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김종민 “양당제는 민주주의 역행…국민에게 폭넓은 선택권 줘야”[2023 선거제 개편]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8.0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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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인구의 10%만 국회 진출…대표성 가진 정치인들 고루 들어와야”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바꾸고, 중진들이 먼저 권역 선거구 출마해야”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의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시사저널과 만나 “승자독식으로 운영되는 현행 선거구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현재 국회와 선거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국회 기득권 강화 ▲세대·계층별 대표성 약화 ▲깜깜이 비례대표 선출 방식 등을 꼽았다.

김 의원은 소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혼합한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김 의원은 “최종적으로 소선거 지역구 225석 대 비례대표 75석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비례의석을 점차 늘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역구 의석이 줄어든 만큼 중진 의원들이 권역 선거구에 출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선거제 개편의 핵심은 ‘의원수 증감’이 아니라 ‘일을 잘하는 국회’로 만드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지금의 거대양당 체제에 대해서도 “민주주의에 맞지 않는다”며 “국민들에게 폭넓은 선택권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국회에서 꼭 선거제 개편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오후 국회 의원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오후 국회 의원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선거제 개편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무엇이 문제인가.

“양당 모두 논의에 소극적이다. 의원들은 현행 선거제가 익숙하다. 또 본인에게도 유리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소선거구제 중심의 틀을 깨지만 않으면 양당이 어떻게든 100석 이상은 차지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좋은 제도를 왜 바꾸냐’는 의문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선거제 개편이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정당 기득권의 핵심을 타파해야한다. 현행 선거제에선 정당 득표율 대비 여야가 과대 의석수를 가지고 있다. 민주당은 170석, 국민의힘은 100석 가까운 의석을 확보했는데 민심의 지지보다 훨씬 더 많은 의석을 갖고 있는 것이다. (거대 양당을 지지하지 않는) 나머지 목소리의 국민들은 현행 선거제에서 자기의 주권을 실현시키기가 어려운 것이다. 현 선거제가 국민들의 주권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현행 선거제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문제가 기득권, 즉 양당의 승자독식이다. 여기에 1등 정치인만 국회로 보내는 ‘기득권 동종교배’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각 지역 1등을 뽑다 보면 대부분 50대, 남성, 좋은 학력과 경력을 가진 사람이 당선될 확률이 높다. 결국 젊은 층, 여성, 소수를 대표하는 사람들은 1등만 뽑는 선거에서 당선되기가 어렵다. 그래서 비슷한 스펙의 사람들로 국회가 구성된다.

대표적으로 의원 300명 중 청년층이 8명밖에 안 된다. 2030세대 국회의원이 전체 의원 중 3%도 안 되는 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2030세대 인구는 전체의 35%다. 35%의 인구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국회에 고작 3% 있는 셈이다. 이러니 젊은 층이 국회를 신뢰하기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본인의 삶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국회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회가 갖고 있는 대표성에 상당한 결함이 생긴다.”

국민의힘에선 오히려 비례대표 의석을 포함한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앞세우고 있는데.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고, 늘리는 것은 정치개혁의 핵심이 아니다. 결국 숫자만큼 ‘일을 제대로 하느냐’가 문제다. 숫자가 줄어들더라도 일을 열심히 하면 된다. 국회를 공장이라고 생각하면, 국민들은 사장님이고 국회의원들은 종업원들이다. 근데 사장님이 종업원 수가 많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만큼 아웃풋이 나오지 않아서다. 하지만 매출이 오르고 실적이 오르면 당연히 숫자를 늘리려고 생각하지 않겠나. 국민들도 국회의 실적이 없고 일을 안 하니 정수를 줄이자고 하는 것이다.

결국 정치의 일은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갈등과 이견을 조율해서 하나로 만들어낸 것이 본질인데, 이걸 아무도 안 한다. 자기편을 계속 선동하고 목소리를 키워서 상대 공격하기에 바쁘다. 이것만 하니까 국민들이 의원이 왜 더 필요하냐고 생각하는 것이다. 저는 오히려 의원 수가 모지란다고 생각한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인구수 대비 국회의원이 모지란 상황이다.”

김기현 대표가 핵심을 잘못 짚은 것인가.

