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左방산 右반도체, 이제는 구미시가 날아오를 때”
  • 김시훈 영남본부 기자 (sisa541@sisajournal.com)
  • 승인 2023.08.20 15:05
  • 호수 1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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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재호 구미상공회의소 회장 “위기를 기회로 삼는 이환위리(以患爲利) 정신 필요” 

“애국자는 산업현장 역군과 기업인이다.” 경북 구미시 상공회의소 사무실은 물론 건물 곳곳에는 이 문구가 포함된 현수막이 붙어있다. 근로자의 모습과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의 사진을 함께 담아 대한민국 산업화의 최선봉에 섰던 구미시의 과거를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구미는 현재 기업 이탈 가속화와 산단 노후화로 지역 주력산업이 침체 위기에 빠져 있다. 대규모 실직자 발생으로 고용 위기 지역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런 구미시가 올해 확정된 방산 혁신클러스터와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사업으로 제2의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미래 산업 지도를 바꿀 두 가지 프로젝트가 확정되자 지역에서는 “염원이 이뤄졌다”며 끊임없이 가동되는 공장과 근로자들의 긴 행렬을 기대했다. 윤재호 구미상공회의소 회장도 “10만 구미산단의 기업인, 산업역군과 함께 열렬히 환영한다”는 입장문을 내고 “단순한 산단 지정을 넘어 대구·경북의 몸집과 체질을 개선해 각자도생이 아니라 하나의 물줄기로 수도권에 버금가는 이 지역만의 특화된 강점을 키우자”고 더 큰 그림을 제시했다.

윤 회장은 20대에 창업의 길을 선택한 기업가다. 오랜 세월 어려움도 많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이환위리(以患爲利)의 정신으로 기업을 이끌어왔다고 한다. “이제 구미시는 약해진 체력을 보강하며 더 크게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고 강조하는 윤 회장을 시사저널이 만났다.

ⓒ구미상공회의소
ⓒ구미상공회의소

“KTX 구미역 신설, 구미시 도약의 화룡점정”

방산 혁신클러스터 유치와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으로 구미시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방위산업 클러스터 유치와 반도체 특화단지 선정은 구미산단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먼저 방산 클러스터는 방산기업·지자체·대학이 힘을 합쳐 방위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5년간 499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우주·인공지능(AI)·드론·반도체·로봇 등 방위사업청이 제시한 국방 5대 신산업의 기술·연구개발 구심점 역할을 맡는다. 무엇보다 구미시의 방위산업은 관련 지원 인프라가 풍부하다. 여기에 이번 유치 결정으로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세계화는 물론 진정한 국가 균형발전 실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구미는 지방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반도체 관련 기업이 집적돼 있고 이들 기업은 신증설 투자와 고용 창출을 선도하고 있다. 반도체 투자의 가장 중요한 요건인 인력 확보와 관련해서도 현재 금오공대·구미전자공고·포스텍·경북대·DGIST·대구가톨릭대를 중심으로 수요 맞춤형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에 돌입했다. 구미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2032년까지 생산 유발 5조3000여억원, 부가가치 유발 2조8000여억원, 직간접적 고용 6500여 명으로 예상한다.”

두 가지 대형 국책사업의 확정으로 구미시는 이제 날아오를 준비가 끝난 것인가.

“산이 하나 더 남았다. 이러한 국책사업을 유치하고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KTX 구미역 신설’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부고속철도선이 지나가는 구미와 가장 가까운 적지에 ‘KTX 구미역’을 신설해 빠르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어야 구미산단으로의 투자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과 연계한 고속도로, 철도망 확충도 더없이 중요하다. 구미는 대구의 위성도시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하루에 수만 명이 대구에서 구미로 출퇴근하고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상호 보완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구권광역철도 개통을 최대한 앞당겨 양 지역이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반도체 등 국가 차원의 문제에 밀려 정작 구미상공회의소에 대한 소개가 늦었다.

“구미상공회의소는 전국 74개 상의 중 거의 유일하게 자체적인 ‘상공의 날’ ‘무역의 날’ 행사를 열고 있다. 기업 혁신에 기여하고, 지역경제 발전에 공헌한 기업인 및 모범 임직원을 선정해 구미상의 회장상은 물론 다양한 훈격의 표창을 수여하고 있다. 매년 신규 사업도 개발하고 있다. 올해 첫 번째 신규 사업으로 60여 개 주력기업 담당 부서장 모임인 ‘구미기업발전협의회’를 발족했다. 제조업 핵심 연구인력의 근무 여건에 조금이라도 보탬을 주기 위해 제조업 경쟁력 강화 핵심 인재 주거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소기업 R&D 연구소나 전담부서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주택임차료를 12개월간 한 회사당 최대 2명, 1인당 월 30만원까지 지원하는 내용이다. KTX 구미역 신설을 위한 상공인의 염원을 담아 지난 2월부터 비즈니스 의전 서비스를 하고 있다. 구미산단 기업체를 방문하는 임원 및 바이어를 위해 의전차량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개인적으로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데.

“1994년 자본금 2000만원으로 흑연전극 금형가공 기술회사인 주광정밀㈜을 설립했다. 당시 제 나이가 29세였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당시 미개척 분야였던 ‘흑연전극 가공기술’ 개발에 온 힘을 쏟은 결과 지금의 주광정밀은 국내 초정밀 부품 가공 분야 1위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저희 회사 역시 몇 년 전부터 주력 물량이 줄어들며, 다소 위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위기를 기회 삼아 더욱 독보적인 초정밀 가공기술을 바탕으로 현재 반도체와 항공, 수소연료전지 등 신산업 투자를 늘려 나가고 있다. 사업 다각화로 더욱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주광정밀은 휴대폰부터 자동차부품에 이르기까지 흑연 제품 가공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갖춰 2020년 매출이 1120억원을 기록하는 등 꾸준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2013년 100만불, 2016년 1000만불, 2021년 2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항공 분야, 반도체, 수소연료전지 등 각종 초정밀부품 생산에 이르기까지 사업 분야를 다각화하고 있다.”

ⓒ구미상공회의소
구미국가산업단지 전경 ⓒ구미상공회의소

“기부는 스스로의 기쁨” 모교에 20억원 쾌척

지역에서 ‘기부왕’으로 알려져 있는데.

“진정한 기업가와 성공한 사업가라면 그에 걸맞은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구미 지역 소년소녀가장 20여 명을 매년 후원하고 있다. 청소년 학업 지원과 미래 산업인재 후원을 위해 마이스터고 장학재단을 설립해 매년 저소득가정 기술영재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 모교인 경북기계공고에는 꾸준히 장학금을 기탁하고 있는데, 2021년 11월엔 경북기계공고 다목적공연장 설립 기금으로 20억원을 기부해 윤재호홀이란 이름으로 개관했다. 이 외에도 구미시장학회, 금오공대, 한국폴리텍 구미캠퍼스와 사회복지시설 등에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남을 돕고 기부할 수 있다는 것은 나 스스로의 기쁨이 더 크고 행복하다. 학창 시절 배고픔의 서러움을 잘 알기에 아낌없이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이웃들을 도울 때 큰 보람을 느낀다. 지역사회를 위한 기부활동은 물론 따뜻한 말 한마디와 온정 가득한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우리 사회를 밝게 한다고 생각한다. 꿈나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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