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국회 패싱할까”…尹, ‘이동관 임명’ 강행 시 후폭풍은?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8.21 16:2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문보고서 채택’ 불발 가능성↑…尹정부 16번째 ‘국회 패싱’ 인사 되나
野 “尹의 일방통행에 의회정치 실종”…총선 전 정부·여당 ‘악재’ 우려도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과정이 극단으로 치달으며,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도 불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치권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청문보고서를 ‘패싱’하고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면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15명의 인사를 단행하고, 국회 입법에도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전적이 있어서다. 일각에선 ‘이동관 리스크’가 총선 직전 정부·여당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은 무산될 조짐이 짙은 분위기다. 당초 여야는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 결정 시한인 이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에서 해당 문제를 논의하려 했으나, 협의가 파행됐다. 장제원 과방위원장을 비롯한 여당 측이 “청문보고서 채택에 민주당이 합의하지 않으면 회의를 열 수 없다”는 이유로 전체회의에 불참하면서다.

이에 민주당 과방위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반쪽 전체회의 직후, 취재진에 “일방적으로 합의된 사안을 변경하는 것은 장제원 위원장의 폭거다. 여권에서도 보고서 채택을 불발시키길 원하는지도 모르겠다”며 “청문보고서 없는 16번째 임명이 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의 ‘이명박 정부 당시 방송장악’, ‘아들 학교폭력 무마’ 등 각종 혐의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여야는 오후에도 전체회의 개최를 위해 협의를 이어갈 방침이지만, 여전히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이날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이 후보자 임명은 강행될 가능성은 크다. 대통령이 보고서 채택 기한으로부터 10일 이내 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한 뒤에도 국회가 응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보고서 없이도 이 후보자를 방통위원장으로 임명할 수 있어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윤 대통령의 '1호 거부권'이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윤 대통령의 '1호 거부권'이다. ⓒ연합뉴스

“尹, 국회 패싱 인사 15회 + 입법 거부권 2회”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청문보고서를 패싱하고 이 후보자 임명 절차를 밟을 경우 후폭풍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후보자가 방통위원장 자리에 오르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약 16개월 만에 ‘16번째’로 청문보고서를 패싱한 인사가 된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동일 기간 청문보고서를 패싱하고 인사를 단행한 사례(6명)와 비교했을 때 약 3배에 달한다. 일각에선 국회 인사청문회가 더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윤 대통령은 앞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에 대해서도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당시 두 법안 통과를 추진했던 야권에선 윤 대통령이 ‘일방통행’ 이미지만 고수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윤재관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도 시사저널에 “대통령의 연이은 거부권 행사 때문에 의회정치가 사라지고, 법안들이 생명력 없이 끝났다”며 “야권에서 목숨 걸고 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민주당은 이 후보자 관련 법적 공방까지 예고하며 ‘이동관 리스크’를 키우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고민정 최고위원을 비롯해 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 위원들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직에 부적격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 대상자가 아닌 수사 대상자가 됐어야 했다”고 수위 높게 비판했다.

민주당이 주장한 이 후보자의 핵심 의혹은 ▲언론 장악 ▲아들의 학교폭력 무마 ▲배우자의 인사 청탁 등 세 가지다. 또 ▲농지법 위반 ▲방송법 위반 ▲학교폭력예방법 위반 원인 제공 ▲사립학교법 위반 원인 제공 ▲상속세 및 증여세법 위반 ▲주민등록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등 7개의 법 위반 의혹도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이 같은 ‘이동관 리스크’를 점입가경으로 계속 키울 경우,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에 ‘악재’가 될 가능성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후보자 논란 자체만으로 총선에 확실한 영향을 주긴 어렵겠지만, 앞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게이트를 비롯해 잼버리 파행 등 각종 현안에 ‘이동관 리스크’까지 더해진다면 정부·여당 쪽에서도 총선을 앞두고 엄청난 손해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