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도 어려운데”…민주당은 왜 ‘1특검 4국조’를 꺼내들었나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8.1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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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故 채수근 상병 사건 등 ‘尹 정부 5대 무책임’ 규정
이재명 영장 청구 시 동력 상실 우려…당 내서도 “여력 있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8월 임시국회에서 ‘윤석열 정부 5대 무책임’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 의지를 천명했다. 이른바 ‘1특검 4국조’, 특별검사와 4대 국정조사를 동시에 추진하며 전방위 공세를 예고한 것이다. 9월 정기국회와 국정감사, 길게는 내년 총선 정국에 앞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로 해석된다. 다만 이재명 대표에 대한 영장 청구 등 변수가 있어 당내에서도 제대로 동력을 받을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부의 5대 무책임’에 대해 강력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1)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불거진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논란 2)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파행 3)공영방송 이사 해임 등 방송 장악 4)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해 국정조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른바 ‘외압’ 의혹이 제기되는 고 채수근 해병대 상병 사망사건에 대해선 현재 수사를 맡고 있는 국방부 검찰단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 특검을 도입해 대통령실 개입 의혹 등을 밝히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당초 임시국회 개회일인 이날 소속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1특검 4국조 촉구대회’를 열고 정부와 여당의 참여를 촉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부친상을 당한 점을 고려해 순연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들 가운데 고 채수근 상병 사건에 대한 특검을 최우선으로 삼고 대여 공세에 몰두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 사건이 군 당국의 미흡한 안전관리 탓에 벌어진 인재(人災)로 규정하고 있다. 더구나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과정에서 국방부와 대통령실의 개입 의혹이 강하게 제기된 만큼 사안이 엄중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군 관련 이슈에 민감한 청년층과 이들을 자녀로 둔 부모 세대까지 관심을 둘 만한 이슈라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파악된다.

권칠승 수석대변인 역시 전날 우선순위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성격상 특검이 중요하다”며 “국정조사는 (네 가지 사안 중) 대통령 처가 고속도로 특혜 의혹이 가장 중점 사항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해당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는 국방위·행정안전위·법제사법위·운영위 등 국회 4개 상임위 의원들이 참여하는 공동대응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故) 채수근 상병의 안장식이 7월22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되고 있다. 채수근 상병은 7월19일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연합뉴스
(故) 채수근 상병의 안장식이 7월22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되고 있다. 채수근 상병은 7월19일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연합뉴스

“당 여력 고려했어야…자칫 모든 사안 놓칠 수도”

하지만 민주당의 의지대로 1특검 4국조를 모두 추진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무리 민주당이 거대 의석을 가진 제1당이더라도 단독으로 특검과 국정조사를 힘 있게 추진하는 데 무리가 따른다. 당장 특검의 경우 각 사건에 대한 특검법을 만들어 특검을 가동하는 ‘일반특검’과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거나 법무부장관이 직권으로 발동하는 ‘상설특검’ 두 가지 방식 중 택해야 한다.

민주당이 정부가 주도하는 상설특검이 아닌 일반특검을 택하더라도 단독으로 처리하기란 쉽지 않다. 특검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야 하는데, 법사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기 때문이다. 보통 여야 합의로 개최해 온 국정조사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야당 단독으로 추진한다고 해도 정부가 조사에 대해 사실상 ‘보이콧’을 선언, 협조하지 않을 경우 유의미한 조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민주당 내부 악재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김은경 혁신위원회의 혁신안 추인을 놓고 친명·비명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어 정부·여당을 향해 당력을 모으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도 다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 대표는 17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검찰은 소환조사 후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국회로 보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불체포특권 포기 여부를 둘러싸고 당내 갈등이 재점화할 수도 있다.

앞서 이 대표는 ‘방탄 정당’ 논란을 의식해 이미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개 선언한 바 있다. 민주당 역시 이에 발맞춰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했다. 하지만 검찰의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전제 조건을 내건 데 이어, 친(親)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어 국회 표결을 앞두고 또 다시 논란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이례적인 동시다발적 특검‧국조 추진을 두고 당내에서도 비(非)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의 문제는 한 손으로 꼽기도 어려울 만큼 많지만, 이재명 대표 관련한 당내 분위기를 비롯해 현실적인 당의 여력을 고려해 좀 더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자칫 이것도 저것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벌써부터 민주당의 1특검 4국조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재명 대표의 검찰 출석이 다가오고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다시 국회로 넘어올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지자 민주당은 21대 마지막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지없이 ‘종합방탄세트’를 내밀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특검과 국조는 모두 진실규명보다 정쟁이 주된 목적”이라며 “민주당은 언제나 진실규명에는 관심이 없다. ‘재난의 정쟁화, 정쟁의 일상화’에만 관심이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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