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효자’된 쿠팡플레이, OTT시장 어떻게 질주했나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08.1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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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후발 주자 쿠팡플레이의 성장세
‘오리지널 콘텐츠-스포츠’ 투 트랙으로 시청자 니즈 공략
쿠팡플레이는 스포츠 중계 범위를 넓히면서 이용자 확대를 꾀하고 있다. ⓒ쿠팡플레이 캡처

쿠팡이 4분기 연속 흑자 달성과 동시에 사상 최대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 9일 쿠팡이 미국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2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2분기 매출은 7조6749억원(58억3788만 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940억원(1억4764만 달러)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쿠팡의 OTT서비스인 쿠팡플레이는 고객 이탈을 막고 쿠팡의 멤버십에 대한 충성도를 유지하게 한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는다. 만년 4위를 기록하던 쿠팡플레이였지만 최근의 기세가 뜨겁다. 월 이용자 수 500만 명을 넘기면서 앞서 가고 있던 토종 OTT를 따라잡고 있다. 웨이브를 이미 제친 쿠팡플레이는 이제 국내 2위 OTT인 티빙을 바짝 뒤쫓는 중이다.

 

누적 적자 우려했지만…쿠팡의 히든카드로 격상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플레이의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520만 명에 달한다. 522만 명의 MAU를 기록한 티빙을 추격하며 3위 웨이브(401만 명)와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신규 설치 건수는 45만 건으로 넷플릭스의 1.8배에 달한다. 

쿠팡이 OTT 시장에 진출한 것은 2020년 말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대규모 적자를 이어가고 있던 쿠팡이 초기 투자비용이 큰 OTT 플랫폼까지 진출한 것이 쿠팡의 실적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시 6~8만 편의 콘텐츠를 보유했던 왓챠, 웨이브, 티빙 등 플랫폼과 달리 쿠팡플레이의 콘텐츠 수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미국 TV시리즈나 교육형 뉴스 콘텐츠를 대표 콘텐츠로 내세워 오리지널 콘텐츠가 없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혔다. 이용자의 상당수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 OTT 플랫폼에 가입한다는 점을 볼 때, 쿠팡플레이는 경쟁력을 가진 OTT 플랫폼이라기보다는 쿠팡 로켓와우 회원을 위한 부가적인 혜택쯤으로 여겨졌다.

쿠팡플레이가 쿠팡의 히든카드로 격상된 것은 ‘오리지널 콘텐츠’와 ‘스포츠’를 투 트랙 전략으로 삼으면서부터다. 쿠팡플레이는 제작사들과 손을 잡으면서 콘텐츠 리스트를 늘리려 시도했고, 이듬해 제작사 에이스토리와 《SNL 코리아》 독점 서비스 계약을 하면서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의 시작점을 찍었다. 김수현과 차승원 주연의 《어느 날》, 수지 주연의 《안나》 등 시리즈로도 콘텐츠 경쟁력을 높여갔다. 장근석 주연의 스릴러 드라마 《미끼》가 쿠팡플레이 인기작 1위를 차지하면서 선방했고, 《SNL 코리아》 시즌 4도 정우성, 한예리 등의 출연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SNL 코리아》 시즌 4는 정우성, 한예리 등의 출연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쿠팡플레이 제공

쿠팡플레이가 ‘스포츠’로 얻은 효과는 크다. 쿠팡플레이는 손흥민 선수가 소속된 영국 프로축구 구단 토트넘과 맨시티가 경기하는 2020~2021 잉글랜드 리그컵 최종 결승전을 생중계하면서 이목을 끈 바 있다. 초반에 특별한 경쟁력으로 여겨지지 않았던 스포츠 중계에 계속 힘을 준 쿠팡플레이는 토트넘 경기 중계에 이어 올해 K리그 전 경기와 포뮬러원(F1) 중계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와 프랑스 리그앙, 덴마크 수페르리가의 경기까지 중계 범위를 확장하면서 이강인 선수와 조규성 선수의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토트넘과 K리그 올스타팀의 경기 당시 UV(유니크 뷰어‧중복 없이 1회 이상 경기를 재생한 시청자 수)는 184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2차전인 맨체스터 시티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경기 중계 당시 일간 실사용자수(DAU)는 115만 명을 넘겼다. 같은 달 평균 DAU보다 77.2% 폭등한 수치다.

AT.마드리드 선수단
쿠팡플레이 시리즈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단 ⓒ쿠팡플레이 제공

스포츠로 남성 이용자 확대…쿠플클럽으로 이용자 락인 나서

스포츠 분야로 OTT 서비스의 영역을 넓힌 것은 특정 연령대나 성별에 국한되지 않는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쇼핑 멤버십의 특성상 쿠팡의 로켓와우 멤버십 회원은 여성 비중이 더 높다. 드라마와 예능 콘텐츠의 시청자 역시 여성이 대다수다. 쿠팡플레이는 남성 이용자들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스포츠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스포츠 중계에 드는 비용도 적지 않지만, 막대한 투자를 통해 만들어지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비해 고정적인 시청자가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 스포츠 중계 방송을 종합 엔터테인먼트 콘텐츠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각도로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면서 멤버십 회원들을 락인시키려는 시도는 아마존과 유사한 방식이다. 미국 인구의 절반이 구독하고 있는 아마존은 아마존프라임비디오라는 OTT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2020년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트가 아마존프라임 멤버십을 구독하는 이유에 대해 조사한 결과, 89%가 ‘하루 배송’을, 57%가 ‘아마존프라임비디오’를 그 이유로 선택했다(중복 응답).

아마존을 벤치마킹한 쿠팡도 이 부분을 노리고 있다. 빠른 배송 뿐 아니라 콘텐츠를 이유로 로켓와우 멤버십에 가입하는 이용자들을 늘려가겠다는 것이다. 쿠팡플레이가 쿠팡의 ‘효자’이자 ‘동력’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최근에는 쿠팡플레이 시청자가 콘텐츠 시청을 통해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는 쿠플클럽을 론칭하고 최신 영화를 공개하는 등 OTT 플랫폼의 경쟁력을 올리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쿠팡플레이에 대한 쿠팡의 투자도 이어질 전망이다. 쿠팡은 올해 쿠팡플레이와 배달 플랫폼 쿠팡이츠 등이 포함된 신사업 부문에 총 4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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