지의 평균 구속은 첫 2이닝보다 1.0마일 높은 89.3마일이었다. 호투 기준인 90.0마일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복귀전에서 류현진은 커브가 5개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커브는 류현진이 던지는 네 가지 공  중에서 사용 빈도가 가장 떨어지는 공이다. 하지만 주무기인 체인지업은 제구가 흔들렸고, 그다음으로 많이 써야 하는 커터는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 각이 큰 다르빗슈의 커터가 슬라이더와 혼란을 주는 공이라면, 각이 작은 류현진의 커터는 포심과 혼란을 주는 공이기 때문에, 류현진은 커터의 구속 또한 중요하다. 하지만 복귀전의 커터 구속은 평균 84.2마일로, 지난 시즌 대비 1.8마일 덜 나왔다.
  
구속을 호투할 수 있는 수준에 가깝게 더 끌어올리고, 체인지업 실투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 복귀전에서 나타난 과제였다면 부상 전보다 더 날카로워진 커브, 여전히 뛰어난 피칭에 대한 감은 긍정적이었다.
  
문제는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이다. 류현진이 선발 로테이션에 추가된 건 토론토가 휴식일 없는 17연전 동안 한시적으로 6명의 선발투수를 써야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17연전이 끝나면 한 명이 빠진다. 토론토가 5인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는 시점은 류현진이 3번째 등판을 마치고 나서다. 류현진에게 주어진 기회는 앞으로 두 번인 것이다. 
  
선발 트리오인 케빈 가우스먼, 호세 베리오스, 크리스 배싯이 든든한 토론토에서 현재 가장 위험한 투수는 류현진을 유독 잘 따르는 알렉 마노아(25)다. 지난해 사이영상 3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던 마노아는 올해 첫 13경기에서 1승7패 6.36에 그친 후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하지만 한 달의 수정 후에도 제구 난조는 고쳐지지 않았다. 류현진이 남은 두 경기에서 호투한다면 마노아가 빠지겠지만, 마노아가 잘 던지고 류현진이 부진하다면 류현진이 빠진다. 하필이면 가장 친한 마노아와 의자 뺏기 싸움을 해야 한다.
  
첫 번째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면 두 번째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토론토는 현재 치열한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을 하고 있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가 가장 강한 디비전이라는 어려움이 있지만, 디비전 우승에 실패하더라도 와일드카드가 유력한 토론토는 진출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포스트시즌은 선발 4명을 쓰기 때문에 포스트시즌에 가면 자리 하나가 더 줄어든다. 이때 류현진과 자리 경쟁을 해야 하는 선수는 일본인 투수인 기쿠치 유세이(32)다. 토론토 구단은 같은 좌완이지만 강속구를 던지는 기쿠치가 불펜으로 갔을 때 활약이 더 뛰어날 것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부진할 경우 내려가는 쪽은 류현진이다. 오히려 류현진의 불펜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점은 4인 선발에서 탈락할 경우 아예 포스트시즌 명단에 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 류현진으로서는 복귀와 동시에 생존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팔꿈치 수술 극복 나선 만 36세 류현진

토론토는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선발투수 영입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결국 영입하지 않았다. 대신 헤네시스 카브레라, 조던 워커, 폴 디용을 데려와 불펜에 좌완과 우완을 한 명씩 추가하고 수비를 잘하는 유격수를 영입했다. 토론토가 선발투수 영입을 포기한 이유 중 하나는 류현진 때문으로, 류현진이 잘 던진다면 선발투수를 영입한 셈이 된다.  
 
류현진에게도 남은 두 달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두 달간 선발 자리를 지키고, 포스트시즌 선발 자리까지 따낸다면, 시즌 후 FA 시장에서의 평가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류현진은 토론토와 맺은 4년 8000만 달러 계약이 올해로 종료된다. 

한화 이글스를 떠날 때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했던 류현진은 떠밀려 돌아오는 대신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준 후 돌아오기를 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남은 두 달의 성적이 겨울에 받을 제안의 수준을 결정할 것이며, 선발 자리가 보장되는 제안을 받아야 내년 시즌이 순탄해진다. 
  
투수에게는 팔꿈치 수술보다 어깨 수술이 더 위험하다고 한다. 류현진은 어깨 수술을 이미 극복해 냈다. 하지만 당시가 만 30세였다면, 이번에는 만 36세에 도전하는 재기다. 류현진의 한 경기 한 경기가 살얼음판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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