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이 日에 준 ‘면죄부’ 소지 3가지는?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8.21 11:0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尹, ‘오염수 방류’ ‘동해 명칭’ ‘과거사 문제’ 두고 침묵 일관
이재명 “尹, 대체 어느 나라 국민을 대표하고 있는 것이냐”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로렐 로지 앞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로렐 로지 앞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외교의 시간’에 집중하며 한·미·일 3국 공조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일본 측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독도·동해 명칭 논란’, ‘일본 과거사 문제’ 등 쟁점 현안에 대해선 어떤 목소리도 내지 못했다. 이에 야권에선 “윤 대통령이 일본에게 ‘면죄부’만 주고 실익은 챙기지 못했다”며 수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의를 진행했다. 이들은 해당 자리에서 3국 협력 방향을 명시한 ‘캠프 데이비드 원칙’, 협력 방안을 담은 공동성명인 ‘캠프 데이비드 정신’, 안보 위협의 신속 협의를 위한 ‘3자 협의에 대한 공약’ 등 3건의 결과 문서를 채택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는 의제로 올리지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의 직후 관련 질문을 받자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정상회의에서 의제로 다뤄지진 않았다”며 “오염수 처리에 대해서는 과학을 기반으로 한 투명한 과정을 통해 처리되어야 한다”고 짧게 답했다.

기시다 총리도 한·미·일 정상회의 직후 곧바로 ‘오염수 방류’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기시다 총리는 20일 귀국 직후 후쿠시마 원전에서 오염수를 정화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비롯한 방류 설비를 처음으로 시찰했다. 여기에 일본 외무성도 오염수 방류로 인한 외교적인 문제를 ‘정상회의에서 해결했다’는 취지로 입장을 밝혔다.

또 윤 대통령은 ‘독도·동해 명칭 논란’에 대해서도 회의에서 목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앞서 미국 국방부는 지난 2월 동해상에서 한·미·일 훈련을 실시하며 훈련 장소를 ‘동해’ 대신 ‘일본해’라고 표기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미국은 “‘일본해’가 공식표기가 맞다. 이는 국방부뿐 아니라 미국 정부기관들의 정책”이라며, 앞으로도 ‘일본해’ 표현으로 통일시키겠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선 일본과의 ‘역사 문제’에 대해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일본 외신들조차 ‘윤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역사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옛 징용공(일제 강제동원 노동자의 일본식 표현)이나 위안부 등 역사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고 일본의 책임을 호소해 온 역대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와 차이가 두드러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에도 美·日 들러리 신세…주권침해도 항의 못해”

이 같은 윤 대통령의 대일 외교 행보를 두고 야권에선 곧장 질타가 쏟아졌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1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정상회의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 저지 마지막 기회였는데, 안타깝게도 윤 대통령은 국민의 지속된 명령 끝내 불응하고 오히려 일본에 손을 들어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 다수가 동의하지 않는데, 윤 대통령은 대체 어느 나라 국민을 대표하고 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동해 명칭 논란에 대해서도 “동해냐 일본해냐, 명백한 주권 침해에도 항의조차 못하는 윤 대통령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영토 수호는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책무다. 이번 회담서 윤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에게 ‘동해는 동해다, 일본해가 아니다’라고 강력 문제제기를 했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우리나라가 미·일에 하위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그는 “(미국이) ‘동해·일본해 공동표기’라는 우리나라의 요구를 외면했다”며 “(윤 대통령도) 국민 안전과 국익을 저버린 태도를 보였다”고 직격했다. 이어 “많은 국민은 미·일의 국익은 보이는데 (한국) 대민 국익이 안 보이는 정상회담으로 평가한다”며 “일본 정부도 식민지 지배의 역사 부정과 독도의 한국 영유권을 부정하고 왜곡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도 이날 통화에서 “일본에게 면죄부만 주고 실익은 전혀 챙기지 못했다”며 “윤 대통령이 일방적 외교 기조를 핑계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일본해 표기 논란 등 양국 간의 민감한 사항은 말도 못 꺼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결국 광복절 경축사에서 보여준 굴종적 태도만 보여줬다. 결국 정상회의에 들러리로 참석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