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혁명이 불러올 국토의 미래 지형도
  • 김현수 단국대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8.15 10:05
  • 호수 1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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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기술 발달로 도시 공간의 변화 가속화
속도(Speed), 거점(Transfer Base), 혁신(Innovation Hub)이 키워드

경기도 용인 구성역에는 현재 복합환승센터가 건설 중이다. 인접한 경부고속도로 상부에 고속버스나 시외버스가 정차하는 EX-Hub(고속도로 환승시설)가 건설되면, 고속도로 위에 터미널이 생기는 셈이다. 이곳에는 UAM 버티포트(UAM 전용 이착륙장) 구상도 진행 중이다. 이 구상이 모두 실현되면 구성역은 철도와 도로, 하늘을 잇는 모빌리티 허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GTX 개통을 앞둔 수서역에선 다음 달부터 전주-전라선, 포항-동해선, 창원-경전선이 연결된다. 강남이나 판교의 대형 병원을 수월하게 방문할 수 있는 수서역이 서울역보다 유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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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도로-하늘 잇는 모빌리티 허브

GTX 노선이 교차하는 서울역과 청량리역, 삼성역에는 복합환승센터 건설이 추진 중이다. 양재역과 여의도역, 용산역, 수원역의 경우 복합환승센터 건설 논의가 한창이다. GTX가 정차한다고 지역이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GTX에서 버스, 택시, 개인교통 등 다른 교통수단과 빠르고 편리하게 환승할 수 있어야 한다. 환승센터 건설이 필요하고, 여기에 판매유통, 문화복지, 주거시설이 복합화되면 더 많은 사람과 경제활동을 모을 수 있다. 그래야 대중교통 이용이 촉진되고 도시경제활동의 효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KTX, SRT가 정차하는 오송역에는 현재 3개의 국가생명과학단지가 조성 중이다. 철도산업클러스터도 추진되고 있어 충청권의 바이오산업 허브, 모빌리티 허브로 도약 중이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의 미래형 환승센터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대전역 주변으로는 혁신도시, 도심융합특구, 쪽방촌사업, 역세권도시개발사업 등이 빼곡하게 진행 중이다. 중복 지정의 비효율을 지적하는 견해도 있으나 고속철도, 광역철도, BRT, 트램이 환승하는 대전역의 복합환승센터와 이들 사업을 연결해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고 원도심 재생의 원동력으로 육성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듯 이동 속도가 빨라진다. 120년 전 경성~인천 간에 도입된 기차는 시속 30km 수준이었으나, 현재의 고속철도는 시속 300km로 달린다. 새만금에 실험 테스트베드를 구축 중인 하이퍼튜브(Hyper-Tube)는 장래 시속 1000km로 달린다고 하니 항공기와 다를 바 없다. 6G 통신기술 연구도 한창이다.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고, 받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점점 더 빠른 통신기술을 만들어낸다. 통신기술의 발달은 AI경제, 플랫폼경제를 발달시켜 산업은 초연결되고 대도시로의 집중이 가속화된다.

교통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환승거점으로의 집중이 촉진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환승거점, 특히 대도시의 도심이면서, 쾌적하고 편리하면서도 매력적인 장소로 혁신인력과 혁신기업들이 모여든다. 런던의 킹스크로스역, 뉴욕의 허드슨야드, 파리의 리브고슈 등이 이런 장소다. 모빌리티 허브와 혁신경제 플랫폼이 결합해 강력한 도시경제의 추동력을 만들어낸다. 애플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는 “창의는 연결하는 데서 나온다”고 했다. 다양한 교통수단 간 편리하고 쾌적한 연결이야말로 공간 혁신의 출발일 것이다.

물론 거점이 홀로 존재하면 섬이 된다. 환승거점과 주변지역 간을 대중교통, 개인교통(PM), 보행자도로, 녹도 등으로 연결해 주변에서도 거점의 혜택을 고루 누릴 수 있도록 연계(network)해야 한다. 과거의 평면적 토지이용계획, 생활권별로 시설과 사업을 균등하게 배치하던 배분형 도시계획에서 거점연계형(Compact & Network) 도시계획으로 현재 대전환이 진행 중인 것도 이 때문이다. 환승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교통수단이 편리하고 쾌적하게 연결되는 단절 없는(seamless) 교통수단 체계를 만들어줘야 한다. 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관리하는 통합교통관리체계(MAAS·Mobility as A Service)는 모빌리티 허브의 화룡점정 역할을 해줄 것이다.

 

소멸 지역 균형발전 해결에도 도움

2030년까지 수도권에는 GTX 3개 노선과 신안산선, 월곶판교선, 대장홍대선, 경강선연장 등 광역철도 노선이 지속적으로 개통된다. 이와 함께 60여 개 환승역사가 새롭게 등장할 예정이다. 일부는 복합환승센터로 개발돼 도시경제활동의 혁신거점으로 도약할 것이다. 

다양한 기능을 복합화하고 입체적으로 연결하자면 기존의 평면적 도시계획으로는 어렵다. 3차원적 도시계획이 필수이고 이를 추진할 민간기업과 민간자본의 참여가 필요하다. 국토교통부에서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2023년 1월 ‘도시계획혁신방안’을 발표했다. 환승센터와 철도부지, 저이용 터미널 부지, 공공기관의 이전적지 등을 대상으로 용적률 특례를 주고, 민간 참여를 촉진하며, 용도지역의 경계를 허물어 입체복합형 도시계획, 거점연계형 도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함이다. 모빌리티 기술 발달이 도시 공간에 일대 혁신을 몰고 온 것이다. 

향후 삼성역 환승센터의 지하도시, 철도부지 위의 복합개발단지, 환승센터와 공공청사의 복합건축물 등 도시경제활동의 새로운 거점이 등장할 것이다. 또 이런 거점을 연결하는 대규모 선형공원, 녹도, 수변공간 등 새로운 거점연계형 도시계획이 등장할 것이다.

매일 2시간에 이르는 수도권 통근시간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서울 시내에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하는 것과 함께 좋은 일자리를 수도권 20km권에 집중 배치해 서울로 통근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다핵분산형 메가시티, 거점연계형 수도권을 만들어가야 한다. 고속철도와 광역철도가 환승하는 모빌리티 허브는 혁신기업을 유치하는 장소 플랫폼 역할을 해낼 것이다.

모빌리티 중심의 거점 개발 방식은 소멸 지역의 균형발전에도 효과적인 정책수단이 된다. 청년들이 떠나가는 읍면이나 시군 단위로 균형발전 대책을 지원하기보다는 청년들이 선호하는 혁신기업을 유치하고 육성하기 위해서는 광역교통의 모빌리티 허브를 중심으로 또 다른 판교를 만드는 ‘도심융합특구’ 정책이 필요하다. 5대 광역시 광역교통망의 거점에 판교와 같은 혁신기업을 유치하는 도심융합특구 정책은 청년들의 지방 정착에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

모빌리티의 발달, 특히 철도의 고속화와 연결이 가져오는 변화를 이해하고 이를 다양한 교통수단과 연결하는 일은 새로운 공간혁신을 불러올 효과적인 수단이다.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 환승역세권 중심의 콤팩트시티, 그리고 거점과 주변 지역을 연결하는 거점연계형 국토도시공간의 미래를 그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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