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만 낮추고 공급은 그대로…다자녀 특공은 ‘그림의 떡’?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8.1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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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이 둘 낳아도 ‘다자녀 특공’ 지원 가능
공공분양 주택 공급은 ‘최저’…경쟁률 심화 우려

정부가 출산율 제고를 위해 다자녀 기준을 기존 3명에서 2명으로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공공분양 ‘다자녀 특공(특별공급)’ 전형의 자녀 수 기준부터 2명으로 적용하고, 향후 민간분양과 각종 세제 혜택에도 완화된 다자녀 기준을 적용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최근 윤석열 정부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공공분양 물량이 사실상 씨가 마른 상태라, 해당 정책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가뜩이나 ‘바늘구멍’인 공공분양에 지원 기준까지 완화할 경우 경쟁률이 치솟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다자녀’ 기준을 3명에서 2명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 연합뉴스
정부가 ‘다자녀’ 기준을 3명에서 2명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 연합뉴스

이제 2명도 ‘다둥이’…‘다자녀 특공’ 문턱 넓어진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다자녀 특공 자녀 수 기준을 2명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이르면 10월 말부터 제도를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기존에는 자녀가 3명 이상일 경우에만 다자녀 특공에 지원할 수 있었지만, 이르면 연말부터 아이를 2명 낳은 가구도 해당 전형에 지원할 수 있게 된다. 통상 다자녀 특공 물량은 전체 단지의 10% 수준이다.

관련 통계를 고려하면, 해당 제도가 시행될 경우 다자녀 특공 지원 대상은 5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태어난 아이 중 셋째 이상인 아이는 6.8%에 불과하지만, 둘째인 아이는 30.5%에 달한다. 단순 계산하면 유자녀 가구 중 7% 내외이던 다자녀 특공 지원 대상이 30%로 확대되는 셈이다.

이밖에 정부는 다자녀 자동차 취득세 면제‧감면 혜택, 문화시설 할인 혜택, 초등돌봄교실 및 아이돌봄서비스 지원 대상 등도 2자녀 가구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11일 서울 시내 아파트 재건축 현장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아파트 재건축 현장 모습 ⓒ연합뉴스

하반기 공공분양 물량 ‘역대 최저’…LH 위기에 공급도 ‘난항’

다만 다자녀 기준을 2명으로 완화하는 만큼, 다자녀 특공의 경쟁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올해 남아 있는 공공분양 예정 물량은 10개 단지, 4100여 가구에 그친다.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이마저도 신혼가구들만 청약할 수 있는 신혼희망타운 단지이거나 이미 사전청약을 마친 경우가 대다수라 실제 분양 가구 수는 훨씬 더 줄어들 전망이다.

공급은 그대로인데 지원자가 몰리면 경쟁률은 치솟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기존 3자녀 이상 다자녀인 가구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경기 동탄시에서 3자녀를 키우고 있는 신아무개씨(35)는 “가뜩이나 공공분양은 하늘의 별따기라는 소리가 나오는데, 2자녀로 문턱까지 낮추면 당첨은 더 멀어지는 것 아니냐”라고 토로했다.

이에 경쟁률 관리를 위해 공공분양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철근 누락 사태로 LH의 경영 공백이 불가피한 데다 건설업 줄파산 위기까지 도사리고 있어 공급 확대는 당분간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당장 올해 상반기 공공분양 주택 인허가 건수는 5000여 건에 그쳐, 목표치(7만6000가구)의 10%도 미치지 못했다. 상반기 공공분양 착공 실적은 1700여 가구 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급감했다. 정부가 ‘공공분양 주택 50만호 공급’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이 속도대로면 사실상 달성이 불가능하다.

일단 정부는 다자녀 기준 완화 시 부작용을 고려해 관련 정책을 순차적으로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다자녀 특공의 경우 자녀 수에 따라 가점에 차이를 두는 데 힘이 실린다. 또 다자녀 완화 정책이 지방 세수에 미치는 효과를 감안해, 자동차 취득세 면제 등 세제 혜택 또한 자녀 수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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