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빚 사상 처음 200조원 넘어서…“하루 이자만 70억원”
  • 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ejk1407@naver.com)
  • 승인 2023.08.22 11: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제 에너지 가격 재상승…올해 누적 적자 7조원 전망
한전채 법정 발행한도 줄면 유동성 위기 커질 듯
22일 한국전력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01조40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웃돌았다. 이는 국내 상장사가 지난 차입금 중 가장 큰 규모다. ⓒ 연합뉴스
22일 한국전력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01조40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웃돌았다. 이는 국내 상장사가 보유한 차입금 중 가장 큰 규모다. ⓒ 연합뉴스

한국전력의 차입금이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올 4분기 수익구조가 다시 악화하며 올해 연간 기준으로 수조원 대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관측되면서 한전채 차환 발행 구조마저 버거워지는 유동성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22일 한국전력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01조40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웃돌았다. 이는 국내 상장사가 보유한 차입금 중 가장 큰 규모다. 지난해 말(192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8조원이 증가했다. 한전은 하루 평균 약 70억원, 한 달에 약 2000억원을 이자를 지급하는 데만 쓰고 있다.

한전의 부채 규모는 2020년 말 132조5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2021년 말 145조8000억원, 2022년 말 192조8000억원으로 급증한 이후 올해 상반기 200조원 대까지 확대됐다. 차입금 확대의 주원인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상승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전기 요금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으면서, 2021년 이후 영업손실이 47조원 이상으로 불어난 점이 꼽힌다.

지난해과 올해에 걸쳐 5차례 전기 요금을 인상하고,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올 상반기엔 하락하는 덕분에 한전의 전기 판매 수익구조가 정상화되는 듯한 추세였다. 그러나 유가가 다시 치솟고 있어 올해 연간으로 약 7조원의 영업손실이 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배럴당 70달러(한화 약 9만3700원) 수준에서 등락하던 두바이유 가격은 최근 약 89달러까지 오르는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은 다시 급증하고 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은 3∼6개월의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터라 내년 상반기 한전의 수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전은 한전채(한전이 발행하는 회사채)를 차환 발행하고 있다. 신규 채권을 발행해 기존 채권을 상환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한전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20조9200억원)의 5배인 104조6000억원까지만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다.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라 한전은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액수의 5배까지만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 한전은 78조9000억원 규모의 한전채를 발행했다. 문제는 시장 예견대로 올해 수조원대 추가 영업손실이 날 경우, 내년에 이뤄질 2023년 결산 후 한전채 발행 한도가 대폭 줄어든다는 점이다.

올해 7조원의 영업손실이 난다고 가정했을 때, 한전의 올해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규모는 약 14조원으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내년도 한전채 발행 가능액도 약 70조원으로 감소하게 된다. 이런 시나리오라면 내년 이후로 한전이 한전채를 발행해 필요한 운영 자금까지 마련하기에는 힘겨워질 가능성이 있다.

한전은 심각한 재무위기를 막기 위해 추가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11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2023년말 대규모 적립금 감소와 향후 자금 조달 제한이 예상된다"고 경고음을 내면서 "재무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원가주의 원칙에 입각한 전기요금 현실화, 자금 조달 리스크 해소 등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