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vs 도요타 ‘숙명의 대결’ 시작됐다
  • 유주엽 시사저널e. 기자 (jubie@sisajournal-e.com)
  • 승인 2023.08.15 07:35
  • 호수 1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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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과 반도체 수급난 여파로 2분기 나란히 최고 실적…영업이익 역전에 재역전으로 자존심 싸움 본격화

현대차그룹(제네시스·기아 포함)과 도요타그룹(렉서스·다이하쓰·히노자동차 포함)이 올 2분기 나란히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 판매량 3위에 오른 이후에도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도요타는 분기 영업이익 1조 엔(9조1000억원)을 넘겼다. 일본 기업 중에서 분기 영업이익 1조 엔을 넘긴 것은 도요타가 처음이어서 향후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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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월3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3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란히 영업이익 1·2위 오른 현대·기아차

현대차그룹의 행보가 우선 눈에 띈다. 2분기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4조2379억원, 기아는 3조4030억원을 기록했다. 두 형제회사의 영업이익을 합하면 7조6409억원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치고 국내 기업 영업이익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신기록이다. ‘바퀴 달린 냉장고’로 놀림받던 이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우호적인 환율이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2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1315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평균 환율이 4.4% 상승했다. 수출 위주의 사업구조에서 원화 약세가 도움이 됐다. 판매량도 늘어났다. 2분기 현대차는 105만9713대, 기아는 76만8251대를 판매했다. 각각 전년 대비 8.5%, 12,0%씩 판매량이 증가했다.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된 것도 수익에 도움이 됐다. 반도체 수급난 여파로 자동차는 없어서 못 사는 물건이 됐다. 이전까지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자동차를 팔려면 중개상에 많은 수수료를 제공해야 했지만, 올해는 이런 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 또 고수익 차종 중심 판매가 큰 효과를 냈다. 현대차와 기아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레저용차량(RV) 판매 비중을 늘렸다. SUV는 단가가 높아 세단보다 수익을 내기에 유리하다. 2분기 현대차와 기아의 RV 판매 비중은 각각 52.8%, 68.0%다.

도요타 역시 2분기(회계 기준 2023년 1분기)에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2분기 영업이익은 1조1209억 엔(약 10조3247억원)을 기록했다. 일본 기업 중 분기 영업이익 1조 엔을 넘긴 것은 도요타가 처음이다. 앞서 도요타그룹은 1분기 영업이익 6269억 엔(약 5조7749억원)을 기록하며 현대차그룹(6조4667억원)에 밀렸지만, 2분기 들어 재역전에 성공했다. 도요타 역시 현대차와 비슷한 판매구조를 가진 만큼 우호적 환율 수혜를 보았다. 특히 북미 판매량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도요타의 2분기 북미 지역 판매량은 약 68만2000대로 1분기 판매량 55만5000대보다 22.9% 증가했다. 북미 지역은 고수익 SUV 수요가 많은 곳으로, 같은 판매량이더라도 다른 시장보다 수익을 내기에 유리하다.

매출에선 도요타가 현대차그룹을 크게 앞섰다. 2분기에 도요타는 매출 10조5468억 엔(약 98조62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그룹은 매출 65조9404억원을 기록했다. 양사 차이는 판매량에서 비롯됐다. 2분기 도요타는 약 232만6000대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그룹 판매량인 182만7964대보다 50만 대 가까이 많다.

도요타는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에서 입지가 두텁다. 2분기 도요타의 아시아 판매량은 41만7000대로 전체 판매량의 17.9%를 차지했다. 주로 판매되는 차량은 저가형 차량이지만, 향후 성장 잠재성을 고려했을 때 시장 지배력을 무시하기 어렵다. 현대차와 기아는 최근 인도 등 아시아 지역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아직 전반적인 판매량은 적은 편이다. 상반기 현대차의 아시아 지역 공장별 판매량은 △인도 36만5030대 △중국 11만8330대 △인도네시아 4만731대 △베트남 2만3870대다. 같은 기간 기아의 아시아 공장별 판매량은 △인도 17만8556대 △중국 6만3297대다.

두 기업은 비슷한 판매구조지만 친환경차 판매에선 차이를 보인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차 위주로 판매한다. 전기차 판매에선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하이브리드차로 수익을 챙기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판매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현재 전기차는 하이브리드차만큼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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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콜로라도주 레이크 우드시의 도요타자동차 딜러숍에 판매 중인 자동차가 전시돼 있다. ⓒAP 연합

현대차 전기차 vs 도요타 하이브리드차

2분기 도요타 및 렉서스의 전동화 모델(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배터리 전기차 , 수소 전기차) 판매량은 약 86만8000대로, 전체 판매량의 34.2%를 차지했다. 이 중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80만7000대에 달했다. 친환경차 판매의 대부분이 하이브리드차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기차 판매는 2만9000대에 불과했다. 전체의 1.2%다. 미야자키 요이치 도요타 부사장은 지난 4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원가를 6분의 1까지 낮췄으며, 가솔린 차량과 비교해도 이익을 낼 수 있게 됐다”며 “도요타의 수익성을 크게 향상시키는 동시에 CO2 배출 저감까지 이뤘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하이브리드차 판매를 확대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론 전기차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있다. 2분기 현대차의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판매 비중은 각각 9.1%, 7.4%다. 같은 기간 기아의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판매 비중은 10.4%, 5.6%를 기록했다. 향후 전기차 판매 비중이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시대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의 발 빠른 대처는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초기 시장 선점은 마케팅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최근엔 도요타도 전기차 판매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다만 수익성이 문제다. 전기차는 배터리 가격이 높아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물론 배터리 가격을 상쇄할 만큼 가격을 높이면 되지만, 이럴 경우 판매가 이뤄지기 어렵다. 최근 테슬라의 저가 공세는 전기차 수익성을 더욱 떨어뜨린다. 테슬라 차량 가격에 맞춰 높은 인센티브를 제공해 판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런 상황에도 전기차 판매를 강화할 계획이다. 주우정 기아 부사장은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비정상적으로 격화된 전기차 시장에서 중요 포인트는 마켓을 지키는 것이다”며 “수익성보다는 좀 더 무게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수익성을 일부 양보하더라도 마켓셰어를 지키는 쪽으로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면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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