“그렇다. 김 대표가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숫자를 줄이거나 늘려도 의원들이 계속 싸움만 하고 있으면 그게 국민들이 원하는 것일까. 국민들은 숫자를 원하는 게 아니라, 국회가 일을 제대로 하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처럼 맨날 공격하고 정쟁하면서 숫자를 줄이겠다는 것은 민심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현행 비례대표제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지.

“현행 비례대표제의 가장 큰 문제는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이 국민들이 보기에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비례대표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민심이 그대로 반영될 수 있고, 다양한 사람들이 국회에 진출하는 등 장점이 많다. 하지만 국민이 (비례대표제를) 싫어하는 이유는 현재 각당의 지도부가 후보를 거의 발탁하다시피 임명하고 있다. 결국 비례대표제 선발 과정이 투명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현행 비례대표 후보를 공천하는 과정에 많은 사람들이 민주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오후 국회 의원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오후 국회 의원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의원님께서 구상하고 있는 최선의 선거제 안은 무엇인가.

“제일 좋은 안은 소선거구제 절반에 권역별 비례제 절반 안이 가장 좋다고 본다. 독일식이다. 다만 이렇게 시행하려면 100개 정도의 지역구를 권역 비례 선거구로 바꿔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타협안이 있을까.

“지금 지역구 대 비례대표 의석이 253대 47이니까 약 6분의 1이다. 하지만 이 비율로는 해외 선진국 같은 비례대표제라고 할 수 없다. 가장 좋은 모델은 절반씩이어야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4분의 1 정도까지만 하자는 주장이다. 75석은 비례대표제로, 225석은 소선거구제로 하자는 것이다. 이 정도만 해도 상당한 개혁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비례대표제에 대해 국민 신뢰가 더 쌓이면 나중에 독일처럼 150대 150으로 2분의 1까지 늘릴 수가 있을 것이다. 저는 그렇게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본인 지역구가 없어지는 의원들은 반발할 것이다. 설득할 수 있을까.

“중진 의원들이 앞장서서 권역 선거구에 출마하자고 제안한다. 자기 지역구를 등기해놓은 것도 아니지 않나. 저는 재선 이상 여야 의원들에게 해당 안에 대한 서명도 추진해보려고 한다. 초선 의원들은 처음으로 지역구에 당선됐으니 한 번 더 해보고 싶을 수 있다. 하지만 3선 정도 했으면 더 큰 일을 위해 큰 권역으로 나서서 일을 해야 하지 않겠나.”

일각에선 양당 체제가 국민의 정치 불신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는 양당제 자체가 민주주의 원칙에는 안 맞는다고 생각한다. 일당제는 1당의 독재인데, 그럼 양당 독재는 괜찮을까. 지금은 서로 간에 적대적으로 공생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서로 담합한 양당체제다. 국민들도 정치에 환멸을 느껴도 누구를 찍을 데가 없는 거다. 그래서 양당을 모두 싫어하는 국민들이 3분의 1로 늘어난 것이다. 국민들에게 폭넓은 선택권을 줘야 한다.”

총선이 8개월 남았다. 현 시점에서 선거제 개편이 물리적·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가능할 것으로 본다. (지역구 대 비례대표 의석을) 225대 75안으로, 병립형으로 가자고 공식 제안을 드리고 싶다. 이렇게 되면 승자독식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 75명의 다양한 사람들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게 돼 국회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다. 일하는 국회로 변하는 것이다. 여기에 지역주의도 타파할 수 있고, 지난 총선에서 문제가 됐던 위성정당 고민도 해결된다. 이제 선거제 개혁 논의도 마무리 단계인 만큼 여야 간 협상을 통해 빨리 최종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선거제 개편과 더불어 정치개혁을 이루기 위해 시급히 선결돼야 하는 과제는 무엇일까.

“결국은 정치판의 양극화를 바꾸는 것이 개혁의 핵심이다. 지금은 정쟁에만 에너지를 쏟아서 일이 잘 안 되고 있다. 그 원인인 승자 독식 구조를 바꾸려면 대통령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 국회도 선거제를 개편해 여러 정당들이 원내에 들어올 수 있게 해야 한다.

여기에 여야가 지금이라도 국민 대타협 정치를 하는 것도 핵심 과제다. 정치인들은 자기 권력을 나눠먹기 위해 타협하지 않는다. 이제 멈춰야 한다. ‘대타협위원회’를 만들어 임금 격차,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 세대 간 격차 등 국민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 지금의 국회는 그 역할을 안 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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