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잼버리는 처음부터 사기였다”…전주시의원 직격탄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8.19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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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시의원 “전북 정치권 탐욕이 잼버리 망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을 둘러싸고 여야 정치권 사이에서 책임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전북 정치권의 탐욕이 잼버리를 망쳤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한승우 전북 전주시의회 의원은 18일 “처음부터 새만금 잼버리는 사기였다”며 “지금이라도 새만금 현실을 제대로 봐야 한다”고 전북도민의 각성을 촉구했다. 

한승우 전주시의원 ⓒ페이스북
한승우 전주시의원 ⓒ페이스북

“촉박하게 갯벌 매립한 것이 문제…프레 잼버리도 못 치러”

한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SNS(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새만금 잼버리에 대한 책임 공방이 뜨겁다”며 “송하진 전 도지사를 비롯한 전북 정치권의 탐욕이 잼버리를 망쳤다”고 지역 정치권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한 의원은 새만금 잼버리 파행 원인이 무리한 대회 준비 과정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절하지 않은 장소인 새만금에 유치한 것도 문제지만, 시기적으로 너무 촉박하게 갯벌을 매립해서 잼버리 부지를 조성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7년 12월 부지매립을 결정하고 2018년 기본설계 및 예산 반영, 2019년 세부설계 및 총사업비 반영, 2019년 12월부터 2022년까지 매립공사를 했다”고 일련의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다들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당초 프레잼버리는 2021년 8월 개최하기로 결정했다”며 “본 행사 2년 전에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사전점검 한다는 계획이었으나 2021년에 프레잼버리는 열리지 못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도 창궐했지만, 무엇보다 부지를 매립할 수 있는 시점이 아니었다”며 “아마 전북도와 정부도 2021년에는 프레잼버리를 치를 수 없다는 것을 사전에 알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의원이 지적한 프레잼버리(잼버리 예비 행사)는 전북도와 대회 조직위원회가 코로나19 창궐로 프레잼버리를 열기 어려웠다고 해명했으나 배수로 등 기반 시설 미비로 열지 못 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실제 부지매립은 2022년 12월 끝났고, 배수 시설 정비는 대회 직전에야 마무리됐다.

프레잼버리 개최가 취소되면서 부실 행사가 예견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본 대회를 앞두고 야영장을 제대로 점검했다면 열악한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게 가능했다는 것이다. 프레 잼버리 불발이 이번 잼버리 본 행사 파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는 게 지역정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한승우 전주시의원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 ⓒ페이스북
한승우 전주시의원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 ⓒ페이스북

“‘잼버리 부지 위한 매립 아냐’…새만금개발청장 말에 충격”

또 잼버리를 명분으로 농지관리기금을 동원해 관광레저 용지를 매립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새만금이 잼버리 개최지로 선정될 당시 매립이 완료된 부지가 충분히 있었지만, 잼버리 부지 보다는 타 용도로 쓰기 위해 ‘생(生)갯벌’을 야영지로 선정해 매립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의 말이다. 

“2020년 8월 새만금살리기공동행동 임원진이 갯벌을 매립하지 말고 노출지(원형갯벌)에서 잼버리를 치르고, 필요하면 매립 면적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당시 새만금개발청장은 ‘잼버리 부지는 잼버리를 위해서 매립한 것이 아니며, 잼버리는 핑계고 관광레저용지를 매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뻔뻔하고 당당하게 얘기하는 (새만금개발청)청장 말에 나는 충격을 받았고 할 말을 잃었다.”

한 의원은 마무리 글에서 “처음부터 새만금 잼버리는 사기였다. 그리고 새만금 간척사업도 사기였다”며 “새만금은 인간 탐욕과 어리석음, 분노가 낳은 곳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전북도민들이 새만금의 현실을 제대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한승우 의원은 전북녹색연합 새만금살리기 위원장과 전주생태하천협의회 정책위원장 등을 맡으며 20년 넘게 환경운동에 투신했다.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정의당 후보로 당선됐으며 전주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소속이다.

8월 15일 오후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 전경ⓒ시사저널 정성환
8월 15일 오후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 전경ⓒ시사저널 정성환

‘네탓’ 공방 새만금 잼버리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는 1991년 강원도 고성 대회 이후 32년 만이다. 세계에서 2회 이상 잼버리를 개최한 나라는 한국이 여섯 번째다. 새만금 잼버리의 슬로건은 ‘Draw your Dream!’. 미래 세대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잼버리를 통해 자신의 꿈을 마음껏 그려나가라는 뜻을 담았다.

부안군 하서면 새만금 해창갯벌 매립지에 마련된 잼버리 부지는 면적 8.84㎢로 축구장 1071배, 여의도 면적의 3배 규모다. ‘청소년의 문화올림픽’으로 불리는 새만금 잼버리에는 159개국 청소년(만 14~17세)·지도자·운영요원 4만 3225명이 참가했다. 스카우트 대원들은 이 부지에 세워진 텐트 2만 2000동에서 12일 간 야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배수로 부실에 따른 수난(水難)과 폭염, 벌레, 위생 등과의 싸움으로 4중고를 겪었다. 설상가상으로 태풍 ‘카눈’이 북상하자 정부는 8일 참가자 전원을 아예 서울 등지로 옮기는 이른바 ‘플랜 B’를 가동했다. 

이미 8월 4일부터 영국·미국·싱가포르 스카우트 6000명가량은 조기 퇴영해 ‘반쪽짜리 잼버리’로 전락한 뒤였다. 이날 잼버리 현장에 남아있던 150개국 3만 7000여 명도 전북 지역에 남은 5700여 명을 제외하고, 1100여 대의 관광버스를 이용해 새만금을 떠나 전국으로 흩어졌다. 사실상 ‘새만금 잼버리’가 아니라 ‘한국 잼버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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