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 리스크’보다 ‘윤석열 정부의 무능’을 가장 많이 꼽아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3.08.04 13:05
  • 호수 1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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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서 여당 출마자 안 뽑겠다는 이유 물었더니…  ‘尹 대통령 독주·독선’은 두 번째

지금 정부·여당을 향하는 불신들은 어디로부터 오고 있을까. 시사저널 여론조사에서 바로 내일이 총선일 경우 여당이 아닌 다른 당에 투표하겠다고 답한 이들이 그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건 ‘윤석열 정부의 무능’, 그리고 ‘윤 대통령의 독주와 독선’이었다. 그 뒤로 국민의힘 실책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 등이 자리했다. 주목할 지점은 최근 윤 대통령 장모인 최은순씨가 사문서위조 혐의로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등 외부 요인들이 존재했음에도 결국 국민이 크게 실망하고 있는 건 인사와 여야 관계, 재난 등의 상황에서 드러난 정부의 일하는 능력과 대통령의 태도였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7월12일 오후(현지시간) 바르샤바 쇼팽 국제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관계 단절과 인사 문제에 실망”

시사저널이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2013명에게 ‘내일이 총선이라면 어느 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는가’라고 물은 질문에 더불어민주당이 절반을 넘긴 52.1%, 국민의힘은 35.3%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 정의당 1.6%, 기타 정당 2.4%, 무소속 1.1% 등으로 집계됐고, 없음이 6.0%, 잘 모름이 1.5%로 나타났다. 조사에서는 추가적으로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주겠다고 응답한 이들과 국민의힘과 민주당 등 거대 양당이 아닌 다른 정당, 혹은 없거나 잘 모르겠다고 답한 이들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이유를 물었다.

민주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힌 52.1%(1047명)에게 그 이유를 물은 결과 ‘윤석열 정부가 무능하기 때문’이 38.9%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윤 대통령의 독주와 독선이 싫기 때문’이 31.3%로 나타났고, ‘국민의힘이 집권여당으로서 자격이 없기 때문’ 15.8%, ‘김건희 여사 등 대통령 처가 리스크 때문’ 8.7%, ‘과거부터 민주당을 지지했기 때문’ 4.1% 등의 순이었다. 거대 양당 모두를 선택하지 않은 이들(104명)에게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물은 결과에서도 정부 무능이 24.1%로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 다만 이들은 기타 이유를 16.2%로 두 번째로 많이 꼽았고, 그 외에 윤 대통령의 독주·독선(15.8%), 처가 리스크(15.3%), 국민의힘의 집권여당 자격(14.8%) 등을 골고루 선택했다. 과거부터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응답도 10.3%였고, 잘 모르겠다는 답변은 3.4%였다.

최대 원인으로 정부의 무능이 공통되게 지목된 이유는 뭘까. 기본적으로 지난 1년3개월 가까운 시간 동안 국민에게 윤석열 정부의 정책 성과 등이 체감적으로 와닿지 않았다고 짐작해볼 수 있다. 또 이번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선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정책 과제’로 경제(41.7%)가 가장 많이 선택된 것으로 보아 윤석열 정부 들어 경제 전망 등이 계속 어두운 상황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더 구체적인 장면들도 소환된다. 윤석열 정부 들어 계속 논란이 반복되고 개선되지 않는 여러 장면이 있다. 여야 관계 단절과 인사 문제, 정책 혼선 등이 그것이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야 관계는 개선될 기미 없이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검찰 일색, 서·육·남(서울대·60대·남성) 편중 등 정권 초부터 불거졌던 인사와 관련한 여러 문제는 매번 큰 폭발의 지점들이 되고 있다. 또 주 69시간 근로시간 논란, 수능을 200일도 채 안 남기고 대뜸 등장한 ‘킬러 문항’ 배제 등 정책과 관련한 여러 혼선도 빚어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부 무능의 문제는 민주당 지지층에서 두 번째로 많이 지적한 대통령의 독주·독선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앞에서 언급된 여러 문제는 결국 독선으로 비치는 윤 대통령의 태도 때문에 불거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인사 문제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이미 그의 자녀 학교폭력 문제, 과거 방송 탄압 논란 등으로 언론계와 야권 등의 거센 반발이 있었으나 윤 대통령은 결국 인사를 강행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발생한 이태원 참사, 최근의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명백한 인재(人災)이자 관재(官災)로 평가되는 사고에 대해서도 고위직 인사들의 정치적 책임은 전혀 없이 일선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 또한 국민 여론을 의식하지 않은 일방적 독주라는 지적이 나온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국민은 윤 대통령이 공정과 상식으로 국정을 운영할 거라고 믿었는데 막상 1년을 지나고 보니 진영정치를 하고 있다고 보는 듯하다. 특히 여야 관계 방치나 인사 문제에 크게 실망했을 것”이라면서 “참사에 대한 수습 혹은 책임을 지는 문제나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국민에게 제대로 된 이해를 구하지 못했고, 또 야당보다 앞서 건설적인 제안을 하지도 못했던 것 같다”고 혹평했다.

 

尹 장모 구속에 처남은 檢 수사 대상

민주당 지지층과 양당 비지지층으로부터 각각 8.7%, 15.3%의 지목을 받은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논란도 계속 여권을 위협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관측된다. 대선 과정에서부터 학력 위조 논란 등으로 윤 대통령의 최대 리스크로 꼽혔던 김건희 여사는 취임 후에도 사적 보좌, 인사 개입 의혹 등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서왔다. 최근엔 김 여사가 해외순방 도중 명품숍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일기도 했다.

김 여사뿐만 아니라 그 집안을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엔 윤석열 정부 들어 김 여사 집안 소유의 토지가 다수 위치한 양평 땅 인근으로 고속도로 종점이 갑자기 변경됐다는 의혹이 불거져 여야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김 여사의 집안은 과거 여러 부동산 개발사업에 투자하거나 참여해 왔으며 현재는 직접 부동산개발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더군다나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씨가 과거 통장 잔고증명서를 위조하고 행사했다는 혐의로 2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면서 초유의 대통령 처가 사법 리스크가 불거졌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김 여사의 오빠이자 윤 대통령의 처남인 김아무개씨도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 과정에서 공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경찰이 검찰에 송치해 현재 수사를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대통령실 내 배우자 보좌 조직은 불투명하게 운영되고 있고, 대통령 친인척을 감시할 특별감찰관은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도 임명하지 않고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윤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가로막고 있는 수많은 악재 중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 두 가지만 꼽는다면, 내부 분열과 친인척 비리”라면서 “김 여사가 더 이상 정쟁에 휘말리지 않고 활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분명히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7월31일~8월1일 양일간 전국 성인 2013명을 대상으로 무선 RDD를 이용한 ARS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2.7%다. 표본오차는 ±2.2%포인트(95% 신뢰수준)다.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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