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리자산신탁, '특정업체와 404억 낮게 수의계약' 논란
  • 안은혜 경기본부 기자 (sisa216@sisajournal.com)
  • 승인 2023.08.1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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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404억 손실 보면서까지 특정업체와 수의계약, 상식적이지 않아"
“시공사 대보건설, 계약자와 유착관계 의혹” 주장도 제기…대보건설측 "아니라고 알고 있다"

부동산 자산을 수탁받아 관리하는 우리자산신탁(우리신탁)이 충남 천안의 한 골프장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높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제외시키고, 수백억원의 손실을 보면서까지 특정업체와 수의계약을 강행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우리신탁은 당초 골프장 사업자와의 계약서(관리형 토지신탁)에 포함되지 않은 '사업시행권'까지 특정업체에 이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골드힐 조감도. ⓒ골드힐 주식회사 제공
골드힐 골프장 조감도 ⓒ골드힐 주식회사 제공

여기에 시공사인 대보건설은 부동산을 환가(현금화) 처분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공사를 지연시키는 등 골프장 사업자가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방해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표면적으로 우리신탁이 사업주체라고 주장할 수 있으나, 실제 권한은 기존 골프장 사업자(위탁자)여서 법적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골프장 사업권자인 골드힐 주식회사는 지난 2019년 5월23일 우리자산신탁(前 국제자산신탁)과 '천안 골드힐 리조트 관광단지 조성사업' 시행을 위한 관리형 토지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기한 내(2021년 7월23일) 공사를 완료해야하는 책임준공 의무 조건을 수용한 대보건설을 시공사로 지정하고, 금융기관을 1순위 우선수익권자로 한 대출약정을 맺었다. 시행사는 시공사인 대보건설이 기한내 준공을 못할 경우 대출 원리금을 일시상환키로 하고 '기한 이익 상실' 조항에 서명했다.

하지만 대보건설은 해당 부지 진입로 토지 미확보 등을 이유로 공사기한을 연장하는 등 기한 내 공사를 마치지 못했다. 계약 조항에 따라 시행사는 2021년 7월25일자로 기한의 이익 상실 사유가 발생했다. 

대보건설은 한달 뒤인 8월30일 원리금을 일시 변제한 뒤, 10월12일 우리신탁에 환가처분(현금화)을 위한 공매 진행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매를 진행하기까지는 보통 6개월, 길게는 1년이 걸리지만 대보건설은 기한의 이익 상실 사유가 발생한지 3개월 만에 공매 수순을 밟았다.

우리신탁은 2021년 12월17일 해당 부동산에 대한 공매를 공고한 뒤 2022년 12월27~2022년 1월4일까지 공개 입찰을 진행했다. 

공고 내용에는 매수인은 매매체결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해당 부지 중 사면붕괴된 구간을 중간복구 해야하고, 이를 위한 산지복구 설계 승인 신청서를 천안시청에 제출해야 한다. 미이행시 매수인이 납부한 계약금은 돌려주지 않을 것이며 모든 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산림청과 천안시청에 따르면 산지전용허가지 내 사면 붕괴로 인해 복구설계가 필요할 경우 신고·승인 등 행정절차만 최소 9개월이 소요된다. 이를 비춰볼 때 불리한 조건을 넘어 불가능한 공매 계약을 강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골드힐은 부동산과 사업시행권을 되찾기 위해 2021년11월 나린알앤디와 공동사업 협약을 체결하고, 우리자산신탁에 매수금액으로 1405억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우리자산신탁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1001억원에 제3의 업체 '버드우드'와 수의계약을 진행했다. 바꿔말하면 우리신탁 입장에선 404억원을 손해본 셈이다.

우리자산신탁이 공매 과정에서 1405억원을 제시한 기존 사업권자를 배제하고, 특정업체와 1001억원에 수의계약을 진행해 논란이 예상된다. 공매부동산매매계약서 ⓒ안은혜 기자
우리자산신탁이 공매 과정에서 1405억원을 제시한 기존 사업권자를 배제하고, 특정업체와 1001억원에 수의계약을 진행해 논란이 예상된다. 공매부동산매매계약서 ⓒ안은혜 기자

골드힐 관계자는 "(우리신탁에) 자산운용사와 1200억원의 리파이낸싱을 진행 중이니 2022년 2월7일까지 대보건설의 대위변제금을 전부 납부하겠다고 했지만, 변제하기로 한 당일 버드우드가 잔금을 납부했다며 거절했다"고 토로했다. 

골드힐 측은 우리신탁에서 404억원이나 낮은 금액으로 수의계약한 버드우드와 대보건설과의 유착관계를 의심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우리자산신탁은 시행사의 이익을 위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적정 가격에 재산을 처분해야 할 의무를 저버렸다. 이미 수의계약자를 세워놓고 경쟁 입찰을 가장한 것"이라며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한 업체 대신 시공사 대보건설과 유착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자산신탁에서 골드힐을 담당했던 직원이 2019년 대보건설을 퇴직한 정 아무개씨로 밝혀졌다. 정씨는 골드힐이 우리자산신탁과 관리형 토지신탁 계약을 맺은 해 입사했다.

대보건설 관계자는 "정씨가 우리자산신탁으로 회사를 옮긴 것이 이번 일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자사와 버드우드가 연관 있다는 얘기는 어디선가 본 것 같지만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자산신탁 측은 "우선 수익자인 대보건설의 공매 요청과 신탁계약 및 신탁법 등 법률에 따라 신탁 부동산에 관한 공매절차를 준수하여 업무를 처리했다"며 "공매 완료 후 위탁자(골드힐)가 이에 불복하고 당사의 대표이사 및 담당자를 배임과 경매입찰방해 등의 이유를 들어 고소고발한 바 있어 사실관계에 입각해 성실히 조사에 임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한편 대보건설은 2021년 9월경 라미드관광 주식회사에 대위변제 후 골드힐이 갖고 있는 구상금채권과 부동산을 양도해주면 53억원을 지급받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라미드관광의 계열사가 공매 수의계약자인 버드우드다. 

법조계에서는 "404억원 가량의 손실을 보면서까지 특정업체와 수의계약했다는 점에서 상식적이지 않다"며 "우리신탁은 시행사의 부동산 처분·관리·운용 등의 행위를 위탁받은 수탁자로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우리자산신탁과 대보건설, 버드우드 등 3자간에 모종의 계약이 있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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