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대중’인 골프장의 폭리 사슬 끊을 수 있을까 [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8.27 14:05
  • 호수 1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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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 혜택에도 높은 이용료로 50%대 영업이익률 기록
제도가 골프장 환경 변화 못 따라가는 게 문제

골프는 한때 노인들의 스포츠로 여겨지면서 점차 이용객이 감소할 것으로 간주됐다. 하지만 3년여간의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국민 스포츠로 변화했다. 우리나라의 골프 인구는 약 5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용객은 연간 5000만 명에 이른다. 구매력 있는 젊은 수요층이 대거 유입되면서 케이블TV의 골프 채널 등 골프 콘텐츠와 각종 골프용품 시장이 급성장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은 이가 어려움을 겪었지만, 골프장은 예외적으로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특수를 누렸다. 현대경제연구원의 2020년 분석에 따르면 해외 골프 수요가 국내로 집중되면서 2.2조~3.1조원의 내수 진작 효과가 발생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수요 확대는 골프장 이용료, 즉 그린피 인상을 가져왔고 이를 둘러싼 갈등과 불만이 지속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정부가 올해 7월부터 높은 이용료를 받는 대중 골프장을 세금 감면 혜택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결과가 주목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시사저널 임준선

50년간 사치성 재산으로 묶인 골프장

골프장의 고비용 구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일단 조성원가가 높다. 산악 지형이 많아 골프장 조성을 위해서는 골프 코스 이외의 상당한 부지를 원형보전을 위해 확보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이와 더불어 이용객 유치를 위한 경쟁 과정에서 시설물들이 점점 고급화되고 있으며, 인력 확보 어려움에 따른 관리비용 상승도 고비용 구조 형성에 일조하고 있다. 하지만 골프장 고비용 구조의 진정한 원인은 세금에 있다. 대규모의 토지를 보유할 수밖에 없는 골프장은 재산세를 비롯한 보유세 부담이 크고, 이것이 골프장 이용료에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골프장에 부과되는 세금은 다양하다. 특히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더욱 그러한데, 일단 골프장 조성 이후 납부하는 취득세의 경우 13.4%에 이른다. 골프장 보유에 따라 매년 납부해야 하는 재산세도 4% 수준이다. 재산세율 4%는 현재 카지노, 룸살롱 등 도박 및 유흥시설에 적용되는 세율이다. 여기에 지방교육세를 합할 경우 4.8%라는 고율의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높은 세율 적용은 1973년 사치성 재산에 대한 중과 제도 도입에 따라 시작됐다. 당시 국내 골프장은 10여 개에 불과해 사치성 재산으로 분류할 수 있었지만, 현재의 상황을 고려할 때 과도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린피의 경우에도 2만1120원의 개별소비세가 적용된다. 이는 경마장의 15배, 경륜·경정장의 37배에 이르는 높은 수준이다. 개별소비세는 과거 에어컨, 피아노, 스키장, 골프용품, 수상스키 등 사치성 물건이나 활동에 적용되던 세금이었다. 1999년 이후 대부분의 품목과 활동에 대해 이 개별소비세가 해지됐지만, 골프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 가뜩이나 비싼 골프장 이용료가 더 올라가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골프장 운영자 입장에서 보면 이용자들로부터 듣지 않아도 되는 불평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보유세가 모든 골프장에 균등하게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골프장은 크게 회원제 골프장과 대중(퍼블릭) 골프장으로 구분돼 왔으며, 각기 다른 세율을 적용한다. 취득세의 경우 대중 골프장은 4.6%의 일반 세율을 적용하지만, 회원제 골프장은 13.4%로 3배 차이가 난다. 보유에 따른 재산세도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4%지만, 대중 골프장은 일반체육시설로 간주해 0.2~0.4%의 재산세율과 0.5~0.7%의 종부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이용료의 개별소비세 역시 회원제와 달리 대중 골프장은 면제된다. 대중 골프장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저렴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적에 따른 것이었다. 즉, 원가요인을 낮춤으로써 회원제 골프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용료를 받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현실은 반대다. 회원제 골프장과 대중 골프장의 이용료 차이가 크지 않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레저백서 2022’에 따르면 2022년 5월 기준 대중 골프장의 주중 이용료는 17만3500원, 토요일은 22만1100원을 기록했다. 회원제 골프장 이용료와 비교하면 각각 2만7600원, 3만5000원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캐디피의 경우도 대중 골프장은 팀당 13만600원, 회원제 골프장은 14만1400원으로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제 혜택을 받는 대중 골프장이 회원제 골프장과 거의 차이 없는 이용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대중 골프장들은 2022년 50% 수준의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구글·애플과 같은 세계적인 테크 독점기업들의 영업이익률 20%를 한참 뛰어넘고 있다.

 

정부 대책에도 우려 여전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올해 7월부터 높은 이용료를 받는 대중 골프장의 경우 더 이상 세금 감면 혜택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골프장은 회원제와 대중 골프장에서 회원제, 비회원제 그리고 대중형의 3분류로 변화하게 됐다. 대중형 골프장의 경우 수도권 회원제 골프장의 성수기 비회원 평균 요금보다 최소 3만4000원 저렴한 이용료를 받도록 하는 대신 기존의 세제 혜택을 계속 부여하고, 비싼 이용요금을 유지하고자 하는 대중 골프장들은 비회원제 골프장으로 분류해 이용료 및 보유와 관련한 세제 혜택을 폐지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386개 골프장 가운데 338개 골프장이 대중형으로 지정됐으며, 나머지 48개 골프장은 비회원제로 분류됐다.

정부의 조치에 따라 이용료 인하 효과는 어느 정도 나타나게 됐지만 근본적인 고비용 구조의 핵심인 차별적 세율 적용의 문제점은 계속 남아있다.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종전과 동일한 4%의 재산세를 부담하며, 신설된 비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기존보다 훨씬 높은 1~3%의 종부세율을 적용받음으로써 전체적인 세 부담이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비회원제를 선택한 기존 대중 골프장들의 경우 대부분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분간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해외여행 제한 해제에 따라 골프장 이용률이 점차 하락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비회원제 골프장 역시 회원제 골프장과 같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골프장 이용요금 인하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신규 골프장 확대지만 각종 규제 등으로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특히 이용자가 집중된 수도권 지역의 경우 공급 부족으로 인한 이용자의 어려움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골프장 이용료에 대한 접근은 골프장의 고비용 구조를 개선해 주고 이에 상응하는 이용료 인하를 유도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골프는 더 이상 소수 계층의 특권적 활동이 아님에도 제도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함에 따라 사회 전체적으로 많은 비용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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