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산불, 범인은 기후변화? “가뭄·강풍·외래종 초목이 피해 키워”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8.1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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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 극단적 기상 현상 불러왔다”
10일(현지 시각) 산불로 까맣게 타버린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에서 주민들이 걷고 있다. ⓒ AFP=연합뉴스
10일(현지 시각) 산불로 까맣게 타버린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에서 주민들이 걷고 있다. ⓒ AFP=연합뉴스

미국 하와이에서 지금까지 최소 53명의 사망자를 낸 산불이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라는 분석이 나왔다.

10일(현지 시각)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AP통신 등은 정확한 발화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면서도 가뭄과 강풍 등이 결합해 불이 확산 중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극단적인 기상 현상’의 배후에 기후변화가 있다고 경고했다.

AP는 이번 화재 피해에 영향을 준 것으로 우선 갑작스러운 가뭄을 꼽았다.

미국 통합가뭄정보시스템(NIDIS)의 가뭄모니터에 따르면 지난 5월23일 현재 기준으로 마우이섬에서는 가뭄 지역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6월13일 기준으로는 3분의 2 이상이 ‘비정상적으로 건조한(D0)’ 단계나 ‘보통 가뭄’(D1) 단계가 됐다. 이번 주 들어서는 무려 83%가 가뭄 단계에 포함됐다.

위스콘신대의 대기과학자인 제이트 오트킨은 지난 4월 공동 작성한 연구 보고서에서 인간이 야기한 기후변화로 지구가 데워지면서 이 같은 ‘돌발 가뭄’이 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 3주 만에 가뭄 정도가 두 단계 높아진 마우이의 경우를 돌발 가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강수량 감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와이대·콜로라도대 연구진의 2015년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 이후로 하와이의 강우량이 우기에는 31%, 건기에는 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클라크대학 기상학자 애비 프래지어는 라니냐가 약해지고 하와이 상공의 구름층이 얇아지는 등 변화가 있는데, 이는 모두 기온 상승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불길을 빠르게 퍼뜨리는 강풍도 문제로 지적됐다. 

하와이에서는 보통의 여름 날씨에도 최고 시속 64㎞에 달하는 바람이 불곤 하지만, 이번 하와이 강풍은 이례적인 수준이었다. 이번 주 빅아일랜드와 오아후에서 풍속은 최고 시속 130㎞에 달했고 이번에 화재 피해가 컸던 마우이에서도 시속 108㎞ 수준이었다.

하와이를 직접 강타하지는 않았지만, 수백㎞ 떨어진 곳을 지난 허리케인 ‘도라’도 불길이 번지는 데 한몫했다. 이 역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허리케인과 같은 열대성 저기압 현상이 더 강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와이의 식생 환경 변화도 산불을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NYT는 하와이에서 가연성이 높은 외래종 초목이 토종 식물을 몰아냈다고 전했다. 현지 단체 '하와이산불관리'의 엘리자베스 피켓 공동 회장은 AP에 이런 외래종 풀에 불이 붙으면 이미 멸종 위기에 처한 토종 삼림까지 번지며, 화재 후에는 외래종이 토종의 자리를 차지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NYT는 “건조한 풍경과는 거리가 멀고 초목이 우거진 곳으로 유명한 하와이에서 이번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은 특히 충격적”이라면서 “지구가 가열되면서 재해로부터 보호받는 곳은 아무 데도 없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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