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에 ‘전범’ 추모한 기시다, ‘反국가세력’ 때린 尹대통령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8.1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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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日, 이젠 파트너…공산세력, 진보 위장해 패륜 공작”
경축사에…與 “반국가세력 대응 의지” vs 野 “극우 유튜버 독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7월12일 빌뉴스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7월12일 빌뉴스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제78주년 광복절을 맞아 내놓은 한‧일 정상 메시지가 정치권 화두가 된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파트너로 규정한 뒤 반(反)국가세력을 ‘주적’으로 비판한 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전쟁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여권이 윤 대통령의 자유 민주주의 수호 의지를 극찬한 반면, 야권은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과거사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언급하지 않은 것을 문제삼았다.

윤 대통령은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기념식 경축사에서 “일본은 이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이어 “한·일 양국은 안보와 경제의 협력 파트너로서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하고 교류해 나가면서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일본의 역할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이 유엔사령부에 제공하는 7곳 후방 기지의 역할은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이라며 “북한이 남침을 하는 경우 유엔사의 자동적이고 즉각적인 개입과 응징이 뒤따르게 되어 있으며, 일본의 유엔사 후방 기지는 그에 필요한 유엔군의 육해공 전력이 충분히 비축되어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선 “전체주의 체제와 억압 통치를 이어온 북한은 최악의 가난과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추구한 대한민국과 공산전체주의를 선택한 북한의 극명한 차이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며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결코 이러한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 추종 세력들에게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일본과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한 가운데, 기시다 총리는 ‘전국전몰자 추도식’에서 “전쟁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본의 아시아 여러 국가에 대한 가해 사실이나 반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도쿄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추도식 식사(式辭)에서 “전쟁의 참화를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면서 “이 결연한 맹세를 앞으로도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분쟁이 끊이지 않는 세계에서 우리나라(일본)는 적극적 평화주의 깃발 아래 국제사회와 손잡고 세계가 직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는 각료, 국회의원들과 같이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공물료(料)를 낸 것으로도 알려졌다. 봉납은 ‘자민당 총재 기시다 후미오’ 명의로 이뤄졌으며 기시다 총리가 사비(私費)로 냈다.

광복절 한‧일 정상 행보에 여야는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5일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두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고 주권을 회복하기 위해서 목숨, 재산, 가족까지 희생하신 우리 선열의 뜻을 잘 받들어서 번영하는 대한민국, 자유·인권·평화가 보장되는 나라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대통령 경축사에 담겨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대통령으로서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반국가세력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장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을 향해서는 “공산 전체주의를 맹종하는 반국가세력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비난하는 이유, 눈에 보이는 반국가세력을 없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민주당이야말로 어느 시대를 살고 있으며 도대체 무엇을 보고 듣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오늘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없었다”며 “극우 유튜버나 아스팔트 우파 같은 독백만 있었을 뿐”이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 채널에 심취해 유신 독재 시대를 살고 있는 건 아닌지 깊이 의심된다”며 “혹시 공산세력, 반(反)국가세력에 맞서 외롭게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은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공산 전체주의 세력이 민주주의·인권·진보주의 운동가로 위장,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 공작을 일삼는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윤 대통령은 어느 시대를 살고 있으며, 도대체 무엇을 보고 듣는 것이”고 따져 물었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민족 통합과 화합의 뜻을 기리는 광복절 취지에 정반대된다”며 “대통령 경축사라기보다 나치 괴벨스 선동문에 가까운 가히 충격적이고 참담한 연설”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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